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강소 기업…패션 시장 판세를 뒤집다

2016-09-07 00:00 조회수 아이콘 980

바로가기



모바일 혁명이 낳은 젊은 오너, 새 성장 모멘텀 제시
부건FNC(대표 박준성)가 지난 7월 여성복 ‘임블리’와 코스메틱 ‘블리블리’ 매장을 롯데부산 광복점에 열었다. 서울 밖 첫 매장이다. 

평일임에도 20~30대 젊은 여성 고객들이 몰려 들었고, 온라인을 통해서만 이들 브랜드를 만났던 고객들은 열광했다. 

매장 한 켠에서는 임블리 모델인 임지현 상무의 메이크업 팁 동영상이 상영됐다. 고객들은 화장대에 비치된 샘플로 화장을 따라 했다. 

이날 ‘임블리’는 광복점 전체에서 매출 2위를 기록했다. 방문객 수는 광복점 오픈 이후 최다였다. ‘임블리’는 부건이 지난 2013년 런칭한 온라인 브랜드다. 이 브랜드가 연간 올리는 매출은 2015년 기준 400억원. 

2014년부터는 오프라인에 진출, 롯데 명동 영플라자, 건대 스타시티, 홍대 엘큐브점등에 이어 5번째로 광복점을 열었다. 

연내 상수동에 코스매틱 ‘블리블리’를 함께 구성한 대형 직영점을 낼 예정이다. 

최근 부건은 중국 보스덩 그룹과 손잡고 한국형 SPA 사업을 위한 조인트 벤처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성공 방정식 새로 쓰는 젊은 신흥기업
온라인, 해외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과 
  
최근 국내 패션업계에 젊은 강소 기업의 활약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은 제도권이 실패를 반복해 온 해외 시장에서도 비약적인 성과를 내며 판도를 뒤집고 있다. 

국내외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유통에서 브랜드로, 또 다시 브랜드에서 제품으로 완전히 이동함에 따라 콘텐츠 파워를 구축한 신흥 강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 
  
부건FNC, 스타일난다 등 온라인 유통 사업으로 시작한 젊은 강소기업들은 오프라인으로 세를 확장하다 해외에 진출한 경우다. 토종 캐릭터를 내세운 캐주얼 웨어로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팬콧’의 브랜드인덱스도 마찬가지다. 

레인부츠로 사업을 시작한 에이유커머스는 한류 콘텐츠와 패션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국내 핫 콘텐츠를 수출하는 플랫폼 비즈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30~40대 젊은 오너가 이끄는 기업들로, 신흥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하는 전환점에 있다. 

기성복 중심의 국내 남성복 시장에서 온라인 큐레이션 맞춤복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승준 스트라입스 대표는 30대 공대 출신이다. 

과거 패션 산업은 탄탄한 제조 능력과 자본을 필요로 했고, 브랜드가 한번 뜨면 어느정도의 지속이 가능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공식이 비교적 잘 통했다. 상품을 제공하는 공급자(브랜드)와 수요자(소비자)의 관계는 일방향에 일차원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기류에 변화가 일고 있다. 

대부분 젊은 사업가들이 이끄는 신흥 강소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판세를 바꿔 놓고 있다. 

브랜드인덱스는 공유와 협업을 통해 성장 모멘텀을 늘려가고 있다. 고태용 디자이너와 손을 잡고 브랜드를 런칭하는가 하면 중국 사업을 키운 끝에 라이선싱 파트너사에 현지 판권을 넘기며 큰 수익을 남겼다. 모든 것을 혼자 하기 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파트너와 손을 잡고,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다. 

연매출 1천억 원, 그 중 절반은 해외 매출, 직원 수 400여명의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스타일난다는 최근 새로운 사업을 추가 했다. 

매주 한정된 아이템을 골라 소량판매하는 쇼핑몰 ‘스피크언더보이스(SpeakUnderVOice)’를 런칭했다. 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가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데 이어 온라인 큐레이션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젊은 여성 고객들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 하지 못하게 되자, 다시 스몰 비즈니스 사업을 추가한 셈이다. 

업계는 ‘스피크언더보이스’가 최근 온라인 시장의 경향을 대변하는 강력한 한방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 패션 비즈니스 패러다임 급변 
민첩한 중소기업에 유리한 환경 도래 
  
강소 기업의 활약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세계 부유층의 마음을 휘어잡은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패션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회사를 설립한 지 약 35년이 지난 지금 ‘캐시미어의 제왕’이라 불리며 독보적 명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스웨덴의 ‘에이치엔엠’이나 스페인의 ‘자라’같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패션 시장의 점유율을 키운 기업들도 있지만, ‘브루넬로 쿠치넬리’와 같이 ‘적게 팔고 많이 남기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내 패션 산업 역시 ‘규모’의 싸움을 벗어나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모바일 혁명의 시대를 맞아 소비자는 더욱 똑똑해졌고 전 세계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급변하고 있다. 

‘해외 직구’, ‘소셜 커머스’ 등의 발전은 작은 규모로 민첩하게 대응하는 중소기업과 벤처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크레송 신광철 상무는 “과거에는 대기업이 세상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수많은 강소기업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제 국경 조차도 한계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확실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 강소기업 왜 추락했나 
기술 1등 주의에 집착, 혁신 외면 
  
일본은 장인 정신에 기반한 기술주의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의 융통성 없는 문화는 기업 성장의 한계로 여겨지는 경향이 크다. 

지난 6월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가전산업의 얼굴로 꼽혀 온 샤프가 대만 폭스콘그룹에 인수된 것이다. 도시바의 백색 가전부문까지도 중국 메이드그룹에 인수됐다. 일본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소식이 알려진 직후 현지에서는 “중국 기업이 2주 걸려 할 일을 일본기업들은 4개월 걸려 한다”며 비판했다. 그 동안 제조 기술 강국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일본 기업 상당수가 제조 공정의 수직 계열화와 품질 개선에 열을 올려왔다. 하지만 마 케팅, 영업 등에 있어서의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 사이 성장을 주도해온 일본 소기업들의 ‘和(화)의식’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도 등장하고 있다. 

‘和(화)’를 중시하는 일본 문화는 화합과 배려 그리고 책임의식을 지향한다. 때문에 기업의 혁신을 위한 경영, 마케팅, 영업 등에 대한 제안이 많지 않다. 오히려 급변하는 트렌드에 무뎌진다. 한국 보다 앞서 인구 노령화 문제를 앓아 온 일본도 전 산업분야에 걸쳐 현재 젊은 세대로 산업이 교체되면서 이런 집단주의적인 和(화) 문화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있지만 사회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사회 전체적으로 집단주의가 잔존하는 상황에서 ‘개인주의자’로 낙인찍히거나 소외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일본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벤처 기업 육성이 더뎌지고 있다. 

유통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셀렉트숍, 전문점 등 과거 20년 전 모델에 머물러 있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와 옴니채널, IT기반의 스타트업 등은 사실상 전무하다. 

젊은 계층 역시 집단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기력함이 확산되면서 일본의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