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백화점 엑소더스 시작됐다

2016-08-08 00:00 조회수 아이콘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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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크던 만큼 실망도 컸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매출 급락을 경험한 패션기업들은 이번 7월 백화점 정기세일에 큰 기대를 걸었다.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백화점 역시 이번 S/S시즌 오프를 기점으로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대대적인 세일 물량을 준비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전년 대비 1.3% 신장에 그쳤고, 현대백화점 역시 0.7% 신장에 머물렀다. 신세계백화점이 9.8% 신장으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으나 본점 시내 면세점 오픈, 강남점 증축, 부산 센텀시티몰 오픈, 경남 김해점 오픈 등을 감안하면 롯데 현대 등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30년간 패션산업을 쥐락펴락하던 백화점들이 한없이 초라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무리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도 무슨 소용이 있어요? 백화점을 찾는 내점고객 자체가 크게 줄었는데…. 과거에는 수익이 나지 않아도 마케팅과 홍보효과를 감안해 백화점에 매장을 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어요. 우선 살고 봐야죠.”

백화점 7월 정기세일 성적표 ‘너무 초라해 T.T’
“백화점의 순기능이 끝나고 역기능만 부각되는 것 같아요. 호시절에는 수익이 나지 않아도 버틸 재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브랜드가 손해를 보면서 백화점에 남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데요. 지금과 같은 천정부지 수수료 체계에서 백화점에서 수익을 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만큼 브랜드가 자체 구조조정을 하거나 대안유통을 찾아 떠나는 게 최선입니다.”

그래서일까? 패션기업들의 ‘백화점 엑소더스’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LF(대표 구본걸)는 여성 캐릭터 「모그」를 시작으로 올해 초 남성복 「일꼬르소」와 영 캐주얼 「질바이질스튜디오」까지 백화점 영업을 중단했다. LF는 이 브랜드들을 모두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했다.

중견 패션기업인 시선인터내셔널(회장 신완철)도 여성복 「칼리아」와 남성복 「캘번」의 백화점 영업 중단을 시작으로 올해 「르윗」까지 이 대열에 추가했다. 이 브랜드들은 홈쇼핑이나 온라인 전용으로 유통채널을 갈아탔다. 리앤한(대표 한창훈) 역시 스포츠 캐주얼 「EXR」의 백화점 유통을 모두 철수하고 온라인 전용으로 바꿨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개 아이템도 슈즈에 집중한다.

삼성물산, 「엠비오」 「라베노바」 중단 결정 
아예 브랜드 사업을 포기한 경우와 백화점 유통을 축소한 사례까지 감안하면 패션기업들의 백화점 엑소더스 현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삼성물산(패션부문 사장 이서현)은 무려 5개의 백화점 주력 브랜드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남성복 「로가디스컬렉션」 「로가디스그린」 「엠비오」를 비롯 「빈폴키즈」, 패션잡화 「라베노바」까지 브랜드 사업을 중단한다. 최고급 남성패션을 지향하던 「란스미어」도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단독매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 중 남성 캐릭터 「엠비오」의 중단과 이제 론칭 2년 차인 「라베노바」의 정리는 아쉬움이 크다. 두 브랜드 모두 삼성패션이 보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상 꼭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론칭 21년 차의 「엠비오」는 남성 캐릭터 시장의 대표 주자로 평가될 정도로 상품력과 인지도를 갖췄음에도 최근 4~5년 동안의 매출 부진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고배를 마시게 됐다. 

나머지 3개 브랜드는 통폐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결국 브랜드 정리와 동일 개념이다. 삼성 측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로가디스컬렉션」은 같은 정장 브랜드인 「갤럭시」와 통합하고, 남성 캐주얼 「로가디스그린」은 가두 유통형 브랜드인 「로가디스(과거 로가디스스트리트)」와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빈폴키즈」 역시 남성복 「빈폴」의 키즈 라인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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