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과 두려움은 숟가락과 젓가락과 같다

2016-07-07 00:00 조회수 아이콘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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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패스트 패션 몬테밀라노(Monte Milano)는 실용성을 강조한 합리적인 중저가 브랜드를 표방한다. 중년 여성을 주요 타켓으로 틈새시장을 겨냥한 몬테밀라노는 ‘디자이너가 만든 엄마들의 SPA’를 모토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며 디자인과 품질, 가격 면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제품혁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가격”이라고 강조하는 몬테밀라노 오서희 대표는 직영점과 대리점 등 현재 60여개 매장을 앞으로 대폭 늘리고 이탈리아 밀라노 한가운데에 몬테밀라노 매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엄마들의 패스트 패션’을 만든 장본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글로벌 패션계에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몬테밀라노 대표 겸 수석 디자이너이기도 한 오서희 대표는 디자이너 감성을 중요시한다. SPA브랜드라고 하면 디자인적인 요소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 수 있지만 몬테밀라노의 옷들은 웬만한 디자이너 브랜드 못지않게 화려하고 감성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디자인과 품질이 좋고 가격까지 합리적이면 안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만큼 소비자가격을 중요시하는 오 대표는 ‘내 돈을 남의 주머니로 쉽게 옮겨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 세상에는 예쁜 옷 천지인데 확실한 메리트 없이 내 주머니의 돈을 쉽게 다른 이의 주머니로 옮겨줄 고객은 없다. 그녀가 말하는 몬테밀라노의 성장비결은 ‘고객이 뭘 원하는지 끊임없이 찾는 것’이다.


15년간 고유의 영역 구축한 패션계의 블루오션
얼핏 수입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몬테밀라노’는 이탈리아어로 ‘산’을 뜻하는 ‘Monte’와 이탈리아 패션의 도시 ‘밀라노(Milano)’에서 따온, 오 대표가 직접 만든 브랜드다. 사실 밀라노에는 산이 없지만 몬테밀라노를 전 세계 패션의 산으로 만들겠다는 그녀의 포부를 담고 있다.
몬테밀라노의 성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주부들을 타겟으로 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이다. 소비의 결정에서 가장 큰 파워를 가진 주부들이지만 또 그들만큼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층도 없다.
“자라를 이기고 유니클로를 이길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비켜나가야죠. 론칭한 지 15년이지만 아직도 우리와 비슷한 브랜드가 없어요. 크로커다일이 타겟 연령층과 가격대는 비슷한데 그쪽은 우븐 원단의 정장 위주고 우리는 니트, 다이마루(환편기 원단)의 편안한 스타일로 디자인 콘셉트가 서로 달라요. 패션 쪽에 더는 블루오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제가 보기엔 아직도 몇 개 있습니다.”
변화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더욱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회사는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는 전제로 일한다는 오 대표는 많은 이가 블루오션은 찾고 싶어도 불안감은 원치 않는 모순을 지적한다.
“저는 블루오션과 두려움은 숟가락과 젓가락이라고 생각해요. 블루오션은 늘 두려움과 동행합니다. 일반적인 두려움이 아닌 내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불안감이에요. 그 정도가 아니라면 웬만한 블루오션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백화점을 놀이터 삼은 디자이너의 꿈
몬테밀라노의 첫 시작은 중저가 패스트 패션이 아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수입한 브랜드의 수입편집 매장이었다. 수입브랜드의 일차적인 문제점은 어느 날은 안 되고 어느 날은 잘 되는 등 꾸준한 매출 유지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수입브랜드 편집매장의 고객은 대부분 주부와 중년 여성이었다. 덕분에 오 대표는 예쁘고 화려한 프린트의 옷을 편안한 패턴으로, 물빨래가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야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백만 원짜리 옷을 사도 그 옷을 유지하기 위한 세탁 비용을 아까워하는 것이 바로 주부들이다. ‘고객들의 스쳐 지나는 말이 참고서 맨 뒤에 있는 답안지’라는 그녀는 직접 생산·유통하는 주부 대상의 중저가 브랜드에 관심을 두게 됐고, 생산공장을 중국에 세우며 몬테밀라노를 시작하게 됐다.
의상 디자이너는 오 대표가 일곱 살 어린 시절부터 꿈이기도 했다. 1970년대 초반 식빵 자르는 기계를 개발한 그의 부친이 제기동에서 공장을 운영했기 때문에 어머니는 어린 그녀를 데리고 종종 인근 백화점에서 옷을 사곤 했다. 지금은 없어진 당시 청량리의 맘모스백화점과 제기동의 미도파백화점에 엄마를 따라다니며 그녀는 예쁜 옷들에 매료됐다. 그녀가 몬테밀라노를 운영하며 대리점이 아닌 백화점 유통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대리점이나 다른 쪽은 잘 몰라요. 백화점은 일곱 살 때부터 제가 놀던 곳이고 익숙하니까 몬테밀라노 유통은 당연히 백화점을 생각했죠. 백화점에서 물빨래 가능한 화려한 프린트의 중저가 옷을 판매하니 고객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업계에서 ‘오서희는 백화점 좋아하는 사람’으로 유명해요. 지금도 저는 백화점에 가면 기분이 좋고 두근거립니다. 매장도 깨끗하고 사람들도 예쁘고 구경할 물건도 많고. 백화점은 엄마들의 놀이동산이거든요.”


