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세계 최강의 소재 산업 국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탈리아 산 소재는 최고로 꼽힌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소재 산업이 치열한 경쟁구도에 돌입하면서 이탈리아 텍스타일도 산업도 변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최근 패스트패션의 급격한 성장으로 가격의 합리성이 강조되면서 중국, 인도 등지에서 생산되는 소재들이 가격을 무기로 위협 중이고, 일본 등 고급 소재를 생산해 온 나라들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탈리아가 '소재 으뜸국'으로서의 생존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나섰다. 소재 고급화와 더불어 '밀라노우니카'와 같은 통합 소재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우니카(Milano Unica)’는 피렌체 등 각 현지에서 산발적으로 개최되어 온 5개 소재 전시회를 통합해 치러진 첫 전시회다.
현지 소재 수출 감소세, 위기감 커져
현재 이탈리아 텍스타일 산업의 총 규모는 88억유로(약 10조1천5백억원) 수준. 지난 2010년 1백6억유로(약 12조2천3백억원)에서 계속 감소세를 보이며 4년 사이 18억 유로(약 2조7백억원)가 줄었다. 유럽 시장의 의류 소비 위축과 중국, 인도 등 새로운 국가들의 경쟁 합류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03년 기록된 수치에 의하면 12개 지역에서 텍스타일 관련 업체가 10억 만장을 생산하는 등 수적인 공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흐름에 따라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어 왔고 최근 과감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유럽연합 기업의 25%를 차지하는 404개 소재 수출 업체가 참가했으며 2만7천5백명이 참관했다.
이탈리안 현지 업체 303개, 이밖에 유럽연합국(영국, 스페인 등) 31개 등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지난해 첫 참가국 자격을 획득한 이후 20개 기업으로 확장 됐고,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10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 참가 기업은 주로 프리미에르비종 전시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해 온 베코인터내셔날, 덕성피엔티, 지비텍스타일, 파카, 영풍필텍스 등이다.
자국 위주에서 글로벌 전시회로 발돋움 시도
이탈리아가 자국 중심의 소재 전시회에서 프리미에르비종을 겨냥한 글로벌 전시회로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시회 일정 3일 동안 참관객 2만명을 넘어서며 '밀라노우니카'는 세계적인 소재 전시회로 입지를 다졌다.
이데아비엘라(Ideabiella)를 비롯한 모다인(Moda In), 셔츠에비뉴(Shirt Avenue) 등 5개의 전시회로 구성된 이 박람회는 각각 성격이 다른 행사를 한 번에 보여줌으로써 규모와 내용면에서 큰 틀을 제시했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시장 상황에 이탈리아만의 해결책으로 내놓은 결과다. 전시회를 하나로 통합시키면서 한 번에 이탈리아 텍스타일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프랑스 '프리미에르비종' 등 세계 유명 소재 전시회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서고자 함이다.
이데아비엘라의 경우 남성복에 많이 사용되는 원단을 비롯해 순모, 합성모 원단업체들이 참가, 그들이 개발한 소재들을 제안했으며, 모다인의 경우 레저 스포츠에 관련된 텍스타일과 신축성 신소재, 액세서리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셔츠에비뉴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전시회로 셔츠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단을 제안했으며 프라토엑스포의 경우 남여성 캐주얼에 사용되는 차별화된 소재들을 선보였다.
실비오 알비니 ‘밀라노우니카’ 회장은 “이탈리아 소재를 소개하는 장을 넘어 이탈리아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장소로 만들 계획이다. 모다인, 이데아비엘라 등 기존 여러 전시회를 통합한 행사인 만큼 각각의 기능을 특성화해 다양한 니즈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용적이고 대중화된 소재 대거 선보여
글로벌 마케팅 전개로 파리·뉴욕과 경쟁
이탈리아 하면 ‘패션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밀라노는 그 핵심도시로 꼽힌다.
실제 세계적인 최고급 브랜드 중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고 쓰여진 것이 가장 많다. 코트 옷감은 물론 핸드백 가죽, 구두 안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탈리아 산 소재는 최고로 여겨진다.
이탈리아 패션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현재 밀라노를 중심으로 명품 생산에 참여하는 협력업체만 8만 곳에 이르며, 이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밀라노라는 인구 120만의 작은 도시를 세계적 패션도시로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밀라노 패션산업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프랑스는 LVMH 같은 대표적인 럭셔리 그룹을 내세워 이탈리아 브랜드를 인수합병해 갔고,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다는 이점도 중국이나 동유럽 국가가 부상하면서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밀라노의 대표적 고객이던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것도, 미국 달러에 대한 유로화의 강세도 모두 치명적이었다.
심지어 밀라노 현지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신진 디자이너들도 파리로 진출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위기를 맞은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패션 생산기지의 핵심인 밀라노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혁이 일고 있다. ‘패션 강국’ ‘패션 메카’라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절실한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밀라노 우키나’를 통해서도 그러한 절실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아시아와 미주 지역 참관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 했고, 작년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원단들이 대거 선보여졌다.
장인 정신에 뿌리를 둔 최고급 원단을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그간 소홀했던 마케팅 비즈니스 쪽에 눈을 돌려 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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