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 전개권을 놓고 다툼이 시작된 한섬(대표 김형종)과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 이하 SI)의 날 선 감정이 모기업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양사 모두 날카로워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섬과 SI는 「에르노」에 이어 「끌로에」 「클럽모나코」까지 국내 판권을 따내기 위해 충돌했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건 한섬에서 전개해온 프랑스 명품 브랜드 「끌로에」가 올 2월부터 SI로 사업자가 바뀐 것이 결정타였다.
감정이 상한 한섬은 지난해 화제 속에 오픈한 신세계 하남 스타필드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입점하지 않는 것으로 맞섰다. 이에 대응해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등 주요 점포의 MD 작업에서 최근 한섬 소속 브랜드의 입.퇴점을 논하는 등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추세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현대백화점에서 2014년부터 전개하던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에르노」는 2016년 SI로 전개권이 넘어갔다. SI는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대규모 플래그십스토어를 여는 등 「에르노」를 키우는데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에르노」 이어 「끌로에」 까지 전개권 다툼
이런 상황에서 「끌로에」까지 SI에 뺏기자 한섬과 현대백화점은 더욱 발끈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끌로에」와 세컨 브랜드인 「씨바이클로에」를 80%까지 할인해서 판매하는 등 막판에 재고털이 했다. SI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날을 세웠다.
여기에 「클럽모나코」는 지난해 한섬이 M&A 작업에 나서면서 파트너 교체에 따른 재계약을 해야 했다. 이때 SI가 끼어들면서 「클럽모나코」를 둘러싼 밀당이 벌어졌다. 최종 한섬과 계약을 연장하며 이번에는 방어에 성공했지만 SI와 감정의 골은 치유불능 상태로까지 깊어진 상태다.
양사간 해외브랜드 전개권을 놓고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섬과 SI는 이전에도 「지방시」 「셀린느」를 놓고 치열하게 다퉜다.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인수할 지난 2012년, 당시 한섬에서 전개하던 「지방시」 「셀린느」가 모두 SI로 넘어간 것이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몇 차례에 걸쳐 시비가 붙다 보니 이제 양사의 자존심 대결이 된 듯하다.
양사 자존심 싸움이 관련업계 질서 무너뜨릴까 우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입 브랜드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점점 더 해외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으로 미니멈 물량 등을 맞춰주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 기업이 ‘봉’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더군다나 한섬이나 SI, 그리고 현대와 신세계는 국내 패션 유통을 이끌어가는 빅 컴퍼니들이다. 이들의 감정 싸움이 가뜩이나 어려운 패션업계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해외 브랜드 전개권 다툼에서 시작된 일이 브랜드의 생존과 직결된 매장 입퇴점까지 확산되는 것은 상도의를 깨뜨리는 일은 아닌지, 더 나아가 소비자들을 무시한 처사가 아닌지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비즈니스상에 있어서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는 것은 물론 국내 패션 유통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답게 보다 클린한 경영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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