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획일화 …가성비 핵심요소 ‘소재’
지난해 패션 업계에는 소재 이슈가 유독 많았다.
비슷비슷한 상품을 가지고, 가격 경쟁을 벌여 온 패션 업계가 소재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소재 차별화는 동질화된 패션 시장에서‘가성비’를 부여하기에 가장 적합한 전략으로도 꼽힌다.
정재화 ‘밀레’상무는 “패션 제품 획일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가성비의 핵심 요소가 가격이었다면 이젠 매우 상대적인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싸냐 비싸냐가 아닌 말 그대로 기능,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다. 소재는 그것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과거 소재에 대한 관심은 고급 여성복이나 기능성 아웃도어 등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유니클로’등을 통해 대중 브랜드로 확산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갭’, ‘유니클로’ 등은 일찍이 자체 소재 개발을 통한 차별화에 주력하는 동시에 이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으로 신뢰를 쌓아 왔다.
유니클로의 ‘히트텍’, 나이키의 ‘드라이핏’, 아디다스의 ‘클라이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소재 마케팅은 전문성과 기능성, 독창성을 넘어 소비자 감성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가 유명 소재 업체들과 협업해 온 사례는 국내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니클로’와 일본 도레이사의 파트너쉽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초대박 아이템인 ‘히트텍’의 소재는 도레이의 작품이다. 도레이는 소재 뿐 아니라 연간 6~7억 달러 이상의 봉제 매출도 올린다.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소재 업체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도레이 뿐 아니라 일본 종합상사들의 금융지원이라는 협력 관계 속에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스트림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이 같은 모델이 국내에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패션 업체 중 자체 소재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은 한섬이다. 창업 초기부터 고급화, 명품화 전략을 펼치며 브랜딩의 진수를 펼쳐 온 한섬은 일찍이 소재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지난 추동 시즌 선보인 ‘시스템’의 프리미엄 라인 ‘시스템0’와 여성복 ‘래트바이티’는 소재를 앞세운 고급화에 방점을 찍었다.
캐시미어, 니트 등 소재를 아예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들도 잇달아 등장했다.
한섬의 ‘더캐시미어’, 짜임의 ‘수미수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이라운지’ 등으로, 이들은 디자인은 기본, 소재의 탁월함을 경쟁 요소로 삼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니트 생산업체 마하니트와 손잡고 개발, 생산, 마케팅, 판매를 공동 진행하는‘유닛’을 런칭하기도 했다. 캐시미어 100% 아이템이 주를 이루는데, 가격은 매우 합리적이다.
아웃도어와 스포츠 업계는 그 특성상 소재에 죽고, 소재에 산다.
기능성 소재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인데, 그것마저도 획일화 되면서 협업을 통해 독점 소재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사실상 소재의 브랜드화를 통해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블랙야크 박정훈 부장은 “컨버터 업체와 소재를 공동 개발하던 방식을 넘어 유니클로와 도레이의 협업을 모델로 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개발 소재에 별도 택을 부착해 홍보함으로써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블랙야크와 효성은 신제품 개발과 공동 마케팅 진행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었다. 블랙야크는 효성의 첨단 기능성 섬유를 전 제품에 확대 적용하는 한편 해외 시장 개척에도 효성과 함께한다.
신한코리아의 ‘JDX멀티스포츠’도 최근 세계 시장에서 통용될만한 고급화를 위해 이 같은 협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일본 도레이, 국내 효성과의 파트너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자체 소재를 업그레이드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년 춘하 시즌에는 도레이로부터 10여개 스타일의 완제품을 공급받기로 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자사 여성복과 아웃도어 소재의 차별화를 위해 기능성 소재 업체 벤텍스와 제휴를 맺었다. 벤텍스는 형지를 위해 개발한 기능성 원단을 독점 공급 하고, 형지는 소재 브랜딩을 펼치는 방식이다.
슈페리어 역시 벤텍스와 공동으로 ‘슈페텍스(SUPE-TEX)’라는 기능성 소재를 개발해 제품 적용은 물론 소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소재 차별화는 협력사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문화서 출발”
박일왕 대표 (에스비텍스)
최근 소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패션 업체와 소재 업체는 갑을 관계에 머물러 있어, 일방향의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 협력 관계의 파트너쉽이 없이는 윈윈을 위한 소재 전략이 쉽지 않다.
소재를 정말 중시한다면 제품 기획 단계부터 소재 업체와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제품디자인과 기획이 끝난 상태에서 소재를 끼워 맞추는 방식을 반복해서는 근본적으로 소재를 차별화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이 소재를 적용할 경우 이염이 된다’고 기획 단계에서 의견을 제시해도 대부분 업체들은 우격다짐으로 발주를 진행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왜 이염이 되냐’고 되묻는 것이 현실이다.
사고 분은 고스란히 소재 업체에 전가되며 업계의 부실로 이어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수직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은 패션 사업의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소재는 소재대로, 패션은 패션대로 산업의 구성원이다. 서로가 없이 독자 생존은 불가능하다. 이런 인식의 패러다임을 갖추는 것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유니클로’‘나이키’ 등은 소재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있어 파트너쉽 기반의 아웃소싱을 진행한다.
유통과 소비자 마케팅은 브랜드가 맡고 기타 다른 영역은 그 분야의 전문 업체들이 담당한다. 각각의 강점을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데 익숙하다.
국내 역시 협력사를 파트너로 인식하는 문화, 그리고 함께 경쟁력을 키워나가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