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버버리」는 그동안 3개의 브랜드로 분리해서 진행하고 마케팅하던 것을 이제는 「버버리」 이름 아래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할 것을 발표했다. 이로써 캣워크 컬렉션으로 발표하는 톱엔드 상품 라인인 「버버리프로섬(Burberry Prorsum)」, 캐주얼 라인인 「버버리브릿(Burberry Brit)」 그리고 이 두 라인의 사이에 자리 잡는 「버버리런던」 등 서브 브랜드의 구분은 2016년 말부터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3월 LVMH가 「마크제이콥스」의 디퓨전 브랜드인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를 메인 라인으로 흡수한 것과 같은 흐름으로 보인다. 이러한 안티 디퓨전 브랜드의 트렌드는 지난 2012년 「돌체앤가바나」가 「D&G」를 중단한 것을 기점으로 럭셔리와 패션하우스에 급격히 퍼지고 있는 전략이다.
액세서블 럭셔리(가격 측면에서 럭셔리와 컨템포러리 사이에 포지셔닝)인 「마이클코어스」 역시 「코스바이마이클코어스」를 포기했으며 「케이트스페이드새터데이」도 단순하게 「케이트스페이드」로 통일됐다. 「DKNY」는 거꾸로 메인 라인이 중단되고 디퓨전 라인이 메인 라인으로 올라서는 등 한때 유행처럼 번진 럭셔리 부문의 멀티 브랜드화는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마이클코어스」 「케이트스페이드」도 가세
럭셔리 패션과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이 메인 라인 대비 대중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 디퓨전 브랜드다. 시그니처 라인보다 저렴한 가격대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연령이나 구매 파워 면에서 좀 더 광범위한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다. 디퓨전 브랜드를 통해 일반적으로 메인 라인을 구매하지 못하는 소비자로 대상 고객을 넓히고 이들로부터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만들어 내면서 궁극적으로 고가의 메인 라인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 디퓨전 브랜드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의 시각에서 보면 디퓨전 라인의 의미는 시그니처 라인(메인 라인)의 인기와 이미지를 빌려서 만든 저렴한 상품을 대량 판매함으로써 최대한의 이익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메인 라인보다 낮은 가격대로 포지셔닝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원단의 퀄리티를 타협하거나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게 된다.
결국 베이직하거나 캐주얼한 상품군을 많이 포함하게 되며 심지어는 브랜드 로고 등을 사용해서 브랜드의 명성과 인지도를 최대한 이익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디퓨전 브랜드다. 브랜드에 따라 디퓨전 브랜드를 인하우스에서 운영하면서 메인 라인과 나란히 리테일과 홀세일을 통해 디스트리뷰션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경우 디퓨전 브랜드는 대형 의류 제조사가 라이선스권을 획득해 진행하면서 메인 라인과는 별도로 운영되고 유통되기도 한다.
디퓨전 브랜드의 의미는 시장과 수익 확대?
1966년 이브 생 로랑이 쿠튀르의 메인 라인 「이브생로랑」 외에 기성복인 「이브생로랑리브고슈(Rive Gauche)」를 론칭한 것을 시작으로 보는 디퓨전 브랜드는 패션에서 혁명적인 변화였다. 특히 1980년대 경제 붐을 바탕으로 「베르사체」 「도나카란」 「아르마니」 등의 슈퍼 디자이너들은 「베르수스」 「DKNY」 「엠포리오아르마니」 등의 디퓨전 라인을 론칭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럭셔리와 하이스트리트를 잇는 새로운 선택 대안을 제공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분위기지만 비교적 낮은 가격대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면서 디퓨전 브랜드는 패션 하우스의 머스트 해브로 자리 잡게 됐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도 「CK」 「D&G」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등의 디퓨전 라인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디퓨전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은 럭셔리 패션 비즈니스의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메인 라인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하이엔드 브랜드 이미지를 희석시키지 않으면서 럭셔리 브랜드에 필요한 수익을 만들어 주는 디퓨전 컬렉션은 실로 최고의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었다. 메인 라인으로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고객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고객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메인 라인과 그 아래에 세컨드 라인을 운영하는 것은 최근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 경영방식이었다.
컨템포러리와 액세서블 럭셔리, 디퓨전 시장 잠식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디퓨전 브랜드의 인기와 기능에 대해 패션 하우스들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2010년을 전후로 액세서블 럭셔리(가격대로 럭셔리보다 저렴한)와 컨템포러리 패션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과거 디퓨전 브랜드들이 독점하던 럭셔리와 하이스트리트 사이의 시장이 붐비기 시작하며 디퓨전 브랜드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게 됐다.
「마이클코어스」로 대표되는 액세서블 럭셔리 브랜드를 시작으로 어드밴스드 컨템포러리(「필립림」 「알렉산더왕」), 컨템포러리(「토리버치」 「띠어리」 「코치」 「산드로」 「마쥬」) 등 현재 가장 붐비는 시장에 디퓨전 브랜드들이 겹치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루이비통」 같은 럭셔리 브랜드와 「자라」 같은 하이스트리트 브랜드 사이에는 디퓨전 브랜드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 이 영역으로 컨템포러리와 액세서블 럭셔리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경쟁이 없던 1990년대에 성장한 디퓨전 브랜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그 입지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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