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 브랜드 ‘피스워커’는 2010년 김정민 대표가 모아놓은 500만원으로 시작됐다. 당시 김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며 취미생활을 대신할 겸 ‘피스워커’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짬짬이 신제품을 내놨고 자사 온라인 몰을 통해서만 판매했다. 1년, 2년, 3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성장의 가능성을 확신한 김 대표는 ‘피스워커’에 모든 것을 걸었다.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한 지난해 ‘피스워커’는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3년 런칭된 모자 브랜드 ‘더짐’은 조수환 대표가 홀로 시작했다. 초기 자금이 넉넉지않아 10가지 스타일만 만들었고 힙합퍼, 무신사 등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 런칭 초반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은 월 평균 600~700개씩 팔리는 모자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생산량도 확대하고 홍보마케팅도 강화해 입지를 더욱 다질 계획이다.
온라인과 편집숍 유통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브랜드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무신사, 힙합퍼, 29CM, W컨셉, 스타일쉐어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과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 어라운드코너 등 오프라인 편집숍 등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점점 많아지고 넓어지면서 다양한‘끼’와‘꿈’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무신사’에 따르면 4~5년 전만 해도 입점 브랜드 수가 200~300개에 불과했으나 2014년 700개, 2015년 1500개, 2016년 현재 2300여개로 4~5년 사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금도 입점 대기 브랜드가 줄을 잇고 있다.
브랜드 파워는 상상 이상이다. 2014년 12월 런칭한 ‘앤더슨벨’은 온라인과 편집숍 유통을 통해 1년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8개국 20개 업체를 대상으로 홀세일 비즈니스도 펼친다.
올 초 홍콩의 대표 편집숍 ‘IT’가 찾아와 위탁 판매를 제안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위탁이 아니라 기꺼이 매입해가고 싶을 정도의 상품을 만들어 놓을 테니 6개월 후에 다시 찾아달라는 말과 함께였다. IT는 6개월 후 다시 찾아왔고 추동시즌 상품을 잔뜩 사갔다. 이달 11일에는 미국 대표 유통사 ‘바니스뉴욕’을 상대로 단독 수주회를 연다. ‘바니스뉴욕’ 역시 예외는 없다. 무조건 홀세일이다.
백화점과 아울렛, 쇼핑몰 등 대형 유통에 가려져 비주류로 취급받던 온라인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이제는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류(主流)’로 당당히 올라섰다. 오히려 백화점 브랜드들이 이들의 트렌드를 쫓아다닐 정도다.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에서도 폭발적인 성과를 이뤄낸‘팬콧’은 최근 중국 기업에게 중국 및 아시아 일부 국가의 상표권을 170억원에 팔았다. 국내 브랜드가 해외 기업에게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상표권을 판 경우는 보기 드물다. 수십년 전통의 패션 전문기업과 대기업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온라인에서 소규모로 시작한 브랜드가 이뤄냈다.
이처럼 보기 좋은 성공들이 이어지면서 이를 꿈꾸는 소규모 브랜드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환경 변화의 요인이 크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소비자들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장이 형성됐고, 소규모 브랜드들을 모아놓은 편집 플랫폼들의 등장과 성장이 패션 창업의 열풍을 주도한 것이다.
더욱이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젊은층들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연간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기업들의 비즈니스와 달리 이들은 몇백만원, 몇천만원으로도 충분히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트리트 업계의 뉴 히어로‘맨프롬어스’는 단돈 300만원으로 시작해 3개월 만에 월매출 5천만원의 브랜드로 성장했고, 위에서 언급된 ‘피스워커’ 역시 500만원으로 시작해 6년 만에 연간 30억원 규모의 브랜드로 올라섰다.
디자인은 물론 생산이나 영업도 혼자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시장의 특성상 단일 품목으로도 브랜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런칭 초기에는 몇 안 되는 스타일을 내놓는다. 여기에 온라인에서는 생산업체 정보가 잘 공유돼 있어 접근이 쉽고, 영업은 무신사와 힙합퍼, 원더플레이스 등 탄탄한 등용문이 있어 상품력만 있으면 크게 어렵지 않다. 촬영이나 홍보도 자체 또는 인맥을 통해 하다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무엇보다 간섭이나 참견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브랜드와 디자인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데서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이는 국내 패션 디자인의 발전과 미래와도 연결된다. ‘앤더슨벨’이 런칭 1년여 만에 8개국에 홀세일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창의적인 디자인과 마케팅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향후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펼칠 활약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무신사 매출 1위 ‘앤더슨벨’
성공의 핵심은 ‘타협하지 않는 상품’
2014년 12월 런칭된‘앤더슨벨’은 온라인과 편집숍을 통해 1년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무신사 판매 브랜드 중 단연 ‘톱’이다.
올해는 180억원이 목표다. 해외 8개국 20개 업체와도 거래 중이다. 그것도‘위탁’이 아닌 100%‘홀세일’거래다. 신생 브랜드라고 보기엔 성장세와 위용이 가히 놀랍다.
‘앤더슨벨’에게는‘양보’와‘타협’이 없다. 시간과 돈에 쫓기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타협하게 된다. 가령 원하는 원단이나 컬러를 찾지 못했는데도 시간에 쫓겨 비슷한 소재로 옷을 만든다. 또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싼 원단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앤더슨벨’은 원하는 원단과 컬러를 찾지 못하면 원사부터 원단, 염색까지 직접 만들었다. 핏과 봉제도 마찬가지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옳은 일에‘돈’을 끼워 넣으면 판단이 흐려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첫 번째 작품인 스웨트셔츠는 3개월 만에 1만장 이상이 팔렸다. 코트는 완판이고 여름 시즌 내놨던 우산도 하루 최고 4천개가 팔렸다.
조금 쉽고 빨리 가기 위해 타협하는 일은 없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승부수 중 하나는 이미지. 온라인은 길거리 매장의 쇼윈도와도 같다. 광고컷 한 장으로도 브랜드의 이미지가 판단되기도 한다. 때문에‘앤더슨벨’은 촬영에 대해서만큼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모델도 해외에서 꽤나 유명한 모델들을 활용한다. 이들로 인해 얻어지는 인지도와 이미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앤더슨벨’은 홀세일 브랜드인데도 스팟 오더가 가능하다. 자체 개발한 원단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데, 해외 바이어들이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글로벌 게임은 0.001초의 싸움이다.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바이어들에게 완벽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앤더슨벨’경영진의 철학이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