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는?

2016-09-02 00:00 조회수 아이콘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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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웨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현대인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인 골프는 남녀를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연령층도 중장년 스포츠에서 주니어를 포함한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흥미진진하게 무더운 여름 밤을 잊게 해 준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한국팀에게 마지막 금메달을 선사해 준 드라마틱한 종목도 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부활한 바로 골프였다. 이러한 요소는 자연스럽게 국내시장에서의 골프웨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골프에 매료되는 이유는 우선 수년 전 아웃도어가 붐을 이룬 것과 마찬가지로 여가시간의 증대와 소득의 확대에 있다. 더불어 단순히 운동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 속의 소통과 교류를 용이하게 한다. 무엇보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리적 요구사항이 적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는 비교적 접근 장벽이 낮은 스포츠다.

골프는 1904년 이후 올림픽에 등장하지 않았던 종목이었지만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급속하게 확장이 진행되고 있는 레저 스포츠다. 이 추세는 국제 올림픽위원회로 하여금 올해 하계 올림픽 종목에 골프를 시범 추가하게 했고 흥행에 성공하며 다음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추가될 확률이 100%라고 한다. 바야흐로 전세계 골프 대중화의 이정표를 올림픽이 앞장서서 세워나가고 있다.

◇ 골프웨어 확산의 이유
18세기 중반 영국의 귀족들이 모여 세인트앤드류스 골프클럽(Saint Andrews Golf Club)을 구성하고 골프를 스포츠로 체계화시키기 시작한 이래 200년 가까이 골프라는 스포츠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들만의 놀이였고 그들을 위한 놀이로 인식이 되어 있었다. 그러한 그들만의 놀이로부터 대중의 놀이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 혁명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우선 디지털 혁명은 산업혁명 이후 세습된 제조업 기반의 전세계 부자들의 순위를 바꾸어 놓았다. 

IT 산업의 확산은 신흥 재벌을 대거 탄생시켰고 대부분이 젊은(혹은 젊은 생각을 지닌) 이들은 앞다투어 자신들의 기업 문화를 수직적 구도에서 수평적 구도로 바꾸기 시작한다. 오너들의 놀이에서 구성원들이 어울려 소통하는 문화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골프 같은 특정 부류를 위한 스포츠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또한 가상현실이 발달하면서 실제가 아닌 가상 스포츠를 즐기는 층의 확산은 자연스럽게 골프 산업에 O2O 구도를 일찍부터 등장시켰다. 이러한 디지털의 영향이 현재 라이프스타일에 적극 반영되면서 스포츠와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골프를 일상 속 레저활동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20세기 말 IMF를 겪으면서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대부분 가두점에서 축소되거나 소멸되는 불행을 맞이하였다. 그야말로 십 수년 간 업계에서 잊혀진 신세였다. 이랬던 골프웨어가 최근 2, 3년 사이에 다시 국내 시장에서 불붙기 시작한 이유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야말로 아웃도어 시장의 붕괴에 따른 파편에 지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파이로 성장하는 포스트 아웃도어로 지리멸렬하는 한국 패션산업에 새로운 앵커포지션이 될지 아직은 무어라 단언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최근 2년 사이에 유독 많은 브랜드의 출범을 알린 것도 골프웨어 포지션이었고 PPL이나 AD등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인 포지션도 골프 브랜드들이었지만 갑자기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두려움은 최근 국내 아웃도어 의류의 고속성장과 추락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 골프웨어 시장의 지속가능성은?
지난해 일본의 야노경제연구소가 미국 골프데이타테크 연구소와 합동으로 발간한 리포트에 의하면 한국은 미국, 일본의 뒤를 잇는 세계 3대 골프시장으로 나타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세계 골프장비 시장 규모는 US $ 8.7 BN (약 9조원) 정도이고 영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상위 5개국 시장이 전체 시장의 80%를, 미국과 일본이 65%를 점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시장분화가 덜 된 초기 시장의 양상을 보인다. 좋게 말하면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시장파이가 작아서 영양가 없는 시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관련해서 보다 긍정적인 수치도 있다. 2019년까지 연평균 4.33%로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조사 전문업체 테크나비오(Technavio)의 수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매우 긍정적인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부정적인 전망은 적어도 골프웨어 시장에서 차이나 팩터가 작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중국정부의 골프 내수 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규제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펑샨샨의 메달 색깔이 달라졌다면 혹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듯 여러 가능한 상황들을 대입해 보아도 골프웨어 시장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을 수는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왜 우리 시장에선 그렇게 과열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일까?

