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온’ ‘보이런던’ ‘잔스포츠’ 등 신규 고객 창출하며 승승장구
최근 길거리에 낯익은 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0~20대의 젊은층들이 ‘챔피온’ ‘보이런던’ ‘잔스포츠’ 등 추억 속 90년대 브랜드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드라마나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계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복고열풍이 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만, 과연 90년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10대와 20대들에게도 ‘복고’가 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90년대 브랜드의 화려한 귀환,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 1020세대를 사로잡다
복고풍 브랜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90년대 브랜드의 실제 소비층은 10~20대가 대다수다. 과거 서태지가 입어 화제가 됐던 ‘보이런던’은 최근에도 지드래곤, 엑소, AOA 등 연예인이 입은 모습이 많이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10~20대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잔스포츠’의 주요 소비층도 18~24세. 특히 신학기면 매출이 크게 뛰어 실제 구매층 중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잔스포츠’에서 4~5개의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방 브랜드 인지도 조사 결과에서도 선호 브랜드 1위가 ‘잔스포츠’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와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인스타그램에서도 그 인기는 잘 드러나고 있다. 10~20대들은 90년대 브랜드의 아이템을 입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자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태그된 숫자로 살펴보면 ‘챔피온’이 10만 493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휠라’가 1만6924, ‘보이런던’이 5337, ‘잔스포츠’가 3829건으로 뒤따르고 있다.
◇ 리테일시대 적응 완료
소비층만 변화한 것이 아니다. 사업의 형태 자체도 시장의 변화에 흐름에 따라 뿌리까지 바꿨다. 과거 백화점과 가두점을 중심으로 모노샵을 운영됐던 90년대 브랜드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유통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판매처는 셀렉트숍이다. 셀렉트숍은 브랜드 타깃층인 10~20대가 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굳이 많은 투자금을 들이지 않더라도 브랜드를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주력하고 있는 곳은 온라인 채널. ‘챔피온’은 지난해 온라인 셀렉트숍 ‘힙합퍼’에서 하루에 맨투맨 티셔츠를 200장씩 팔며 온라인 채널의 파워를 실감했다.
숍인숍도 90년대 브랜드들의 귀환 방식 중 하나다. ‘보이런던’은 셀렉트숍 ‘원더플레이스’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 한켠에 단독 브랜드 존을 구성,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한국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곳에서 내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35~40%에 달한다. 두타의 30㎡ 소규모 매장에서도 평균 일매출이 5000만원을 올리며 높은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8억6000만원의 월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 남들에겐 없는 그것, ‘히스토리’
“요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잖아요.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고요. 수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안겨준 게 오히려 저희에겐 호재로 작용했어요. ‘그래도 가방 하면 ‘잔스포츠’’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으니까요.”
‘잔스포츠’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요즘 소비자들은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 자신이 살 상품을 골라내야만 한다. 디자인이나 퀄리티는 비슷한 수준. 그럴 때 소비자들이 주목하게 되는 것이 바로 ‘브랜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90년대 브랜드들이 지닌 히스토리는 훌륭한 차별화 소재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다른 브랜드가 지니지 못한 역사성에 호기심을 느끼며 가치를 부여한다. 수많은 헤리티지 브랜드들이 세월에 변함없이 사랑받는 것과 같은 이유다.
◇ 유행에 구애받지 않는 히트 아이템 파워
트렌드는 패션 브랜드들의 딜레마다. 유행을 쫓자니 적중을 못하면 피해가 막심하고, 무시하려니 다른 브랜드에 소비자들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그런데 90년대 브랜드들에게는 이런 걱정이 별로 없어 보인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히트 아이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잔스포츠’의 히트 아이템은 50년전 론칭 당시 출시됐던 ‘빅스튜던트’다. 심플한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 이 아이템은 최근에도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슈퍼브레이크’ 또한 스테디셀러 중의 하나. 이 아이템은 컬러를 더욱 다양하게 출시하며 여고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6월 사이 빅스튜던트와 슈퍼브레이크는 각각 1만5000장, 1만3000장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휠라’는 브랜드 히스토리를 담은 히트 아이템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것이 스니커즈 ‘스파게티’다. 1990년대에 출시한 NBA 농구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스니커즈 ‘스파게티’는 지난 2014년 출시 후 반응이 좋아 매 시즌 새롭게 리뉴얼되고 있는 중이다.
‘휠라 오리지날레’ 또한 브랜드 정통성을 담은 아이템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브랜드 심볼 ‘F박스’를 전면에 배치한 빅로고 라운드 티셔츠로 지난 시즌 화이트와 네이비는 90%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멜란지도 판매율이 80%를 넘어섰다.
- Copyrights ⓒ 패션인사이트(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