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경영인 시대 막 오른다

2018-02-20 00:00 조회수 아이콘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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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관리·글로벌 비즈니스·HR 탁월한 경영자 절실

국내 패션기업들은 역사가 짧고, 규모가 크지 않아 창업주 오너의 책임경영이 일반적이었다. 패션 자체가 ‘감성’ 중심으로 흘라가면서 ‘투자’와 ‘운영’은 오너가 맡고, 감성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를 잘 채용하는 것이 사업성공의 관건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성장기’에는 이 같은 오너형 사업이 효과를 누리기에 충분했다. 수시로 시장 상황이 바뀌는 환경에서 오너의 직관력과 추진력이 사업 성공의 절대적인 요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패션시장이 본격적인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경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해외 SPA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유입과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영업을 펼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시스템과 파이넨싱, 소싱, 마케팅, 이커머스 등 각 분야의 전문성 여부가 경쟁력으로 전환되며 자연스럽게 경영 전문가가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조직적인 사고와 리더십을 지닌 전문 경영인들이 대우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매력적인 경영 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기업 문화를 쇄신할 수 있는 인적자원경영도 대두됐다. 저성장기로 돌입한 패션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효율적인 관리하에 수익성 극대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재무와 세무까지 해박한 전문 경영인의 필요성도 체감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화되고 있는 시장 추세에 맞춰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지니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전문가도 필요 충분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이로 인해 창업주가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일군 기업을 2세에게 승계하기보다 지분 매각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회사의 투자를 위한 금융권 출신의 인사 영입도 잇따르고 있고 내부 관리를 위해 CFO 출신의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는 등 시장의 경영 환경이 점차적으로 소유와 경영에서 분리되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현재 패션 시장에는 50여 명의 전문 경영인이 활동하고 있다. 55조원을 넘는 시장 규모와 기업 숫자에 비하면 아직은 미비한 편이다. 이마저도 직진출이나 대기업 및 중견 기업 군을 제외하면 극히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도 패션을 오너 중심으로 여기는 인식이 아직까지는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한 관계자는 “패션 시장의 고도 성장기는 막을 내렸다. 성장기에는 빠른 의사결정과 오너의 추진력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했다면 성숙기에 접어든 현재는 시스템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즉 과거와 달라진 시장을 이해하고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진출 기업 국내 전문경영인 제도 시초
국내 시장에 일찍부터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은 분야는 단연 직진출 기업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자라’, ‘유니클로’, ‘리바이스’, ‘지오다노’ 등의 글로벌 브랜드들은 국내 진출과 동시에 한국인 지사장이나 대표를 선임, 전문 경영을 실현해 왔다.

 

이중 주목 받는 인물을 꼽자면 단연 데상트코리아 김훈도 대표, 자라코리아의 이봉진 대표, 지오다노 한준석 대표를 들 수 있다.

 

김훈도 데상트코리아 대표는 지난 200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된 데상트코리아의 설립 멤버로 지금의 데상트코리아를 일군 주역이다. 특히 데상트 글로벌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지난 2015년 데상트글로벌리테일을 설립, 해외 시장 개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봉진 자라코리아 대표는 과거 ‘까르푸’를 국내 시장에 안착시킨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0년대 후반 자라코리아에 합류하며 ‘자라’를 국내 시장에 볼륨브랜드로 육성시킨 장본인이다.

 

또 지오다노 한준석 대표도 지난 98년 이후 캐주얼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최장수 전문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도 아디다스 출신으로 유명한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 심한보 대표, 파타고니아코리아 최우혁 지사장, 닥터마틴코리아 박중근 대표가 있다. 심대표는 과거 아디다스코리아의 최고 재무 관리자(CFO)로 근무하고 테일러메이드코리아 한국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우혁 지사장은 아디다스에서 상품기획파트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데상트’를 거쳐 파타고니아에 합류했고, 박중근 대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두 곳을 모두 근무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전문 경영 체제 일반화된 대기업군 - 김형종, 오규식, 차정호 대표 두각 
코오롱FnC, 신세계인터내셔날, LF 등의 대기업 군은 일찍부터 전문 경영인 체제가 보편시 되어왔다. 과거에는 패션 계열사 본부장 수준에 머물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해 지면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는 한섬의 김형종 대표, LF 오규식 대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차정호 대표와 고강후 대표가 눈에 띈다.

