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영향력 확장…소비 시장의 새로운 핵으로 부상
지난 7월 가로수길에 자리한 ‘문샷’ 매장. 갖가지 촬영 장비를 갖춘 촬영 스태프들이 매장 안에서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있는 여성을 프레임에 담고 있다.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와 관계가 있는 브랜드이다 보니 매장 앞을 지나던 이들이 발길을 멈추고 돌아보지만, 전혀 생소한 얼굴이다. 바로 중국 왕홍의 콘텐츠 촬영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스스로 제작한 콘텐츠로 중국 소비자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왕홍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상의 유명 인사를 뜻하는 ‘왕뤄홍런’의 줄임말인 왕홍은 KOL(Key Opinion Leader)로 불리며 20~30대의 소비행위가 일어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며 중국 마케팅 시장의 새로운 핵으로 떠올랐다.
‘타오바오’ 플랫폼에는 왕홍이 운영하는 매장 수가 이미 1000개를 넘었다. 지난 2014년 광군제(쌍11절)에 ‘티몰’ 의류 매출 톱10 브랜드 중 7곳이 왕홍이 운영하는 점포였고, 2015년에는 왕홍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매장 중에 2000만 위안(34억원)에서 5000만 위안(85억원)의 매출을 올린 곳만 수십 곳에 달했다. 중국 20~30대의 소비행위는 커뮤니티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화장술의 달인, 패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왕홍은 적게는 수십만명에서 많게는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방대한 팬층을 활용해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선우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왕홍이 대중의 관심을 기반으로 자신의 콘텐츠에 특정 상품 혹은 브랜드를 홍보해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서 ‘왕홍 경제’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고, 그 규모는 최근 1000억 위안(약 1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고 평가했다.
◇ 인지도 제고와 매출 향상 견인
일찍이 중국 브랜드는 왕홍과 협력해 마케팅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국내 뷰티 브랜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 ‘려’, 애경 ‘에이지투웨니스’ ‘루나’ ‘리더스코스메틱’ 등이 왕홍을 초청해 적극적으로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애경 ‘에이지투웨니스’ ‘루나’는 지난 5월 약 72만 명의 팔로워를 둔 천휘셰와 51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왕솽 등을 초청해 ‘애경뷰티데이’를 진행했다. 이들 왕홍은 한국에 머무르며 뷰티 관련 이벤트를 SNS를 통해 노출했다. 지난 6월말까지 약 한 달여 간 뷰티데이 초청 대상자의 웨이보 콘텐츠 뷰는 1528만에 이르렀다.
애경 측은 이를 통한 마케팅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왕홍 이벤트를 진행하기 전 ‘에이지투웨니스’ 4만 명, ‘루나’ 4만1000명이던 웨이보 팔로워가 행사 이후 각각 9만2000명, 9만7000명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웨이신 및 커뮤니티에서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 관련 해시태그 및 조회수 또한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출 증대로도 연결됐다. 뷰티데이 행사가 진행된 다음달인 6월 매출이 5월대비 313% 상승한 것이다.
서영희 애경 마케팅 담당자는 “왕홍은 빅모델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 높은 인기와 신뢰도를 가진 오피니언 리더”라며 “중국 시장에서 인기 있는 빅모델을 기용하고 있지 않은 브랜드가 인지도를 제고하고 매출을 높이는 데 비용대비 높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루트”라고 평가했다.
◇ 소비자와의 소통 창구로 이용
직접적인 매출 증대 효과 이외에도 중국 내 소비자와 신뢰감을 높이고 친근하게 소통하기 위한 창구로 왕홍의 채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한류스타 박신혜를 모델로 한 ‘려’는 왕홍 10명을 초청해 시그니처 두피스파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오는 9월 두 번째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기능성팩으로 이미 뷰티에 관심 있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리더스코스메틱은 지난 7월 왕홍 4명을 초청해 ‘글로벌 뷰티 리더스 인 서울’을 진행했다. 3일 동안 이들은 동영상 채널을 통해 한국 일정을 생중계했고, 약 750만 명이 시청했다. 연구소 투어, DIY 마스크팩 만들기, 피부관리 체험 등의 일정이 실시간 방송으로 진행되는 동안 중국 소비자는 제품의 개발 및 생산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효능에 대한 궁금증을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중국 소비자의 니즈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윤진아 리더스코스메틱 담당자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왕홍 역시 소비자로 팔로워와의 소통은 결국 소비자끼리의 소통이라 정서적으로 훨씬 영향력이 있는 것 같다”며 “R&D 시설을 중국 소비자에게 선보임으로써 더욱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궁금증이나 요구를 바로 해결하고 반영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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