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건을 감동적인 가격에 제시하는 ‘新가성비’
언제부터였을까. 거리를 나서면 싼 물건들이 넘쳐난다. 단돈 몇천원에 즐길 수 있는 인형뽑기 가게가 우후죽순 들어서더니, 1000원짜리 핫도그, 6000원이면 3~4명이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빵을 주는 카스텔라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1만원이면 무제한 리필이 가능한 고깃집도 언제나 성황이다.
미디어에서는 경기 불황과 위축된 소비심리가 빚어낸 현상이라 말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정말 싼 것만을 원하는 것일까? 아이러니 하게도 한편에서는 프리미엄 제품들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 벌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패딩은 30~40%의 고공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가전 제품도 500~600만원의 프리미업급 제품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과 더불어 부상한 단어가 ‘가성비’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비의 줄임말이다. 언뜻보면 저렴한 상품을 선호하는가 싶지만, 사실은 가격에 비해 성능과 품질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따져보는 것으로 가격 경쟁력의 의미에 가깝다. 실제로 최근에는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을 갖춘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 화려한 광고와 패키지 대신 ‘기능’에 주력
“홍보 해도 될까요?”
이제 론칭 3년차를 맞이한 이솔 화장품이 웹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간 광고나 홍보, 패키지 등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화장품의 품질이나 기능에 투자를 이어온 브랜드이기에 본격적인 볼륨화에 앞서 그간 신뢰를 보내온 고객들에게 조심스레 의견을 묻는 것이다.
이처럼 이솔은 홍보 한 번 없이 유명해진 브랜드다. 두나 호랑이 앰플, 갈락토미세스 파워 앰플, 프로폴리스 수딩 솔루션 등 히트 아이템도 다수. 높은 원료 함량률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9900~1만9000원 수준이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용기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천연재료 그대로의 향에도 재구매가 이어지는 것은 높은 기능성 때문일 것이다.
지속적인 사회 환원 활동 또한 이솔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회사는 위안부 할머니를 지원하는 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핵협의회에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기부하며 ‘개념 화장품’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황성진 이솔 대표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집중하다 보니 홍보에 소홀해진 경향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계신다”며 “올해는 보다 많은 분들에게 제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홍보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며, 여성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사회 환원 활동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잘 빠진 실루엣으로 여심 사로잡은 ‘숲’
올 겨울 코트로 대박을 친 브랜드가 있다. 동광인터내셔날의 ‘숲’과 ‘비지트인뉴욕’이 그 주인공. ‘숲’의 테일러드 코트는 전면에 심지를 덧대 실루엣이 살아있는 데다 캐시미어 혼용 소재를 사용해 보온성까지 잡았다. 게다가 가격은 12만9000원, 15만9000원, 19만9000원으로 타 브랜드 절반에 가까워 폭발적인 호응 속에 5만장 이상 판매됐다.
‘비지트인뉴욕’ 또한 스타일과 보온성을 두루 갖춘 코트가 인기를 얻어 일주일마다 리오더 생산을 했다. 가장 인기가 좋은 6버튼 코트, 더플코트 등은 1만~1만5000장까지 판매됐다. 매장에서는 옷을 입어 본 고객들은 높은 만족도를 표했으며, 한 번에 코트를 2~3벌씩 사가는 고객도 생겨났다.
김지아 동광인터내셔날 사업본부장은 “이번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가성비를 선보이기 위해 코트에 집중했는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어 기쁘다”면서 “올해에도 셔츠와 데님 등 특정 아이템에 주력해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유통가, 가격보다 더욱 매력적인 ‘품질’로 어필
지난해 유통가를 휩쓴 핫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노브랜드’가 아닐까. 이마트의 PB인 노브랜드는 지난해 무려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전년대비 7배에 해당하며 당초 목표보다도 2배나 많은 수치다.
‘노브랜드’의 폭발적인 매출을 이끈 것은 800원 짜리 물티슈, 1180원 초콜릿, 890원 감자칩 등이다. 많게는 시중 제품의 절반 가격에 해당하지만 그 품질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광고 비용 등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낮춰 가격을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은 품질 탓에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광고효과까지 톡톡히 누렸다.
저렴한 가격에 집밥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가정 간편식 ‘피코크’도 이마트의 주력 상품 중 하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에 직접 인증샷을 올릴 정도로 애정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3년 250여 종으로 출발한 ‘피코크’의 종류는 현재 1400개까지 늘어났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식품연구단지인 ‘비밀연구소’를 가동 중이다.
◇ ‘맛’ 업그레이드 하니 매출도 UP↑
이미 포화 시장이라 여겨졌던 커피업계에도 가성비 열풍이 불어닥치며 판도가 뒤바뀌었다.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등 3톱 체제에 이디야와 투썸플레이스가 새롭게 치고 올라간 것이다.
특히 이디야는 가성비를 앞세워 성장을 이끌어 낸 케이스다. 이 커피 전문점은 경쟁사 대비 1000원 가량 저렴한 2000원대 커피 시장을 열었다. 지난 2010년에는 커피연구소를 설립해 커피의 맛과 질을 높여왔으며 지난해 신사옥에 ‘이디야 커피랩’을 설치하며 원두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덕분에 이디야는 지난해 커피전문점 최초로 2000호점 돌파했다. 이는 경쟁사의 2배 가량 많은 점포수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적어 수익성에서도 뛰어나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디야는 영업이익률 12.1%, 매출액 순이익률 9.7%, 자기자본순이익률 45%를 기록하고 있다.
◇ 소주 제치고 판매 1위한 백종원 도시락
최근 ‘편퇴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퇴근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러한 편퇴족 사이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은 바로 도시락이다.
편의점 도시락은 맛과 구성을 업그레이드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편의점 매출의 신장률은 놀랍다. CU는 168.3%, 세븐일레븐 174.6%, GS25 153.2%가 증가했다.
특히 CU의 대표 상품인 백종원의 한판 도시락은 지난해 상반기 3000개의 취급 품목 중 매출액 1위를 기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매콤불고기정식’과 ‘맛있닭가슴살’이 각각 매출 3, 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백종원 도시락은 푸짐한 구성과 맛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랜 세월 요식업을 이어온 백종원 씨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도시락에서 인기를 얻은 일부 반찬은 단품으로 출시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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