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패션 1번지 대신 직접 가 봐야 감성을 알 수 있는 골목이 핫플레이스로 연일 뜨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알뜰신잡2'에서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사람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의 조건을 '자동차 대신 걸어서 가야 하는 곳'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방송의 배경 역시, 차는 물론 사람도 여럿은 걷기 어려운 좁은 골목 사이로 한옥과 독특한 카페, 가맥집, 고깃집이 늘어선 서울 종로구 익선동이었다. 근방인 안국역 북촌한옥마을이 잘 정비되고 유명한 관광지라면, 안국역과 종로3가역 사이인 익선동은 1920년대 지어진 개량식 한옥이 남아있는 오래된 주거지다.
이와 함께 십수년전 모습이 남아있는 을지로 뒷골목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데 모두 이전에는 젊은이들이 모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곳이다.
유 교수는 "꼬불꼬불한 삼청동, 뒷골목에 계단이 있는 경리단길 등도 모두 차가 다니기 어려운 골목"이라며 "필지가 좁기 때문에 소규모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새로 뜨는 골목 상권은 청년사업가 또는 중소형 브랜드가 몰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대형 리테일에서는 보기 어려운 개성 있는 이들이 거리를 형성한다.
과거 명동, 동대문, 압구정로데오, 가로수길과 비교할 규모는 안 되지만, 전국 곳곳에 거리 상권이 뜨고 있다. 송리단길(서울 송파구), 황리단길(경주), 꽃리단길(울산), 동리단길(광주) 등 '~리단길'이라는 이름의 핫 스트리트가 생겨나고 있다. F&B 업계의 미다스의 손인 장진우 (주)장진우 대표가 서울 이태원 뒷골목 '경리단길'에서 20개의 맛집을 만든 것이 유래인데, 최근에는 각지의 부동산 투자 열풍과 맞물려 전국에 '리단길'이 무한 생성되고 있다.
'핫플'의 조건은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곳?
부동산 전문기업 CBRE의 김용우 리테일팀 팀장은 "세로수길, 망리단길, 경의선숲길, 상수동 카페 등 뜨는 골목 대부분은 광역상권에서 파생된 뒷골목이다. 없던 상권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고, 유명 상권의 인근으로 지속 확대되며 옮겨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깨끗하고 현대적인 도시에서 가장 오래되고 불편한 골목이 가장 트렌디한 곳으로 뜨는 현상을 "장소와 경험을 소비하려는 욕구와 SNS의 영향으로 '나만 아는 특별한 곳'을 찾는 심리"라며 "인지도가 있는 상권의 한 블록 뒤, 숨은 골목이 핫플레이스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얼마 전까지 백화점 대신 편의시설이 많은 쇼핑몰에서 먹고 즐기는 '몰링'족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숨은 골목을 찾아다니는 소비자가 더 힙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한몫한다는 것.
새로 부상하는 스트리트 상권 중 눈에 띄는 곳은 '한남동 패션 골목'인 이태원로 54길이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와 「시리즈코너」 등이 있는 대로변의 한 블록 안쪽이다. 강남과 강북의 중간인 한남동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상권이지만 최근 골목에도 작은 패션숍들이 생기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가 있는 이태원로가 「꼼데가르송」 「비이커」 「란스미어」 그리고 올 하반기 문을 연 「COS」 등 하이엔드, 컨템포러리 브랜드 중심이라면 그 뒷골목에는 스트리트, 온라인 기반 브랜드 등 인기있는 중소 브랜드들이 마니아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 2010년대부터 편집숍이 속속 생기다 최근에는 가로수길에서 디자이너들이 계속 옮겨가고 있다. 현재 이태원로 54길에는 「어썸니즈」 「바이미나」 「이콤마이」 「레디투웨어」 「소프트서울」 「인에이」 등이 있고 다양한 중소브랜드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한남동, 청담동의 여유로움+가로수길의 감성 가져"
한남동은 초기의 가로수길처럼 조용하고 독특하며, 청담동과 같은 여유로움에 문화예술 공간까지 있다. 이와 같은 뒷골목이 패션, F&B로 부상한다면 더욱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용우 CBRE 팀장은 "한남동은 청담동의 고급스러움과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유동인구도 더 높고 젊은 층도 꽤 많기 때문에 어포더블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특히 이 상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청담동을 대체할 고급스러운 느낌과 한적함을 동시에 가진 대체 상권으로 앞으로의 잠재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어포더블 럭셔리나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한남동 매장 출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웰빙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브랜드들이 속속 출점하거나 검토를 하고 있다"고 덧 붙였다.
실제 「COS」는 청담동에 이어 두번째 하이스트리트 매장으로 한남동을 선택, 지난 9월말 오픈하자마자 놀랄만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그밖에 유러피안 슈즈 편집숍 'RICCIOANNA', 프렌치 무드를 담은 국내 유니크 여성복 「밀란로랭」 등도 한남동에 추가 매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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