두 번의 실패가 가져다준 행운
60여 개의 매장과 380명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몬테밀라노는 그녀의 세 번째 사업이다. 앞서 패션사업과 요식업을 깨끗이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세 가지로 그토록 좋아하던 패션업을 시작한 것, 서른셋의 나이에 바닥까지 망한 것, 그리고 다시 패션업으로 재기한 것을 꼽는다.
지금은 너무나 잘 아는 것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더 버티는가 덜 버티는가의 차이일 뿐 그때 망하지 않았어도 분명 나중에 망했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대호가든이라는 고깃집을 했었어요. 얼마 전 제가 어느 매체에 연재한 칼럼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저는 사업을 고깃집에서 배웠습니다. 판매하려는 아이템이 옷이든 고기든 그 포장만 다를 뿐이지 직원관리부터 회계, 영업 등 모든 시스템은 똑같습니다. 실패했지만 또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거죠.”
올해의 목표를 묻자 오 대표는 올해든 내년이든 후년이든 몬테밀라노의 1순위 목표는 변함없이 ‘품질’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녀가 직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도 생산이다. 아무리 디자인과 패턴이 좋아도 바느질이 깔끔하지 않으면 그냥 ‘싼 옷’이다. 직영공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는 유니클로 생산공장과 협약을 맺고 생산을 시작했다. 품질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공장인 만큼 더욱 탄탄한 품질의 몬테밀라노 옷을 만나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내 한 조각이 없다면 퍼즐이 완성되지 못하게’
사실 오 대표는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수식어로 더 유명하다. 미국에서 잠시 광고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다른 미스코리아 출신들처럼 연예계로 빠지지 않은 이유는 연예인 끼보다는 디자이너 끼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설사 연예인이 되었다고 해도 예쁘고 재능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금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것만큼 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그녀는 그 과정에 어려움은 있었어도 어릴 때부터 품었던 꿈을 이룬 지금이 행복하다.
2007년 중국의 첫 해외 직영매장을 열기 위해 상하이로 가는 길, 오 대표와 통화하던 어머니가 한 말을 그녀는 지금도 기억한다. “목표 없이 돈 벌지 말아라”였다. 자기가 지금 이 시각,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는 그녀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가치 있게 쓰고 뭔가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지, 개인의 부와 명예만 좇는 것은 너무 장사치 같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1년의 2/3를 외국에서 체류할 정도로 바쁜 나날이지만 그녀는 앞으로 더 열심히 뛰어서 몬테밀라노를 최고의 디자인과 최고의 패턴, 최고의 바느질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오 대표가 좋아하는 문구가 하나 있다. 몬테밀라노 관리팀 과장에게서 들은 말로,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이기도 하다.


‘퍼즐에서 내 한 조각이 없다면 그 퍼즐이 완성되지 못하게 하라’. 

한국형 패스트 패션 몬테밀라노(Monte Milano)는 실용성을 강조한 합리적인 중저가 브랜드를 표방한다. 중년 여성을 주요 타겟으로 틈새시장을 겨냥한 몬테밀라노는 ‘디자이너가 만든 엄마들의 SPA’를 모토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며 디자인과 품질, 가격 면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제품혁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가격’이라고 강조하는 몬테밀라노 오서희 대표는 직영점과 대리점 등 현재 60여개 매장을 앞으로 대폭 늘리고 이탈리아 밀라노 한가운데에 몬테밀라노 매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엄마들의 패스트 패션’을 만든 장본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글로벌 패션계에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