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효 동일드방레 대표
패션 업계에서 성공한 CEO를 꼽을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 중 한 사람이 이선효 동일드방레 대표다.
삼성물산 출신으로 제일모직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을 거쳐 2009년 동일드방레 부사장에 취임한 그는 같은 해 9월 대표이사로 승진하며 ‘라코스테’의 변신을 주도했다.
성공하기 힘들다는 트레디셔널 캐주얼 시장에서 단기간에 2200억원의 대형 브랜드로 키워내는 성과를 발휘했다.
현재까지도 ‘라코스테’는 여전히 TD 시장에서 리딩 브랜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선효 대표에 대한 평가는 매출 지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패션 시장을 읽는 안목과 조직 운영, 냉철한 경영 관리 등 경영자에게 필요한 복합적인 능력에 대한 평가다.
‘에이글’ 런칭은 또 다른 도전
새해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합작법인 동일에이글이 런칭하는 프랑스 아웃도어 ‘에이글’의 런칭 역시 그의 손에 맡겨졌다. 아웃도어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출사표를 던진 배경, 불황의 늪에 빠진 패션 시장에 대한 그만의 복안이 궁금해졌다.
동일드방레와 동일에이글 두 법인 대표를 맡아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는 그를 지난 12월 말 삼성동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국내 패션 업계는 일본으로 치자면 잃어버린 20년의 3~4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타 선진국에 비해 급속하게 진행중이고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으며 절대적인 수요층 역시 줄어들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했다.
합리적 소비 경향이 짖어지며 일상적인 의류는 저가를 구매하고 특별한 날이나 필요에 의한 목적 구매는 고가나 명품을 선호한다는 것인데, 이 같은 시장에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소비자에게 브랜드 밸류(가치)를 제대로 심어 주어주는 것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밸류는 품질과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만이 아니다. 매장 인테리어, 판매 서비스 등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총칭한다.
이 대표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우리 물건을 ‘사라’고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 그것을 각자가 가진 아이덴티티와 접목해 새롭게 제안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라고 강조한다.
설령 매장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제품을 구매하기까지 스타일과 디자인을 보고 착장해 보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즉 구매행동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 다시 말해 매장 인테리어, 고객 응대 서비스, 상품 등에 있어 다른 무엇인가를 제안하고 고객의 만족감을 극대화시킬때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 춘하 시즌 런칭하는 ‘에이글’ 역시 기존 아웃도어와는 사뭇 다른 의미에서 출발한다. 철저하게 소비자 측면에서 접근, 감성과 가치, 트렌드를 제안하는 브랜드로 전개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차별화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반문해봤다. 우리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기능성 보다는 패션성과 트렌드에 충실한 것이고, 아웃도어는 말 그대로 문 밖의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아웃도어가 등산이라는 공식은 애초에 틀렸던 것이다. ‘에이글’은 데일리 의류로, 전철을 타거나 가로수 길을 거닐 때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에이글’은 제품과 인테리어에서 등산과 관련된 느낌을 최대한 배제한다. 여행, 레저, 일상생활에서 착용할 수 있는 고감도 제품과 철저히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매장 내 익스트림과 라이스타일이 공존하는 것은 구매 연령 특성상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 ‘에이글’은 런칭 준비 단계부터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모든 고객층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작됐다. 트렌드를 제품에 접목, 철저하게 20~30세대에 초점을 맞췄다. 어찌 보면 모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대표는 젊은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라고 판단하고 그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라코스테’ 역시 초기에 비슷한 상황을 거쳤다. 골프, 영 등 서로 다른 고객층이 브랜드에 혼재되어 있었는데,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젊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무엇 인가를 창출하는 작업을 선행했다. 누구를 타겟팅 하느냐가 브랜드 전략의 첫 번째 단추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통이 가능해야 일도 순조롭다” 그는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고 직원들과 대화를 즐기기로 유명하다. 경영철학은 ‘진인사대천명’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기에 달려있다’. 즉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최대한 노력해서 하면 결과가 반드시 있다는 게 그의 평소 소신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직원들에게 매출 압박을 상대적으로 덜 주는 CEO로도 알려져 있다. 매출은 임원진들이 짊어져야 할 부분이며 실무자가 일을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라는 게 그의 업무 철학이다. 직원들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용기 있게 말 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일을 과감히 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지고 모든 일이 순조로워진다고 이 대표는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업계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패션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같은 장기 불황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심화될 것이고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그런데 패션업계 스스로 단기 성과에 휘둘려 무분별한 세일과 가격 할인을 내세우며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조건을 만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만을 생각하기보다 내일을 바라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웃도어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다
예를 들어 티셔츠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동일한 인테리어와 매장 환경 속에서 브랜드를 선택하기란 힘들다.
인터뷰 말미에 접어들자, 문득 든 생각은 이 대표 특유의 안정감 혹은 균형 감각이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1시간이 넘는 내내 표정과 말투는 편안하면서도 시장에 대한 해박함과 확신에 찬 이야기들이 이어졌고 그 속에는 사람을 설득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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