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믿고 산 기계 애물단지 전락

2017-04-10 00:00 조회수 아이콘 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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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 - 수차례 AS, 가마 교체 불구… 원단 클레임 발생
판매자 - 게이지, 원사 문제… “제품하자 인정하기 어렵다”

국내 굴지의 섬유기계제조업체와 원단 제조업체 간 기술력에 대한 시비 가리기가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동무역(회장 김찬호)이 금용기계를 상대로 금용기계로부터 구입한 원단제작기계의 하자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


이번 소송의 시작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해동무역은 금용기계로부터 1억4천만원 상당의 ‘더블싱글메쉬자카드(이하 DSMJ-42)’를 구입했다.


당시 해동무역은 일본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섬유기계전시회를 찾았고, 이 때 만난 금용기계로부터 DSMJ-42 구매를 제안 받았다. 

 

금용기계 측은 해동무역이 요구한대로 코마사 30수를 이용해 무지는 물론 자카드, 트랜스퍼(Transfer), 아일렛(Eyelet)의 생산이 가능하며, 끝단을 2겹으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솔기 없이 마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 막 개발돼 시장에서 검증조차 받지 않은 기계를 선뜻 구매한다는 것은 모험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해동무역은 금용기계라는 회사 브랜드와 수년간의 축적된 기술력에 대해 신뢰하는 것은 물론 기계업체와 원단업체 간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상생의 좋은 사례를 만들어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대한민국 섬유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선뜻 구매를 결정했지만 전시장에서 기술력을 자랑하던 금용기계에 대한 기대감과 상생에 대한 의지는 아쉽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해동무역에 따르면 금용기계로부터 구입한 DSMJ-42에 코마사 30수의 원사를 사용해 원단을 제작하려 했으나, 원단 일부에 구멍이 생기거나 원사가 끊어지고, 검침기가 미작동하거나, 바늘 불량, 기계 미작동, 원단 제조 속도 미달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구매 당시 금용기계의 설명대로라면 코마사 30수를 포함하여 원사의 종류와 관계없이 원단 생산이 가능해야 했지만 인도할 때부터 발생한 하자로 인하여 원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금용기계 측에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청했고, 금용기계는 직원을 파견해 수차례의 수리작업을 진행했음에도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해동무역 측의 주장이다.


당시 해동무역 측은 파견 나온 금용기계 측 직원들에게 숙식과 편의를 제공하면서 조속한 문제 해결을 기대했지만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이에 금용기계 측은 기계에 들어가는 가마(3천만 원 상당)를 무상으로 교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가마 교환 후 불량률이 더 심해졌고, 결국 가마는 원상 복귀됐다.


금용기계 측은 하이게이지와 강도가 약한 저가의 코마사 30수 원사 사용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DSMJ-42는 원단의 끝단에 솔기가 발생하지 않는 부가가치가 높은 원단을 생산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코마사 30수 원사보다 높은 강도의 원사 또는 위 원사를 왁싱처리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 기계에 요구되는 강도를 갖춘 원사를 사용하지 않고, 코마사 30수를 사용한 취급상 부주의 또는 운영상 과실에 의해 하자가 발생한 것이지 기계 자체의 성능과 관련해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금용기계 측은 가마 교환과 관련해서도 “좀 더 나은 제품 생산을 위한 조치일 뿐 제품 하자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현재 해동무역 측에서 앞서 발생한 문제와 관련해 코마사 30수의 원사를 이용한 원단 제작 가능 여부와 다른 원사 또는 왁싱처리된 원사를 이용한 원단 제작 가능 여부에 대해 감정을 요청한 상황이다.

 

감정을 통해 코마사 30수의 원사를 이용하여 끝단을 2겹으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솔기 없이 마감되는 원단을 지속적으로 제작할 경우 앞서 지적한 문제들의 발생 원인이 기계의 설계상 또는 제작상 결함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기계의 잘못된 사용이 원인인지를 밝힐 계획이다.

 

또 이 기계를 사용해 코마사 30수의 원사보다 높은 강도의 원사, 예를 들어 코마사 60수나 70수 아니면 왁싱처리된 코마사 30수의 원사를 이용하여 앞서 제시한 내용과 같은 자카드, 트랜스퍼, 아일렛, 솔기 없이 마감되는 원단을 정상속도로 또 지속적으로 제작이 가능한지도 가려낼 방침이다. 


그런데 금용기계 측은 감정 과정에서 기계를 가동하기 위한 기계 부품 교환 등 수선 비용으로 5,500만 원을 요구하였으나, 법원은 위 금액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수선범위 및 비용을 감정인이 결정하도록 하였고, 해동무역 측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5,500만 원을 예납하였다. 


그런데 금용기계 측은 기계 수선을 위해 금용기계 본사로 기계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해동무역 측은 객관적인 감정을 위해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현장에서 점검 및 수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마땅하므로 굳이 기계를 금용기계 본사로 가져갈 이유가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향후 구체적인 감정 절차 진행 및 수선 비용은 감정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계-원단업체 상생하는 모범사례 만들 동반자 정신 필요

 

해동무역 김찬호 회장은 처음 이 기계를 구입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수준으로 작동되면 4~5대까지 더 구입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금용기계를 믿고 구입했기 때문에 원단 제작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했을 때도 수차례 AS와 가마 교환까지 지켜보면서도 반품보다는 제대로 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는 것이다.


김찬호 회장은 지금도 애초 구입 목적에 따라 기계가 정상 작동하기를 원하고 있다.

 

금용기계 측에서도 납품한 기계의 하자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당시 근무하던 직원들도 이미 퇴사한 지 오래됐고 최근 오더가 밀리면서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서 이 문제로 더 이상 매달리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금용기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박 엔진용 배기밸브를 비롯해 섬유기계 전문업체로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시 우수스타기업이면서 히든챔피언 육성대상기업·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대구시가 선정한 중소기업대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동무역도 4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원단수출전문기업으로 1998년 제3회 중소섬유업체 기술경진대회에서 중소기업청장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최신 전자동 컴퓨터 설비를 도입해 원단 고급화를 집중 지원하고 신소재 개발에 주력한 결과 90% 이상의 수출 증대를 이뤄내는 등 수출기업으로 국가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섬유산업 발전에 이바지해온 두 기업이 처음에 가졌던 상생의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해서 법정공방으로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원만한 합의를 통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출처 : TIN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