한국 패션 新 패러다임 '가성비(下)'

2015-07-29 00:00 조회수 아이콘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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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패션 新 패러다임 '가성비(下)'





‘가성비’를 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글로벌 SPA인 「자라」와 「이케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패스패션의 대명사인 스페인 「자라」와 스웨덴 가구업체인 「이케아」의 국내 판매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6월 한달 가까이 두 브랜드를 성토하는 SNS 내용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사건의 발단은 올해 4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시장조사업체 알파와이즈에 의뢰해 인터넷 사이트 14곳에서 판매되는 「자라」 상품 7000개의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이케아」 역시 국내 소비자단체가 미국 독일 일본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파와 수납장 등 120여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평균 15~20%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누리꾼들은 ‘한국이 호구의 나라인가’ ‘글로벌 중저가 브랜드가 명품으로 둔갑하는 한국’ ‘한국에만 들어오면 비싸지는 마술’ 등을 전하면서 이들의가격 정책을 맹비난했다. 반면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호갱(*인터넷 신조어로 어수룩한 손님을 이르는 표현)이 많으면 고가정책 펴는 거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많으면 저가정책 펴는 것인데 무슨 논란이냐’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뒤따랐다. 

이 대목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진입장벽이 높거나 독과점 시장 이외에는 가격정책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문은 SNS를 뜨겁게 달굴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가성비’에 대한 안목이 크게 올라간 만큼 해외 브랜드들 역시 국내 가격 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좀 더 신중해 질 수 밖에 없다는 데에 사안의 핵심이 있다. 

끊임없는 논의 과정을 거쳐 해외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열세에 놓여 있는 국내 브랜드들은 어떤 대응력을 키워야 할까? 디자인과 퀄리티는 기본이며 합리적인 가격까지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국내 브랜드들은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패션기업들 곳곳의 현장에서 보여진 모습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 

디자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 투자,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소싱 강화, 물류 유통 혁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쏟는 패션기업들의 의지가 굉장히 소극적이다. 심지어 패션 대기업들마저도 제조 기반의 신규 브랜드 론칭 보다는 손쉽게 전개 가능한 수입 브랜드 도입에 열을 올리는 흐름이 종종 포착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가성비'를 요구하는 소비자 니즈는 갈수록 거세지는데, 이를 시스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너무 안돼 있는 것이 한국 패션기업들의 현주소이다. 가격을 더 낮추고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묘안을 각 패션기업들이 찾아내야 한다. 프랜차이즈와 SPA에 이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과연 누가 신호탄을 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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