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실효성 논란 속에 정부가 행사를 정례화한다고 밝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주도하에 올해 처음 진행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메르스 사태 이후 소비가 침체되자 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2주 동안 전국 71개 백화점 점포와 398개 대형마트, 2만5400개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 2만6000여개 점포가 참여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여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정부는 또 이를 매년 정례화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제조-유통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산업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원래 블랙프라이데이의 원조는 미국이다.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미국의 유통, 리테일 업체들이 연말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80~90% 세일을 진행하는 행사가 소비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이 기간 인터넷으로 현지 상품을 구매하는 국내 직구족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세일 행사가 중국에도 있다. 바로 광군제(독신자의 날)인데, 연중 최고 매출을 매년 경신하면 국제적 이슈로 부상한 바 있다.
지난 5일, 백화점 3사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실적과 관련해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0~30% 가량 매출이 늘었다는 자료를 일제히 내놨다.
하지만 패션 업체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초반 실적 호조는 쌀쌀한 날씨와 국경절을 맞은 중국인 관광객 급증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통 업체들이 내건 블랙프라이데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미 그 행사의 성격을 알만큼 아는 ‘글로벌 컨슈머’들이 미국의 블프처럼 80~90% 할인율을 기대 했지만 기존 할인율에 10~20% 추가 할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에 크게 실망한 것이다.
업계는 행사 전부터 가을 정기세일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중 수시로 진행하는 세일에 핑계 하나가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블랙프라이데이’ 참여한 업체들이 채택한 방식은 1+1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리테일러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매입하는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국내는 재고를 제조업체가 책임지는 수수료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성공하려면 유통 업체가 아니라 제조 업체가 대규모로 참여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롯데는 6일, 남은 기간 세일 참여 제조업체와 할인율 확대, 노마진 행사 기획 등 고객 혜택을 강화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내수 활성화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평소 상품값의 33~40%를 수수료로 내는데 이번 행사에선 유통사가 수수료를 깍아줘 30%선의 수수료를 부담한다”며 “50%이상 할인 판매하는 상품에서 수수료를 이렇게 내면 납품 업체로서는 남는 게 없다”고 털어났다.
특히 제조업체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매출이 늘었지만 할인율이 높거나 균일가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 가운데 백화점에 20~30%의 수수료를 내고 나면 원가조차 챙기지 못하는 업체도 많아 유통사를 위한 행사라는 지적도 따랐다.
정부의 정례화 발표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해 마다 이 기간 제조업체들이 정상상품보다 질이 낮은 기획 상품을 만들어 유통업체 행사장에 내놓는다면 대규모 가격 할인 행사가 실질적으로 소비자한테 유리할 것도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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