 

김형종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을 인수하며 전문 경영인으로 투입된 이후 한섬을 국내 대표 프리미엄 그룹으로 입지를 다지는데 일조했다. 오규식 대표 역시 LG패션 패션사업과 대표를 지낸 경험을 토대로 분사 이후 LF의 공격적인 행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어 차정호 대표는 삼성물산, 호텔신라 면세사업 총괄, 고강후 대표는 롯데백화점 명품 부문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신세계 패션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기업간 M&A, 사모펀드(PEF)의 확대도 전문 경영인의 등용문
수시로 변화하고 순간적인 오너 판단이 중요하다고 인식돼온 패션 전문기업들도 전문 경영인 선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에는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M&A를 통해 전문 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세실업을 꼽을 수 있다. 한세는 지난 2011년 아동복 한세드림(구 드림스코), 2015년 캐주얼 에프알제이, 2016년 상장사인 한세엠케이(구 엠케이트랜드)를 잇따라 인수하며 패션 M&A 시장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한세드림은 임동한 대표, 에프알제이는 성창식 대표, 한세엠케이는 김문환 대표가 전문 경영인으로 활동 중이다.

 

이중 김문환 한세엠케이 대표가 눈에 띈다. 김 대표는 과거 엠케이트랜드 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한세실업의 엠케이트랜드 인수와 맞물려 현재의 한세엠케이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또 닉스, 흄, 최근 골프웨어 ‘아바쿠스’를 인수한 케이브랜즈 엄진현 대표도 공격적인 경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밖에 여성복 기업 중에는 조승곤 대표가 아이디룩의 전신인 쌍방울룩의 창업멤버로 지난 2004년 대표에 선임된 후 14년간 안정적으로 기업 운영을 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모펀드(PEF)의 확대도 전문경영인들의 주요 활동무대로 자리잡고 있다. PEF를 통해 기업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면서 패션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경영인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MBK가 경영권을 보유한 아웃도어 기업 네파 이선효 대표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투자 사에 인수된 화승의 김영수 대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네파 이선효 대표는 ‘갭’, ‘바나나리퍼블릭’에 이어 ‘라코스테’를 성공시켰고 네파 취임 2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며 흥행 보증수표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또 김영수 대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네파 출신으로 화승의 재도약을 위한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기업 등에 업고 전문 경영인으로 점프 - 자본, 관리 중요성, CFO출신 인사도 늘어 
한편 본지가 외국계 기업을 제외한 패션 기업 전문경영인 20여 명의 출신 성분을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 코오롱인더스트리, LF(구 LG패션)의 3개사 출신이 10여명에 달해 가장 많았다.

 

대부분 각 기업 임원 출신들로 대기업의 시스템과 브랜드를 총괄해본 노하우를 바탕으로 패션 기업 요직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휠라코리아의 김진면 대표, 네파의 이선효 대표, 동일드방레의 배재현 대표는 대표적인 삼성맨으로 유명하다.

 

화승 김영수 대표, DIR 박준식 대표, 까스텔바쟉 백배순 대표는 코오롱FnC에 재직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LF 출신으로는 LS네트웍스의 문성준 대표와 MBK 코퍼레이션의 이성열 대표가 있다.

 

브랜드 출신이 선호되던 전문경영인의 형태도 다소 변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브랜드 확장 뿐 아니라 관리와 투자 역시 기업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CFO출신 인사가 등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지엔코 김석주 대표, LF 오규식 대표, 에이션패션 허춘욱 대표, 컬럼비아코리아 심한보 대표 등이 있다.

 

김석주 대표는 외환은행과 호라이즌엠씨 대표를 거친 경험을 지녔으며 심한보 대표는 아디다스 최고 재무관리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패션업계에 전문경영체제가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책임경영체제 구축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동안 패션 시장에는 허울뿐인 전문 경영인 체제를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 규모가 날로 커지며 인재에 대한 욕심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지만 불과 수 개월 만에 보따리를 싸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무리 소신껏 경영을 실현한다 해도 여전히 오너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패션 시장의 현실이고 조금이라도 이익에 빗나가면 오너와의 불신이 쌓이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즉 이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또 외형 성장과 같은 성장기 시대 패러다임이 아닌 철저한 수익관리를 기반으로 변화한 시장환경에 생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할 수 있도록 넓은 안목에서 지켜보는 태도도 중요하다.

 

패션사업 특성상 브랜드 단위로 책임 경영제를 정착시킨다면 적지 않은 시너지가 창출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체계적인 인재 관리 및 양성에 힘써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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