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 서울걸즈콜렉션에서는 여성복으로 참여한 신진디자이너 브랜드의 런웨이쇼가 있었다. 자신들을 크루(crew)라고 칭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는 이승빈 디자이너를 만나보았다.
Q. 서울걸즈콜렉션에 참가하셨던 얘기들을 좀 들려주시겠습니까?
음악과 콘서트에 관심이 있는 대중들의 관심을 패션쪽으로 돌려보자는 것이 행사의 취지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현장반응에 있어서는 디자이너 패션쇼가 진행될 때보다는 가수들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브랜드들의 경우에는 참여한 가수분들에게 자신들의 의상을 입혀서 런웨이를 함께 하기도 했지만, 저는 옷을 제작할 때부터 모델분들의 스펙에 맞게 제작을 했기 때문에 가수분들이 착장했을 때, 어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Q. 서울걸즈콜렉션에 참가하셨을 때의 어려움은 어떤 점들이 있었었나요?
원래는 작년 11월에 진행하기로 했었는데, 일정이 많이 미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마 참여브랜드도 이전 행사보다는 작았던 것 같습니다. (10회 SGC에는 LEE SEUNG BIN을 비롯해 페이퍼스튜디오, 뮤즈바이로즈, 마리한복 등 4개 업체가 참여했다)
다음 번에는 서울패션위크의 트레이드 쇼인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에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대선제분에서 열린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봤을 때, 신진디자이너들에게는 더 발전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SGC 착장수가 23가지였는데, 좀 더 스타일 수를 늘리면 제너레이션넥스트에도 참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SGC에서 모델지원도 받았었는데요, 그 중에 괜찮은 분들을 다시 섭외해서 LOOKBOOK 촬영작업을 같이 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전부터 크루(CREW)들을 만들고 싶었는데요. 크루는 같은 배를 타고 같은 일을 해가는 동료들을 의미합니다. 패션쪽에서도 크루와 같은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으면 분명 윈윈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들이 함께 작업공간이나 봉제공장들을 운영하는 식으로 말이죠. 결국 일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이번에 LOOKBOOK 촬영작업을 같이 하는 포토그래퍼도 저희의 크루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생각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Q. 언제부터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신 건가요?
학창시절에 헬스 운동을 하면서 저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운동을 하면서 생각한 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힘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옷을 좋아하게 된 것도 운동을 했던 것처럼 일종의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리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옷에 대한 결핍도 좀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핍이 갈망으로 발전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그럼 서울은 언제 올라오신 건가요?
서울은 23살에 올라왔습니다. 당시에는 무조건 옷에 관련된 일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백화점 판매일도 했었었는데, 코데즈컴바인과 페리엘리스 아메리카에서 일했었습니다. 페리엘리스는 10대 미국의 디자이너 중에 한 명인데, 당시 제일모직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해서 국내에서 유통전개를 하고 있었고요.
매니저를 하라는 제안까지 받은 것을 보면, 나름 열정적으로 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제 롤모델이 코데즈컴바인의 박상돈 회장이었기 때문에 의류업계의 다른 파트의 일들을 더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창업으로 쇼핑몰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자금을 모으고 사업을 준비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대로 일이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를 어영부영하면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옷에 대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원단시장에서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원단종류가 다양한 겉감 쪽으로 일했어야 했는데, 당시 제가 들어간 원단매장은 안감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1년 정도를 낮에는 원단매장의 일을 하고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는 라사라 패션학원에서 의상을 공부했습니다.
Q. 디자이너 일은 언제부터 하시게 된 건가요?
그때 제가 26살이었는데, 디자이너로서 실무에 들어가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였습니다. 처음 디자이너 일을 시작한 곳은 동대문 도매시장에 5개의 매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박리다매로 판매를 하는 곳이었는데, 대량으로 발주하면서 최저가로 옷을 생산하는 곳이었습니다. 3개월 정도를 일했는데, 디자이너라기 보다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하고 거의 두 달 동안 일을 구하지 못했는데, 그 기간 동안 자괴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래도 열심히 하고 일을 잘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디자이너로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깐, 자존감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피팅이 안되기 때문에 남자 디자이너가 설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던 상황에서 라사라 패션학원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이 도매시장에 일자리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원이기 보다는 리오더 작업을 해주는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는데, 한 달 정도를 그렇게 일했을 때, 오더를 주는 회사에서 직원으로 채용을 해주었습니다. 당시 월급이 80만원으로 열정페이라면 열정페이지만, 저는 빨리 자리를 잡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 일을 배워두지 않으면 다음이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유어스와 APM에 매장이 있는 곳이었는데, 그 곳에서 제일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작업지시서를 혼자서 꾸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그 후에는 디오트의 매장으로 옮겨서 여성복을 디자인했습니다.
Q. 이승빈컴퍼니는 어떻게 해서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스타일리스트가 포함된 지인분들이 맨투맨을 기획해보자는 제안을 해왔었고, 첫 판매에 2차 리오더까지 진행했었습니다. 나름 성공적이었지만, 팀원들의 사정으로 인해서 계속하지 못하게 되었고, 저 역시도 그 과정에서 디오트의 매장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매장일에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또 창업자금까지 2천만원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밸런스가 깨지면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 보다는 집중하면서 제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동생이 패턴일을 배우러 서울에 올라왔었기 때문에 작업실을 세팅하면서 물건도 쌓아두고 그 곳에서 사업자도 내면서 일이 진척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출받은 자금으로 쇼룸을 만드는데 돈을 썼어야 했는데, 그 때는 입점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돈으로 모두 옷을 만드는데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컨셉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팔리지 않았습니다. 도매시장에 나와있는 옷들과 차이가 없었던 것이죠. 목표로 했던 방향성이 신진디자이너 브랜드였는데, 어중간한 제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한번 실패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왜 이렇게 됐을까 돌이켜 보았을 때, 제 옷에는 컨셉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Q. 한편에서는 유니섹스라는 컨셉을 가져가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여자 옷은 광범위하고 다양합니다. 단편적으로 남자들이 입는 옷들은 여자들이 모두 입을 수 있지만, 남자들은 입을 수 없는 여성 옷들이 있습니다. 저는 여성복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데, 그런 관점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니섹스 컨셉이 나온 것 같습니다. 남성복에서 좀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Q. 소재적인 면은 어떻게 접근하고 계신가요?
보드레라는 안감용 원단을 겉감으로 활용해본 적이 있습니다. 원단이라는 것이 사용상의 정의를 해놓은 것 뿐이지, 그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음 시즌에는 요즘 많이 사용되고 있는 네오프렌 소재를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Q. 개인브랜드 전개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었나요?
결국은 마케팅과 자금적인 부분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옷을 만들어내는 생산적인 부분은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공공의 기관들에서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원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최범석 디자이너와 같은 성공사례가 더 나와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성공사례의 하나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제 작업실이 있는 천호동에 쇼룸을 낼 계획이고, 이승빈컴퍼니를 알릴 수 있는 전시회에도 참여하려고 합니다. 유통 측면에서는 직영 온라인몰이 있지만, 편집샵들을 위주로 입점을 시킬 예정입니다. 백화점 팝업을 진행했던 길리컴퍼니의 사례를 보면서 최근에는 저희도 백화점 팝업도 기회가 되면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낮에는 원단을 발주하고 자재를 나르고 있지만, 그 때부터 저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패턴을 배울 때도 남들보다 조금 앞서 나갔습니다. 선생님이 아직 가르쳐주시지 않은 복종들을 미리 혼자서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열심히 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깐 주변에서도 저를 많이 도와주고 알려주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