골프웨어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선 우선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아웃도어의류 시장의 반성이 앞서야 한다. 2013년을 정점으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유럽의 핵심 시장인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시장을 잠깐 경험했었고 이후로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추락을 염려하고 대비한 관계자들은 적어도 아웃도어 업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 오히려 아웃도어 의류가 가진 소소한 기술 진입장벽이 다른 경쟁자의 시장 참여를 막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즐겨야 하는 럭셔리 마켓과 같은 파레토 법칙을 꿈꾸었던 것은 아닌지도 의심해보자. 왜냐하면 너무나 속절없이 고속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2011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전체 패션시장의 10%를 상회하기 시작한 시점에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추락 위험성과 대응 자료를 여러 차례 발표하였음에도 당시에 이를 귀담아 듣는 사람들은 적어도 국내 패션계에서 찾아보긴 힘들었다. 이러한 분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선진국들의 아웃도어 시장 성장 과정을 학습해보면 성숙시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전체 시장의 10% 점유선에서 조정되었다. 이 상황에서 생존한 브랜드들은 대부분 하이테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시장과 밀접하게 진행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글로벌화의 노력이 지금의 지속가능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반추해보자. 2015년 기준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7개가 해외 브랜드인 상황이 우선 시장의 한계를 말해준다. 스포츠 시장 전체를 놓고 보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번 브라질 리우 하계 올림픽의 시상대에 오른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의 가슴에 붙어있던 엠블럼들을 확인해보아도 아웃도어 시장의 추락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기복은 장벽이 있다고 치더라도 시상대에 오르는 유니폼에만큼은 국내브랜드들의 마크가 보이기를 기대했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이었을까? 그야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가져가더라는 옛말이 생각나는 씁쓸함은 왜일까?

◇ 그럼에도 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논하는 골프웨어는 기본적으로 착용자의 편안함과 스타일을 제공하는 의류, 신발 및 기타 액세서리를 포함한다. 티셔츠, 바지 그리고 계절의 영향을 받는 스포츠인 관계로 제한적인 아우터. 이렇게 아주 단순한 복종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골프 의류 시장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아웃도어시장에서도 경험해본 실패이지만 대부분의 패션인들은 가장 기본이 되는 시장의 사이즈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는다. 시장을 구성하는 타깃의 사이즈는 얼마나 될지, 어느 정도로 성장할 지, 인당 구매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소비과학의 기초에 대해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저 본능적인 감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의 도입기는 본능적인 감에 의해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그야말로 하나님과 동업한다는 운 좋은 몇몇 사례에 그칠 것이다. 국내 패션시장은 모든 포지션에 걸쳐 감으로 대충해서는 남 좋은 일 시키기 딱 좋은 환경이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이미 글로벌화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아웃도어시장의 경험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여전히 골프붐에 편승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음은 불안심리를 지우지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대로 테크나비오의 분석가들은 세계 골프 의류 시장이 2014년에서 2019년까지 CAGR 4.33 %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골프 의류의 경량 설계와 쉽게 수분과 열을 컨트롤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의 발전과 전통적인 스타일에서 탈피해 세련된 디자인이 확산되면서 특히 여성이 골프웨어에 대한 시장수요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지역으로 우선 아·태국가들이 중심이 될 것이고 전통적인 유럽과 북미시장에서도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 주요 브랜드로는 전통적인 스포츠 시장의 강자들인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외에 미국의 ‘언더아머’ 같은 신흥 주도세력의 성장이 돋보일 것이고 골프장비메이커들인 ‘아쿠시네트’나 ‘캘러웨이’ ‘핑’의 의류시장 진출도 성공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 리포트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전통적 패션강자인 ‘랄프로렌’ ‘에스카다’ 같은 브랜드들도 하이테크 소재와 디자인 등과 결합하여 골프웨어 성장의 앵커 노릇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골프웨어 시장의 열매를 따기 위해선?
다양한 각도로 분석한 자료답게 테크나비오의 리포트는 신뢰가 가며 신빙성이 있다. 문제는 느낌으로 물들어오는 감을 잡은 국내의 기업들이 어떤 대응을 하느냐일 것이다. 벌써 분위기를 타서 대리점 보증금으로 들어온 현금으로 강남 빌딩 사러 다니는 브랜드 사장님 이야기도 들리는 걸 보니 골프 시장에 관심이 몰린 건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하지만 사상누각이 되지 않으려면 단순히 물들어올 때 노만 젓는 과거의 방식으로 열매를 따는 것은 기대난망일 것이다. 

지속가능한 시장을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우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이 되야 할 것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으론 공중누각도 지을 수 없다. 두 번째는 시장과 소통하는 새로운 마케팅을 통한 피드백이 상품에 반영되는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 아직도 40, 50대가 주도하는 90년대의 골프웨어를 생각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하루빨리 시장을 통해 명확한 타깃과 그들의 피드백을 확인하고 상품에 반영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아웃도어가 명확하게 실패했던 패착, 바로 자신만의 소재를 개발하여 브랜드와 동질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면 자사가 추구하는 브랜드 정신에 합당한 소재군도 같이 개발하여 성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컬시장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는 브랜드를 유지하기 불가능하다는 절대적인 의지가 반영된 글로벌화 추진. 이러한 노력이 체계적으로 쌓여서 시장시 구성할 때 골프웨어의 지속가능성은 보장되고 제2, 제3의 골프웨어 시장도 탄생해 국내 패션시장을 건강한 체질의 튼튼한 구조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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