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보고 계신 상품은 30%세일 중입니다. 더 싼 상품을 찾아 드릴까요?”
성탄절이 끝난 지난 26일 일요일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한 남성복 매장의 판매 사원이 세일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 곳이 백화점인지 아울렛인지 헷갈릴 만큼 온통 세일에 대한 설명뿐이다.
매장 안 한 고객이 점퍼를 집어 들자 이 판매 사원은 “그 제품은 세일 안 해요, 다른 제품으로 보세요”라고 응대한다.
고객이 다른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순식간에 판매사원들이 그를 애워 싸고 더 값이 싼 제품을 들이민다. 코트 30%, 스웨터 40%, 세일폭도 제각각이다.
이 매장의 판매 사원은 “신상품을 찾는 고객을 본지 오래다. 방금 고객이 구매한 제품도 입고된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신상품인데, 세일을 해서 팔린 것”이라고 말한다.
백화점 할인이 연중 상시화 되고 있다. 과거 세일 명단에 절대 오르지 않았던 겨울 신상품부터 명품까지 할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부작용은 불보듯 뻔하다.
‘가성비’ 이어 ‘후려치기’ 등장
정가 구매 불신 커져
백화점 판매사원의 첫 응대 멘트가 ‘세일’이 되버리면서 할인하지 않는 상품은 소개 조차 하지 않는 곳들도 많았다. 잦은 세일 탓에 정가 제품을 소개하면 고객들이 오히려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일가가 아닌 정상 가격에 물건을 구입한 경우, 바가지를 썼다는 기분이 들 만도 하다.
매장에서 만난 또 다른 판매 사원은 “예전에는 '세일 때 저 물건을 사야지'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조만간 세일을 또 할 텐데 그 때 사도 괜찮지'라는 생각을 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정상 제품을 둘러 보다가도 세일이 언제 시작되는지 묻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후려치기’라는 말이 ‘가성비’에 이어 인기다.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때를 기다려 싼 값에 산다는 뜻이다.
남성복 업체 한 임원은 “잦은 할인으로 인해, 정가에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일상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원가에 비해 가격이 턱없이 높다는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백화점...사흘 중 하루 세일 행사
지난해 백화점 업계는 365일 중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세일 및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사실상 3일에 한 번씩 세일을 한 셈이다.
백화점별 세일 기간을 살펴보면 롯데는 신년 정기세일, 봄 정기세일, 여름 정기세일, 가을 정기세일 등을 실시했고 블랙쇼핑위크, 블랙슈퍼쇼핑, 블랙프라이데이, K-세일데이 등의 이름으로 100일이 넘는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도 신년세일, 봄세일, 여름세일, 가을세일, 창립44주년 사은 행사, K-세일데이 등 100일이 넘었고 신세계 역시 시즌 정기 세일과 코리아 그랜드세일, K-세일데이 등으로 비슷한 세일 일수를 기록했다.
명절과 성탄절 등 각종 기념일 할인 행사까지 더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세일 일수는 더 많다.
이에 따라 패션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할인 행사를 실시할 때 매출이 눈에 띠게 높아지는 추세를 보여, 소비 진작을 위해 할인이 불가피했다는 게 백화점 측 입장이다.
반대의 시각도 적지 않다. 여성복 업체 한 관계자는 “재고는 보유하고 있어봐야 부담만 될 뿐인데, 그마나 연말 블랙프라이데이와 각종 할인 행사로 털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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