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성수동 수제화거리, 활성화 방안 없나?
성수동이 핫하게 떠오르고 있지만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수제화 판매처와 더불어 청년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크고 작은 수제화 매장들이 증가했지만, 사무실 개념의 쇼룸일뿐 실제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매장은 극히 소수다.
성수동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개인 수제화 브랜드 대표 여럿은 “성수동이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에 대해 덕을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성수동의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디자이너 브랜드 대표 A씨는 “성수동에 카페들이 많이 생기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가끔 쇼룸에 들어와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분들은 있지만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성수동을 돌아다니다보면 크고 작은 여러 수제화 쇼룸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예약제로 상시 오픈해 놓지 않거나 ‘부재중’ 혹은 ‘공장에 있어요. 연락주세요’라는 팻말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매장이라기보다 공장과 부자재 업체와 가까운 사무실 개념이다. 온라인이나 다른 매장에서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수제화 매장이 그렇지 못해 수제화 거리의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수제화, 매뉴얼 작업으로 기성화와의 차별점 찾아야
수제화 판매 상인이나 관련 지원 사업 정부 관계자는 성수동 수제화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제일먼저 ‘상품력’을 짚었다. 이미 너무 많은 판매처에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기성화와 별 다르지 않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성있는 디자인이나 꼼꼼한 맞춤 시스템 등 시중의 기성화와 다른 경쟁력을 갖춰야 ‘수제화 거리’의 매력이 살아나는데, 이미 많은 판매처에서 낮은 등급의 원자재를 활용하거나 공정 과정을 간소화해 SPA형 저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성수동에서 10여년 간 수제화 매장을 운영한 B씨는 “성수동 수제화가 시중의 신발과 다르다는 걸 부각해야 하고, 그러려면 제조에 대한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잡아 상품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며 “사람이 하나 하나 제작하는 만큼 모든 상품이 동일할 수는 없지만, 바느질 땀 수를 몇 수로 정해놓는 등 공정 과정에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품이 부실한 경우가 종종 있아 수제화를 구입한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릴 때가 많다는 설명이다.
또한 큰 폭의 공임비 상승으로 인해 제조 기반이 흔들려 문제가 되고 있다. 보통 신발 한 켤레를 생산할 때 공장 소속의 직원을 제외하면 장인 2명이 갑피(어퍼)와 중창 부분을 각각 맡아 제작하는데, 일인 당 공임비가 오르면 신발 생산 원가에는 2명의 공임 인상분이 부가된다. 최근 갑작스럽게 큰 폭으로 공임이 인상되면서 공임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공장들이 나오고 있고, 업체들은 생산처를 한번에 바꾸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년간 성수동에 있던 제조, 부자재 업체 450~500개 중 80~100여개가 폐업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폐업한 성수동 제조업체
1년간 100개 내외 업체 폐업, 제조 기반 안정화돼야
한 수제화 브랜드 대표 C씨는 “단계적인 공임 인상과 적정 수준의 타협으로 제조 기반을 안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주위의 가죽과 부자재 업체 중 문을 닫는 곳이 많아졌다. 불안한 마음에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가죽 업체만 찾게 됐다”고 설명한다.
공임비 인상,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평균적인 성수동 수제화 아이템 가격대는 평균 13만~17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10만원 내외의 가격대에서 10만원 중반으로 올랐다. 10만원 중반의 가격대는 형성해야 어느정도 손익분기점이 맞는 상황이지만, 소비자가 수제화에 대한 인식이 약해 가격저항에 부딪치는 상황이다.
꼼꼼한 공정과 고객의 요구 사항을 반영할 수 있는 디자인 등 수제화가 기성화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고 있는 고객이 많다. 한 사업자는 “성수동이 핫하게 떠오르면서 호기심에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반응이 많다. 시중에서 보다 더 가격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월세 면제하는 ’공동판매장’ 지원, 실효성 검토 필요
정부의 현명한 정책과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2013년부터 성수동 수제화 거리 활성화를 위해 16개 업체를 선정해 월세를 면제해주는 ‘공동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성수역과 뚝섬역 교각 아래에 설치된 공동판매장에 입점된 16개 업체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월세를 내지 않고 전기세만 지불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오픈해야 하고, 사전 협의없이 가게를 오픈하지 않을 경우 퇴점해야 한다. 3년부터 최대 5년까지 입점 할 수 있다.
월세를 면제하는 큰 혜택이 주어지지만, 실제 평일과 주말에 손님들이 오가며 판매가 잘 이뤄지는 매장은 50%가 되지 않는다.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구역이라 구경하는 손님도 거의 없다. 16개 업체 중 3~4개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1인 기업으로 부재중인 경우도 많다.
매장 컨디션이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명이 상품 제작부터 판매까지 모든 걸 하려다보니 상품 디스플레이가 혼잡하거나 매장인지 사무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매장도 더러 있다. 공동 판매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D씨는 “경제적인 지원이 제일 필요한 건 맞지만, 공간이 활성화 되려면 수제화 거리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매장 컨디션 개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뚝섬역과 성수역 근처의 ‘공동판매장’
’수제화 오픈마켓’ 등 새로운 콘텐츠 시도 호평
대부분 1인 기업인 만큼 홍보와 더불어 CS역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7년 성수동에 사무실을 얻은 온라인 잡화 편집숍 디자이너테이블(대표 김연수 이하 DT)은 이러한 스몰 브랜드의 니즈를 파악해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케이스다. DT에는 수제화를 중심으로 슈즈 브랜드 200개, 가방 브랜드 100개가 입점해있다. ‘맞춤제작의뢰란’이 있어 오프라인에서 신발을 맞추는 것처럼 디테일한 주문이 가능하고, 성수동 슈즈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DT의 모 회사가 광고회사인 만큼 DT는 속해있는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고, 오프라인 마켓을 열어 고객 응대와 CS역할을 지원한다. 여러 브랜드를 모은 오프라인 마켓을 개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사람들을 집객한다. 또한 대표 1인이 맞춤 진행과 고객 응대를 모두 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고객 응대와 CS를 지원한다. 마켓 자체의 호응도 좋았지만 이후 편집숍 온라인 매출이 함께 상승했다는 효과를 봤다.
이 마켓에 참여한 한 디자이너 브랜드 대표는 “DT가 처음 론칭할 때 합류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DT에서 수제화를 매력적으로 홍보하고 어필하는 만큼 내 브랜드를 포함해 여러 성수동 슈즈 브랜드가 DT로 이름을 알린 것으로 안다. 성수동 수제화 브랜드가 대부분 규모가 작은 만큼, 이들을 모아 색다른 콘셉트로 홍보했을 때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 성수동 슈즈 제조 장인들의 나이가 최소 60대 이상인 만큼 앞으로의 후배 양성과 ‘성수동슈즈’에 걸맞는 상품력을 갖췄을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정도의 공임비 인상과 체계적인 제작 매뉴얼로 제조 기반을 확실히 하고, 새로운 수제화 콘텐츠로 접근할 때 수제화 거리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테이블이 최근 진행한 오프라인 ‘DT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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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9-5-27, https://www.fashionbiz.co.kr/article/view.asp?idx=172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