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
포스트 한류는 단언컨대 소프트 파워(콘텐츠 비즈니스)가 답이 될 것이다.
사드, 독도 문제 등 국가 간 미묘한 신경전을 피해갈 수 있고,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과 로컬라이제이션 합성어)도 용이해 장기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신진 디자이너, 스트리트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의 경쟁력은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태국의 패션 대기업 카사르디인터내셔날의 후계자인 판차라완 이사는 “현재 우리 회사가 전개 중인 20여개 브랜드 중 일부에 고태용, 최범석과 같은 한국의 크리에이티브를 수혈하고 싶다”고 말해 주목을 끈 바 있다.
해외 패션계가 이처럼 K-스타일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자 국내 패션계의 해외 진출 전략도 무형의 콘텐츠 수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중국 토종 패션 시장 점유율 투톱의 메터스본위와 벨레 역시 소프트웨어 수혈의 대표적인 사례다.
메터스본위는 중국의 ‘자라’를 목표로, ‘자라’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스페인 출신을 비롯한 유럽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충원, 혁신을 꾀하고 있다.
중국 슈즈 1위 기업인 벨레(바이린)사의 송사오우 부사장은 “유러피안 컨셉을 위해 해외 디자이너를 과감히 채용해 디자인 쇄신을 단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패션계 역시 불과 10년 전 까지만 해도 유럽의 선진 패션을 배우기 위해 똑같은 과정을 거친바 있다. 그 시기를 거쳐 K패션이 매력적인 컨텐츠로 거듭나면서, 이제는 해외 패션 기업에 이를 세일즈 할 수 있는 반열에 오른 것이다.
디자인·매장·VMD 등 수출 영역 확대
1차적인 콘텐츠 수출은 역시나 디자인이 핵심이다. 그렇다보니 대체적으로 디자이너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섬 출신의 디자이너 여성복‘ 수미수미’는 광저우 전시회에 참가해 억대 디자인 수주를 받아내면서 이슈를 일으켰고 여성복 ‘어거스트 얼라이브’, 신진디자이너 그룹 ‘소울에프앤’ 소속 디자이너들도 러브콜을 받았다.
바바라앤코의 ‘바바라’는 중국 신발 유통 업체 타타 측에 ODM 50억원 수주를 끌어내기도 했다.
잡화 디자이너의 인기도 날로 상승중이다. 주얼리 ‘디포이’의 디자이너 김비준, ‘이카트리나 뉴욕’의 캐시 리 등이 콘텐츠 수출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남성복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남성복 ‘워모’를 전개 중인 크레송은 중국 해란집단공사와 ODM 계약을 체결하고 이번 가을부터 디자인 소싱을 제공한다. 내수 남성복으로는 이례적이고 희망적인 일로 평가된다.
디자인 수출을 넘어 매장, VMD 등의 수출 사례도 증가 추세다.
여성복 업체 데코앤이는 중국 섬유 업체 연합사인 산맹패션그룹과 콘텐츠 비즈니스 협약을 맺고 패션산업단지에 국내 패션 업체 시스템과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소다’를 전개 중인 디에프디 역시 중국 메터스본위와 손잡고 라이프스타일스토어 ‘소다플래닛(가칭)’을 런칭한다.
이 회사는 VMD, 마케팅, 인테리어 등 일종의 기획 노하우를 수출하게 된 셈이다. 동시에 카페 ‘나인블럭’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수출을 고려중이다.
글로벌 지사, 본국으로 콘텐츠 역수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지사들의 콘텐츠 역수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사실 글로벌 기업 지사는 개별 플레이가 금기시 되어 왔지만 국내 맨파워가 인정받으며 본국으로 콘텐츠를 역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쌤소나이트, 스와로브스키, 스타카토 등을 들 수 있다.
벨레의 ‘스타카토’는 중국 브랜드이지만 국내에 세계 처음으로 쇼룸, 카페, 매장을 융합한 스타카토 카페를 자체 런칭했다.
미국 기업인 쌤소나이트의 국내 지사는 아예 자체 브랜드 ‘쌤소나이트 레드’를 런칭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여행 가방에서 라이프스타일 백 브랜드로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와로브스키그룹의 한국 지사는 크리스탈 브랜드 ‘크리스털 프롬 스와로브스키’의 파워풀한 플랫폼을 개발해 강력한 선례를 남겼다.
고객사 별 맞춤 크리스탈 디자인을 제공하고 생산까지 책임지는 일종의 패키지 솔루션 서비스가 그것이다. 기업 특판 이나, VIP 고객 대상 기프트 비즈니스도 시작했다. 스와로브스키의 마커스 랭거스 회장은 내한 당시 “한국에서 개발한 플랫폼 모델은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구현해 볼 만한 매력적인 비즈니스”라고 평가했다.
프리미엄 데님 ‘리바이스’ 역시 한국 지사가 개발한 제품을 전 세계에서 판매한다.
현재와 같은 기회는 언제나 있는 게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타깃 국가의 다각화, 경쟁력이 있는 원천 비법 유지, 지속적인 디자인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지훈 에이유커머스 대표는 “패션을 넘어 신 유통, 뉴 미디어 등 다른 콘텐츠와 유연한 융합을 시도해 기회를 확대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패션 디자인 수출 ‘마지막 기회’
지적 재산권에 대한 대비 철처히 해야
- 김수진 ‘소울팟스튜디오’ 디자이너
패션 디자인의 해외 수출은 한국의 패션 경쟁력이 제조에서 콘텐츠로 옮겨 가고 있음을 의미,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사실 상 중국으로 무게중심이 완전히 이동하기 전 마지막 남아있는 주요역량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핵심적인 역량과 그 기능을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미래이기도 하다.
‘메이드 인(MADE IN)’에서 ‘메이드 바이(MADE BY)’로의 전환을 준비함에 앞서, 우리는 디자인의 해석과 범위, 지적 재산권에 대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제품은 수없이 파편화가 가능하지만, 고유의 디자인은 해석하는 범위에 따라 파편화가 크게 달라진다. 이에 따른 사회적 논의와 제도 장치는 필수적이라 볼 수 있다.
미래를 위해서는 디자이너들의 안전장치 마련이 절대적 요소이다. 명확하게 디자인으로 파생되는 생산과 판매 권리를 주는 것인지, 디자인의 소유권 자체를 넘길 것인지 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서 거래의 조건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또 디자인은 소유권을 주장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많은 영역이다. 때문에 지적재산권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한 후에 거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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