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구분 더 이상 의미 없다”
직장인 A씨(36)는 평일 퇴근길에 백화점을 찾아 비즈니스 캐주얼 한 벌을 장만했다.
재킷은 신사복 매장에서, 치노 팬츠는 TD캐주얼에서 골랐다. 셔츠는 SPA의 값 싼 제품을 택했다.
과거 한 매장에서 한 번에 쇼핑을 하던 남성 고객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스스로 이곳저곳 매장을 옮겨 다니는 소위 ‘소비자 편집’이 시작된 것이다.
백화점 등의 유통이 구분 지어 놓은 조닝과 PC의 경계도 이같은 소비 성향으로 인해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백화점 남성복은 몇년째 ‘마이너스 실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전 점포를 기준으로 한 남성복 시장은 신사복(정장) -9.5%, 캐릭터캐주얼 -5%로 뒷걸음질쳤고, 컨템포러리만 10% 신장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계 없앤 갤러리아 … 꾸준히 신장
서인각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장은 “과거 쇼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관심도 적었던 남성 소비자들은 한 매장에서 원스톱 쇼핑을 하는 성향이 많았지만, 최근 그 같은 룰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2년 전 브랜드 경계와 벽을 없앤 갤러리아 웨스트점은 리뉴얼 이후 꾸준히 신장 하고 있다.
2년 전 갤러리아의 시도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러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장 벽을 허물고 한 층을 한 콘셉트로 통일한 편집형 매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추세를 반영해 국내 최대 점포수를 보유한 롯데도 올 하반기부터 새 단장 점포에 편집매장과 보더리스(borderlessㆍ경계가 없는) 매장을 늘리기로 했다.
원숍 브랜드 중심으로 PC 경계가 뚜렷했던 롯데 역시 새로운 소비 경향을 받아들인 것이다. 더불어 신사복과 캐릭터캐주얼 PC 축소도 추진된다.
신세계는 본점 남성층의 매장간 경계를 허무는 등 일찍이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리뉴얼 개장한 강남점은 남성이 아닌 타 복종에서 경계를 허무는 MD를 진행했다. 슈즈 전문관이나 아동전문관, 생활전문관(38.7%) 등 신세계가 강남점에 도입한 전문관은 원숍 매장이 아닌, 콘텐츠로서의 패션을 표현한 사례다.
고급 이미지 포장 더 이상 안 먹혀
이들 매장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어 향후 남성패션 층의 변화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매장들은 한 개 층을 거의 다 사용하다시피 하며, 카테고리킬러와 같은 성격을 가진다는 게 특징이다.
신광철 크레송 상무는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는 공급 과잉시대에 대한 반작용으로 같은 제품, 같은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브랜드에 국한하지 않고 선택하는 수요경향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간 백화점 남성복은 경제력 있는 소비자에 주로 초점을 맞추며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폐쇄형 매장을 선호해 왔다.
개방형 매장은 소비자가 부담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비교적 값싼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백화점이 잠재력 있는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는데 관심을 보이면서 고가 브랜드에도 개방형 매장을 과감히 적용하고 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상품을 사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면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이 늘고 있다”며 “올 하반기 테스트를 거친 다양한 시도들이 내년 실제 매출 증대 효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목적 구매가 높은 남성복 시장의 변화를 더 이상 미룰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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