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도권 - 우리가 패션 시장 ‘벤처’

2015-09-18 00:00 조회수 아이콘 2561

바로가기
비제도권 - 우리가 패션 시장 ‘벤처’




바잉·MD·회전 스트리트 패션의 묘수는 계속된다

스타일난다, 난닝구, 나인걸, 토모톰스, 트위, 나무. 

그들은 이제 적어도 여성복 시장에서 만큼은 흔히 통용되어 왔던 ‘브랜드’의 정의를 새로 쓰고 있다. 소위 ‘비 제도권’이나 ‘보세’로 치부됐던 영역을 당당히 패션 유통 메인 스트림까지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백화점 여성 영 패션 존에서는 첫 입점한 2013년 이후 매년 3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 왔고 최근에는 가두 직영점과 대리점 개설이 활발하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온라인 유통에서의 입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국내는 물론이고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해외 브랜드 쇼핑몰 티몰글로벌에서는 ‘스타일난다’와 ‘난닝구’가 당당히 한국 최고 브랜드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티몰글로벌의 경우 매월 기대 수준의 매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 바로 퇴출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들은 매출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기동성 앞세운 홀세일러 사단
빠른 의사결정 강점 극대화
 
이들이 어느새 백화점 영 패션 존을 점령하고, 중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국내 대기업 보다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의 성장배경을 살펴보면 그들이 애초에 무엇으로부터 경쟁력을 끌어낼 수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 이외에도 ‘피그먼트’, ‘밀스튜디오’ 등 매출과 성장률 면에서 최근 ‘잘 나가는’ 브랜드들의 출발은 동대문 홀 세일러인 경우가 많다. 자체 기획,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일본, 중국에 수출하거나 국내 여성복 브랜드를 비롯해 온라인몰, 보세매장에 제품을 공급해 왔다.

가장 먼저 백화점에 픽업된 티엔티트레이딩(대표 김방원)의 ‘토모톰스’는 백화점, 쇼핑몰, 가두점까지 올 해 총 매장 수가 5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 프린트 등 디자인 차별화가 강점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크게 오르고 있어 자사몰을 통한 역직구도 기대를 걸만 하다.

여성복 4개 브랜드 홀 세일로 연간 250억원대 외형을 자랑하는 고고마(대표 신동진)가 작년 런칭한 ‘부루앤쥬디’는 올 해 처음 백화점 입점을 시작했다. 백화점 영 캐주얼존이 고전한 봄 시즌에도 주말 일 매출 천만원, 월 1억원을 넘기며 올 해 100억원 외형을 낙관한다.

케이컴퍼니(대표 김남일)의 여성 캐주얼 ‘피그먼트’는 동대문 디오트에서 영업 중인 도매 브랜드 ‘딜라이트’가 성장 기반이다. ‘피그먼트’는 백화점 입점에 이어 대리점 개설에 속도를 내며 연말까지 매장 수 40개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후속행보도 숨 가쁘다. 남성과 아동 라인을 선보이며 SPA 브랜드 육성전략에 시동을 걸었고 3040 타깃의 여성복 ‘인더그레이’, 자사 브랜드 편집숍 ‘더컬러웨이’도 런칭했다.

여성 편집숍 ‘밀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밀앤아이(대표 명유석)는 일본, 중국 바이어들과의 거래로 성장했다. 현재는 도매 사업을 하지 않고 있지만 동대문의 제조, 유통 시스템에 최적화된 바잉, MD 사단이 건재하다는 점이 최대 자산이다.

이처럼 동대문 기반 브랜드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 수 년 이상 도매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당연히 트렌드를 읽어내는 감각과 일 단위 신상품 출고가 가능할 정도로 기동성이 탁월할 수밖에 없다.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장 먼저 소싱 네트워크로 연결시킬 수 있는 태생적 기반을 가진 까닭이다. 가격경쟁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모든 도매 브랜드가 리테일 브랜드로 성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도권에 안착한 업체 스스로의 평가는 어떨까. 그들은 자가 공장을 포함한 소싱 네트워크와 잘 팔리는 물건, 쳐지는 물건을 집어내 이를 즉시 판매현장으로 연결시키는 MD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는다.

