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의사결정·짧은 리드타임이 요체
미국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스페인 패스트 패션 ‘자라’가 최근 선보인 겨울용 랩 코트가 기획에서부터 뉴욕 맨해튼 플래그십숍에 진열되기까지의 과정을 답사했다.
미국 브랜드들의 실적 부진이 답답한 나머지‘자라’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는 취지로 보인다.
‘자라’의 겨울용 랩 코트가 기획에서 맨해튼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5일이다. 디자이너와 패턴 메이커가 제품을 구상하고 견본을 만드는데 5일이 걸렸고, 이를 토대로 재단, 봉제 작업을 마치는데 13일이 걸렸다.
이어서 다리미질과 품질 검사, 라벨 부착 등을 마치고 ‘자라’ 고니아 물류센터를 거쳐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보내는데 6일이 소요됐다. 다음날 맨해튼 매장 진열대에는 존 F.케네디 공항에서 막 도착한, 한 벌에 189달러(원화 약 21만원) 가격표가 붙은 랩 코트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랩 코트 출생에서 맨해튼 진열장까지 25일 여정을 좀 더 꼼꼼히 따져보면 상품을 만드는 기간 13일과 라벨 부착 등의 6일 등 19일은 경쟁 업체들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아니다.
나머지 6일에 자라만의 숨은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딜리버리기간 1일과 컨셉 구상에서 견본이 나오기까지의 5일이 ‘자라’ 스피드 경영의 진수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자라’의 스피드 경영을 소개하면서 주력 생산 기지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등 본사와 가까운 곳에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경쟁사들에 비해 날씨나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제이씨페니의 경우 딜리버리 단축을 위해 일부 아이템 소싱 기지를 아시아에서 중남미로 옮겼지만 기간 단축은 종전 10개월에서 8개월로 2개월에 불과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의 지적이다.
또 ‘자라’는 온라인 마켓을 제외하고는 창고가 없고 본부 물류센터에서 일선 매장으로 상품을 직송, 딜리버리 기간을 단축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는 또 ‘자라’의 경쟁 업체인 스웨던 H&M도 마음만 먹으면 본사 가까운 곳에 소싱 기지를 옮길 수 있지만 한 가지 흉내낼 수 없는 것은 ‘자라’의 상품 구상에서 견본이 나오기까지의 짧은 리드 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패션 트렌드에 재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은 경쟁사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소시에터제너럴의 평가를 인용해 트렌디한 패션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있는 H&M도 패션 제품의 80%를 수개월 전에 주문한다고 전했다.
‘자라’ 모기업 인디텍스 본사 작업장은 축구 경기장보다도 넓다. 디자이너만 350명이 넘는다.
어떻게 관리가 가능한지, 엄격한 규율이 연상되지만 실제 작업 모습은 디자이너, 패턴 메이커, 영업 간부들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즉흥적으로 토론을 벌이며 작업을 진행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묘사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인디텍스 분석 기사를 통해 ‘자라’는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별도의 크레에이티브 디렉터나 디자인 디렉터가 없고 한 두 명의 특출 난 디자이너에 의존하기보다 세계 92개국, 7천여 개 일선매장에서 보고되는 소비자들의 요구, 현장 트렌드 보고 등 데이터를 토대로 토론을 벌이며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들 간에 상하 구분 없는 수평적 대화가 창작의 원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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