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유통구조 혁신·소싱력 향상 선행돼야
브랜딩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다. 패션업계에 독창적인 디자인이 존재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브랜드의 가치가 됐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패션업계도 브랜딩이 화두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가 어떻게 자리잡고, 무엇을 떠오르게 할 것인지 골똘히 고민한다. 이에 브랜드들은 차별화된 가치와 수단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전략들을 내세우고 있다.
패션리테일페어는 어떤 스타가 등장할지 패션과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곳 중 하나다. 이러한 점을 활용해 페어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국내외로 브랜드 인지도를 넓혀가는 곳이 있다. 또 브랜드 콘셉과 아이덴티티를 부각시키며 이미지를 다져가는 곳이 있으며,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브랜드를 친근하게 어필하는 전략을 택한 곳도 있다.
◇ 페어 통해 브랜딩 초석 다진다
홀세일 브랜드는 해외시장 없이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상품을 팔고 홍보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내외 바이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페어는 입지를 다져나가려는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또 현장에서 만나는 패션업계 네트워크를 통해 브랜드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알팩닷컴은 이러한 이유로 올해 5회 연속 패션리테일페어에 참가한다. 김경환 알팩닷컴 대표는 “패션리테일페어를 통해 ‘버프’와 ‘알록’을 패션브랜드로 인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팩닷컴은 지난 2002년, 아웃도어 브랜드를 수입해 유통해오다 지난 2012년에는 PB 브랜드 ‘알록’을 만들었다. 알팩닷컴이 전개하는 브랜드들은 아웃도어 용품을 취급하는 곳과는 거래를 많이 텄지만 한계가 있었다. 김 대표는 브랜드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무너뜨리고 유통망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알팩닷컴은 첫 회부터 연속으로 패션리테일페어에 참가하면서 백화점과 같은 대형채널의 유통망을 늘렸다. 특히 ’버프’는 아웃도어 제품으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페어를 통해 현대백화점의 패션잡화 코너에 당당히 들어섰고 롯데백화점 5개 지점에 입점해 판매 중이다.
페어를 전략적으로 가져가고 있는 알팩닷컴은 이번에는 패션멀티브랜드숍과 라이프스타일숍 입점을 목표로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재환 디자이너의 ‘바실리’의 세컨 라인 ‘로만 바실리’도 페어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디올’ ‘에르메스’ ‘끌로에’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이 디자이너는 지난 2007년 ‘재환리’로 프랑스 파리 컬렉션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에는 패션리테일페어에서 세컨 브랜드 ‘로만바실리’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해외를 중심으로 성장한 ‘바실리’와 반대로 ‘로만바실리’는 국내 기반이 필요했다. 실력파 디자이너가 국내에 선보인 세컨 브랜드의 반응은 뜨거웠다. 셀렉트숍, 백화점, PR에이전시 등 다양한 곳에서 관심을 표했고 콜래보레이션 제의도 넘쳐났다. 이 디자이너는 이외에도 페어에서 만난 다양한 패션업계 관계자들과 우리나라 패션의 발전에 대해 논의하며 브랜드 방향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고.
향후에도 ‘바실리’는 해외 및 국내 컬렉션에 참가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세컨 라인 ‘로만바실리’는 국내 및 아시아권에 유통하고 콜래보를 진행하며 브랜딩할 계획이다.
◇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승부한다
확고한 브랜드 콘셉은 소비자들을 열광케 한다. 그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인 스토리는 국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카드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가진 명확한 키워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한다면 금새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을 공급하면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블랙 스트리트’라는 새로운 콘셉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카네브로스’. 블랙 패션은 ‘릭오웬스’ ‘가레스퓨’ ‘요지 야마모토’ 등 여전히 해외의 고가 브랜드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한국발 중저가의 블랙 패션을 들고 나왔다. 베이직한 스타일에 스포티즘의 기능성을 강조해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4만9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퀄리티 있는 항공점퍼는 초두 물량 4000장을 완판시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카네브로스’는 ‘무신사’ 등 유명 온라인 셀렉트 숍과 다수의 오프라인 편집숍에서 매출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은혁 ‘카네브로스’ 대표는 “브랜딩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꼈다. ‘카네브로스’는 처음부터 블랙 패션에 열광하는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잡았고 10년 이상 동대문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놀랄만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캔버스천의 습작들로 만들어낸 가방 ‘얼킨’ 또한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성동 대표는 “친구들이 졸업 작품에서 쓰인 습작들을 모아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얼킨’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이 대표의 손을 거친 모든 가방들은 아티스트의 회화적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또 세상에 단 하나의 제품이라는 특별함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의류학을 전공한 이대표의 감각을 불어 넣었다.
‘얼킨’의 아이덴티티는 판매된 이후에도 드러난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새 캔버스 등의 미술재료를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신진 작가 전시를 개최해 작가들의 작품 유통 및 판매를 지원하는 데 쓰고 있는 것. ‘얼킨’은 예술문화의 가치를 대중과 공유하고 그 수익을 아티스트들에게 환원하면서 더 나은 창작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 엄지손가락으로 말한다
SNS를 빼고 브랜딩을 논할 수 있을까. 브랜드들은 SNS에 콘텐츠를 계획에 따라 생산하고 유통시키기도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는 그들의 기대 이상으로 자유롭게 확대·재생산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 여기 이러한 파급력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곳들이 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키클루’는 이미 많은 해외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중국 바이어들을 타깃으로 중국 블로그, 위챗, 웨이보 등을 전략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 그래서인지 국내외 전시회에서 ‘키클루’의 부스는 행사 기간 내내 다수의 중국 바이어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김형록 ‘키클루’ 대표는 가장 먼저 중국 블로그에 한류 스타를 활용한 패션 정보를 올려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이 내용을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위챗, 웨이보 계정과 연동시켜 그들의 문화를 파고들었다. 이는 ‘키클루’라는 브랜드를 중국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블로그는 현재 3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최근 김 대표는 현지인에 비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왕홍을 통한 마케팅을 계획 중이다.
SNS 속 연예인들의 소품으로 유명세를 탄 ‘플레이노모어’. 이 브랜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해 열린 서울패션위크에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카 넥스트 톱 모델’의 미스 제이가 ‘플레이노모어’ 가방을 들고 나오면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후 타아라 뱅크스도 이 가방을 SNS에 공개해 화제를 키웠다. 국내에서도 바통을 이어 연예인들의 SNS 속 쉽게 볼 수 있는 아이템이 된 것. 브랜딩은 SNS속 유저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이뤄졌다.
많은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플레이노모어’는 현재 약 1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플레이노모어’의 SNS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해외 각국의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플레이노모어’는 향후에도 국내외 팬층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SNS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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