김남일 케이컴퍼니 대표는 “직접 기획, 생산하는 홀세일러는 시장과 소비자 분석, 상품 기획과 회전 관리에 있어 패션유통의 최전선에 있다. 기본적으로 트렌드를 앞서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그런 배경을 경쟁력으로 발휘하려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유연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바잉 파워는 기본
숍 브랜딩 진화
 
온라인에서 태동한 브랜드들은 이제 ‘사입(buying), 마케팅, 제조(making), 브랜딩’이라는 성장 사이클의 완성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1,000억원의 외형을 기록한 난다(대표 김소희)의 ‘스타일난다’는 소호몰 성공신화의 주역이다. 당시 모든 인터넷 쇼핑몰이 그랬듯 동대문에서 산 저렴한 제품을 팔았지만 김 대표의 남다른 코디 감각을 더해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유니크함이 다는 아니었다. 온라인 유통이야말로 파는 것(sales)이 아니라 사게 만드는 것(marketing)이 핵심이라는 점을 영리하게 간파했다. 소비자가 실체 없는 온라인 매장을 자발적으로 찾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우선 몰의 분위기, 오프라인 매장으로 치면 VMD와 인테리어 차별화를 시도했다. 눈이 아프게 빡빡한 상품 소개가 아니라 코디네이션 결과물을 전달하고, 전문 모델을 통해 저가의 옷으로도 스타일리시(Cheap Chic)할 수 있다는 ‘로망’을 심어줬다. 화장품 사업, 중국 진출이 빠르게 성과를 냈던 것도 이런 로망을 한발 앞서 파악하고 제품으로 구체화시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흔히 여성패션 전문몰의 ‘깔딱 고개’로 부르는 연간 400억원 외형을 넘어선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제조였다. 온라인 소비자를 흡수한 ‘유행, 가격, 속도’에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상품으로 브랜드의 성격을 강화하고 품질을 높였다. 오프라인 진출에 무리가 없는 대 물량 회전도 가능해졌다.

바이와이제이(대표 김영근)의 ‘나인’, 나무다움(대표 전수정)의 ‘나무’는 백화점 캐릭터PC에 둥지를 틀고 또 다른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이다. 애초에 온라인에는 없는 영캐주얼, 캐릭터, 커리어 등 오프라인의 교차 진입 장벽을 뛰어넘는 시도다.

이들은 ‘타임’, ‘미샤’ 등 쟁쟁한 이웃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단순 매출로는 밀리지 않는 실적을 보여준다. 기존 브랜드 대비 10%이상 낮은 수수료로 인해 얻은 가격경쟁력 덕도 크다. 하지만 싸기만 해선 사지 않는 캐릭터, 컨템포러리 고객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는 것은 분명 그들이 제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더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투자가 바탕이 됐다.

서른여섯 젊은 대표가 경영하는 ‘나무’는 바잉 MD를 포함한 16명의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로 교육받은 판매 매니저가 핵심 역량이다. 디자인과 판매 인력에 투자하면서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것은 그동안 이 회사가 20개의 직영점만 운영하며, 연간 외형에서 차지하는 유통 비용을 5%로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화를 목표로 ‘나인걸’에서 BI를 교체한 ‘나인’도 올 해 ‘질스튜어트’, ‘르윗’을 이끌었던 서희정 이사를 영입하면서 기획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시즌 컬렉션 완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데, 올 가을 ‘에피소드 J’, ‘에이엠’, ‘플래쉬’ 등 캐주얼부터 비즈니스 캐주얼까지 3개 라인을 보강했다. 40개까지 늘어난 국내 직영점과 대리점, 중국 매장까지 소화하기 위한 첫 단추다.

티엔제이(대표 이기현)의 여성 편집숍 ‘트위(TWEE)’는 오프라인 편집숍을 먼저 안착시킨 후 역으로 온라인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케이스. 눈여겨 볼 점은 중소 전문기업이 실행할 수 있는 일종의 옴니채널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고객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개방형 시스템을 온라인에 구축하고 향후 고객 커뮤니티가 인디 패션을 이끌어줄 수 있는 쌍방향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