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진검승부의 시작

2016-08-31 00:00 조회수 아이콘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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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단꿈은 끝났다
아웃도어 시장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3~4천억대의 시장 규모는 2006년 1조를 넘어서며 고공 행진을 거듭해왔다. 2007년 1조4천억원, 2008년 1조7천억원, 2009년 2조4천억원, 2010년 3조5천억원으로, 매년 20% 이상의 신장을 기록했다. 2011년 4조5천억원을 돌파한 후 매년 1조 가까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2012년 5조5천억, 2013년에는 7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꺾일 줄을 모르던 아웃도어 시장은 2013년을 기점으로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규브랜드 증가, 중가 브랜드의 약진이 이루어졌지만 선두권 브랜드의 할인 전쟁이 시작되고 대규모 물량 공세가 이어지며 판매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이렇다할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지 못한 업계의 선택이었다. 2014년에 접어들면서 시장은 큰 위기 상황에 봉착한다. 

4월 세월호 사태는 설상가상 위기 상황을 가속화시켰고 겨울 시즌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다운 판매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등산 아웃도어 제품을 일상복으로 입는 소비충이 줄어드는 양상으로 이어지며 시장은 첫 역신장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메르스 사태와 하반기 다운 매출 감소로 시장 규모가 6조 중반대로 줄었다.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월호, 메르스 같은 악재는 없었지만 대부분 브랜드가 10~15%의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는 올 시장 규모가 5조8천억에서 5조5천억 사이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3년 성인 캐주얼로 부상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산으로 향한 실직자들이 슈즈을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에는 부부 동반 산행이 급격히 늘었고 여행 및 레저웨어로 입는 소비층이 증가했다. 

2003년부터는 단품에서 벗어나 의류, 용품을 포함한 토틀화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크게 증가했고 유통 구조의 대 전환기를 맞으며 볼륨화에 진입한다. 

일부 브랜드(노스페이스, 컬럼비아, 코오롱스포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 주변 취급점과 장비점 중심으로 판매되어 왔지만 대리점 및 백화점 영업을 시작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당시 성인들의 캐주얼웨어는 남성복과 여성복, 골프웨어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기능성과 편안한 착용감을 제안하는 아웃도어가 성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성인 캐주얼로 급부상하기 시작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현재 등산객이 2배 가량 늘었다고 본다면 아웃도어를 일상복으로 입는 소비층은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한다.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남성 중심의 아웃도어 문화에 여성 주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찾은 남편은 일자리로 돌아간 반면 집에 남은 여성 고객이 홀로 산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의 메인 소비층이 남성 중심에서 여성으로 바뀐 시기도 이때부터다. 아줌마 등산 부대는 “어떤 등산복이 좋더라”, “어떤소재가 뛰어나더라” 하는 입소문을 실어 나르며 시장의 팽창을 부추겼다. 2000년대 중반 시행된 주 5일제 근무 역시 아웃도어 문화의 부흥을 이끈 사건이었다. 놀이문화가 빈약했던 시기, 대부분의 성인층은 산을 찾았고, 국내 산악인들의 14좌 완등 등 고산 등정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했다. 일반 소비자들도 전문가다운 등산복을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주 5일 근무제와 스타 마케팅 
  
이 즈음 나타난 ‘네파’와 ‘라푸마’는 아웃도어 시장에 한 획을 긋는 계기를 제공한다. ‘네파’는 마케팅에서, ‘라푸마’는 컬러와 스타일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평안섬유가 런칭한 ‘네파’는 아웃도어에 스타마케팅을 접목, 런칭 당시부터 승승장구했다. KBS 주말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하던 은지원과 MC몽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이슈몰이를 이어갔다. ‘라푸마’는 컬러와 핏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골프웨어 느낌의 컬러와 허리를 잡아주는 핏은 아웃도어 업계에 처음으로 선보여진 파격적인 시도였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는 ‘라푸마’의 시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지만 두 시즌 만에 거의 모든 브랜드가 ‘라푸마’의 컬러와 핏을 도입했다. 10대 고객의 가세도 시장 확대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민 등산복으로 불리던 ‘노스페이스’ 13, 18 바람막이와 눕시 다운재킷으로 시작된 바람막이 재킷과 다운 열풍은 전 브랜드로 확산되며 10대 청소년 대부분이 하나씩은 구매하는 옷으로 이슈화되기도 했다. 

볼륨화 단계에서 리딩 브랜드 간 경쟁 체제는 아웃도어 시장의 팽창을 더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컬럼비아’ 3강 체제의 초기 아웃도어 시장은 ‘케이투’, ‘블랙야크’, ‘네파’, ‘라푸마’가 가세하며 중흥기를 맞았다.

매출 지상주의가 몰고 온 파국 
  
리딩 브랜드들의 치열한 경쟁 구도는 ‘노스페이스’의 독주를 막기 위한 2위 ‘코오롱스포츠’의 확장 정책, ‘코오롱스포츠’를 따라잡기 위한 ‘케이투’와 ‘블랙야크’의 볼륨화, ‘케이투’, ‘블랙야크’에 근접하기 위한 중위권 빅5 진입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경쟁구도는 매출 지상주의로 이어져 과열 양상의 시장 분위기를 조성했고 지나친 스타 마케팅과 대규모 물량 공세로 이어졌다. 

브랜드 당 300개가 넘는 매장 수, 5천억 이상 매출을 기록한 브랜드가 5~6개에 이르며 시장은 2013년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것으로 끝이었다. 지나친 물량 확대는 소비자들에게 식상함을 불러왔고 변화하지 않는 디자인과 컬러는 빠르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아웃도어 매장에서 10대 소비층은 자취를 감췄고, 성인층은 골프와 캐주얼로 이탈하는 현상이 시작됐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거리를 활보하던 익스트림 착장은 이제 자취를 감췄다. 더 이상 아웃도어는 국민복이 아니다. 

업계 한 임원은 “현재 아웃도어 시장의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아웃도어 재킷이나 다운 등을 하나 씩 가지고 있을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투자와 변화에 소홀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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