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라이선스 산업이 가장 발달한 일본 시장이 최근 크게 위축되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패션 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캐릭터 부문을 빼고 1조2433억엔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3년 1조2918억엔에 비해 약 500억엔이 감소한 것으로, 2003년에 비해서는 약 40% 가까이 축소된 셈이다.
일본에 비해 늦게 시장이 형성된 국내 역시 닮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고, SPA 점유율 확대, 관례적인 선물 감소 등으로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패션 업체들이 유명 라이선스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그밖에도 많다. 백화점은 직수입과 내셔널 브랜드로 이원화되는 경향이 강해졌고, 내수 보다는 중국 진출을 모색 하는 패션 회사들이 라이선스 보다는 내셔널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
유통사들은 자신의 유통에서만 전개하는 NPB를 요구하고 있어 로열티는 더 박해졌다. 더욱이 해외 라이선스는 재정 기반이 약한 편이어서 전개사 교체도 잦다.
하지만 시장 축소 기조 속에서도 업계는 나름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며 돌파력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한류’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 덕분에 다양한 콘텐츠의 실험 무대가 되고 있으며, 홈쇼핑, 대형마트 등 신유통 채널이 개방되며 더 많은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뉴 콘텐츠 브랜딩 공격적 행보
라이선스 업체들은 과거 브랜드 좌판을 펼쳐놓고 선택을 기다리던 방식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 위기가 오히려 자극제가 된 셈이다.
SMC는 최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무민’을 내세워 롯데백화점과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한 데 이어 내년에는 ‘무민’의 작가 토베얀손 전시회를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국내서 진행한다.
이 회사 이주성 대표는 “작가의 작품을 핀란드에서 공수하고 전시회를 기획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지만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깊이 있게 대면할 수 있는 기회이며,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키기에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 한참 인기 몰이 중인 ‘스타워즈’, ‘피너츠’ 등도 영화 개봉이나 전시회에 맞춰 다양한 프로모션을 서브 라이선시와 협업해 진행하고 있다.
또 영라의 ‘미치코런던’은 스트리트 패션의 오리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일본 유명 브랜드와 손잡고 팝업스토어를 오픈했고, 이를 국내 업체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인피니스는 국내 처음으로 들여온 맥주 브랜드 ‘기네스’를 패션 기업에 제안하기 전 자체 디자인팀을 가동해 TD캐주얼, 골프웨어에 적용한 디자인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세서미워크숍의 모라 리간 수석 부사장은 “한국은 퀄리티 컨트롤, 디스트리뷰션 채널 기반이 탄탄해 라이프스타일, 패션을 공유하는데 용이하고 SNS 등 온라인까지 잘 발달돼 있어 브랜딩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춘 나라”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버버리’, ‘코치’ 등 글로벌 매스티지 및 명품이 일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 세계 최초의 라이선스가 한국에서 허용된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다.
한섬은 프랑스 ‘랑방’에 이어 최근 이탈리아 ‘일레븐티’의 라이선스 권한을 확보했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표방하는 ‘일레븐티’로서는 이례적이다.
디에프디그룹은 직수입으로 국내 전개했던 ‘마나스’와 ‘레아포스카티’의 마스터 라이선시 계약을 이끌어냈다. 세계 최초다.
이에 대해 디에프디 이혜연 해외사업부 상무는 “장기간의 파트너십을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권한을 갖게 됐고 다른 아시아 지역에 대한 매니지먼트 권한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미앤에프는 ‘마나스’의 핸드백 부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내년 런칭한다.
뉴 콘텐츠를 국내에서 인큐베이팅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미국 자동차 ‘지프’의 패션 브랜딩이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자동차는 물론 할리우드 스타, 석유회사, 타이어, 초콜릿, 과자, 패턴 디자인, 그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가 국내 속속 진입하고 있다. 해외 본사가 국내 기획력을 믿고 상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의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만 예외적으로 홈쇼핑 채널을 개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모르간·샹티·케네스콜·아가타파리 등이 세계 최초로 홈쇼핑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아시아 지역에 대한 포괄적 라이선스 권한을 확보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표권은 한 나라에만 배정되지만 국내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근 나라에 세일즈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성윤피앤피, 모던웍스, 아이피파크, 보인상사 등 상당수 전문 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겨냥해 브랜드 로열티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대형사 가세로 규모·전문성 커져
영세기업이 주류를 이루던 라이선스 업계에 대형화되고 전문화된 기업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아시아를 무대로 한 마스터 라이선시의 파워를 기업들이 인식한 탓이다.
글로벌 기업인 리앤펑에서 분사한 라이선스 매니지먼트사인 글로벌브랜드그룹은 한국에 지사를 세운 이후 1년 만에 업계 최대 기업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닥스’ 위주로만 라이선스 사업을 진행했던 LF는 헤지스·질스튜어트·캔키즈·모그핑크·티피코시·반도패션 등을 전개할 서브 라이선시 물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슈페리어는 올해 라이선스 전문업체인 유나이티드브랜딩그룹을 설립해 블랙마틴싯봉·프리베·SGF슈페리어·SGF67 외에 14개 브랜드에 대한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효성은 스포츠매니지먼트 계열사 IBW스포츠를 통해 라이선스 사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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