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눈이 핑핑 돌 지경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구조조정 소식이 쏟아져 들어 온다.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한국 패션산업이 작년 재작년 직격탄을 맞은 뒤 이제는 살아 남기 위해 본격적인 메스를 꺼내 들었다. 문제는 너도 나도 투매 현상이 일어나다 보면 한국 패션산업이 치유불능 사태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다.
패션대기업부터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통 특히 백화점도 좌불안석이다. 이대로 가다간 백화점 유통을 채울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해 지기 때문이다. 실제 제도권의 신규 브랜드 론칭이 갈수록 줄어 들자 백화점은 비제도권의 동대문패션을 입점하는 등 대안을 찾았으나 반짝 쇼잉에 그쳤다. 입점 초기와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수수료 인상 등의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동대문패션 브랜드들이 아쉬움 없이 백화점을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는 온라인과 쇼핑몰이라는 대안유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통 스스로 자체 콘텐츠를 탄탄하게 확보해 오지도 않았다. 무소불위 전횡을 휘둘렀던 백화점이 을의 입장으로 전락할 시점도 머지 않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최근 빅3 유통 중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이 독보적으로 질주하고 있는 비결은 자체 콘텐츠 확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인수한 한섬(대표 김형종)과의 시너지가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패션브랜드 속속 중단, 백화점 유통도 진퇴양난
한섬이 보유한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덱케」 「더캐시미어」 ‘톰그레이하운드’ 등 대표주자들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비롯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과 송도점에서도 MD의 중심 축을 잡아 주고 있다.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도 한섬 브랜드들이 1층의 박스 매장에 입점해 상호 윈윈효과를 톡톡하게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11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한섬이 최고의 브랜드파워를 지켜 나가면서 상품력 제품력을 탄탄하게 다져온 것이 주효했다. 기존 브랜드는 브랜딩을 강화하면서 패션잡화 「덱케」 라이프스타일 「더캐시미어」 신규 론칭과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의 확장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니치 마켓인 시니어층을 메인 타깃으로 하는 신규 여성복 론칭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10월에 더한섬닷컴(www. thehandsome.com)을 선보여 창사 이래 처음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영어 중국어 버전은 물론 전세계에서 한섬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까지 탑재했다. 올 2월에는 모바일용 앱도 개발 완료했다. 시공을 초월한 만큼 더한섬몰은 론칭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5년 내 1000억원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 한섬, 韓 패션산업 해법 제시
현대백화점그룹과 한섬과의 승승관계를 통해서 혼돈의 늪에 빠진 한국 패션산업의 해법을 찾아 본다. 바로 각각의 ‘업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생활패턴 구매심리 분석을 통해 유통업은 유통업대로, 패션업은 패션업대로 최적의 상품(콘텐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최적의 구매 시스템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섬은 모회사인 현대백화점을 비롯 빅3가 아울렛 매장을 오픈하면 매출과 수익이 나오는 가두 아울렛 매장을 1:1로 철수해 전체 아울렛 매장수를 조절했다. 당장 효율이 날지라도 아울렛 매장이 많아지면 백화점 정상 매장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지속성장 가능한 브랜딩 관점에서 내린 의사결정이다. 과연 국내 패션기업 중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데가 몇 곳이나 될까? 한국패션산업의 해법은 바로 업의 본질을 찾고 이를 소신 있게 실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하면 너무 평범한 진단일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평범한 속에 절대적인 진리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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