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판로 막힌 K-디자이너, 대응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패션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수주에 기대고 있는 K-디자이너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소싱에서 리테일에 이르기까지 컬렉션과 상품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해외 유명 컬렉션과 전시회가 줄줄이 취소 또는 축소됨에 따라 이를 선보일 루트까지 차단돼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당초 지난 달 치뤄질 예정이던 제 20회 서울패션위크가 전격 취소된 것에서 더 나아가 오는 6월 런던, 파리, 밀라노, 뉴욕 등 글로벌 패션 도시에서 시작될 2021 S/S 맨즈 패션위크와 쿠뛰르 패션위크도 줄줄이 취소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들 4대 패션쇼는 지난 2월 2021 S/S 컬렉션 경우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이후 팬데믹으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장기화되면서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
4월 개최 예정이던 패션월드도쿄는 오는 10월로 연기됐다. 미국 보스톤과 포틀랜드에서 열리는 소재 전시회가 연기됐고 홍콩의 아시아 퍼시픽 레더 페어(Asia Pacific Leather Fair) 역시 6월 이후로 개최 시기를 연기한다. 이미 중국서 개최 예정이였던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CHIC 등 굵직한 쇼가 취소된 터라 급하게 대체 전시로 미주나 동남아 소재의 전시회에 참가하고자 했던 브랜드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대형 브랜드 생산기지 中→국내 이동, 연쇄 차질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 코로나19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에 생산기지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중국 공장의 휴무기간이 길어지면서 대형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대체 공장 찾으며 연쇄적인 차지을 빚고 있다. 제도권 브랜드들이 다량의 오더를 넣으며 기존 거래를 진행하던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것이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미국의 대형 유통 업체와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올 F/W용 의류 제품을 이미 5월 말까지 딜리버리하기로 약속한 제품이 생산 완료한 점을 고려해 3월 초까지 생산 완료한 부분에 한 해 선적을 일단 허용했다. 하지만 3월 중순 이후 생산분에 대해서는 수입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외 컬렉션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 디자이너는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7~8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어 미국 유통 바이어들이 바잉에 소극적이거나 구두로 계약한 물량을 보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2020 S/S 컬렉션에 대한 상품 반환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다가올 F/W 컬렉션 물량을 무리해서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고 한숨 섞인 푸념을 내뱉었다.
글로벌 쇼, 전시 취소에 자생적 쇼잉 창구 시급
홍혜진 더스튜디오케이 대표 겸 디자이너는 코로나 이슈로 모든 플랫폼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 시류를 잘 보내면 국내 패션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홍혜진 디자이너는 국내에서도 기술과 패션을 접목하는 패션테크 선두주자로도 정평이 나있으며 일찍이 패션쇼장에 미디어 랩핑을 도입하는 것에서 시작해 AR를 접목하기도 하고 2018 F/W에서는 홀로그램 런웨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홍 디자이너는 한국 패션이 글로벌 4대 패션위크의 포멧을 고스란히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IT 경쟁력을 가지고 뚜렷한 색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4차산업 시대라고는 하지만 패션계는 보수적이고 관행적인 쇼잉에만 집중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중과 실제 런웨이 무대가 있어야만 제대로 된 컬렉션 쇼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가상' '언컨텍트(uncontact)'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한다.
실제로 지난달 개최가 예정돼 있던 상하이 패션위크는 디지털 쇼로 전환하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국내 대부분 디자이너들이 해외 비즈니스에서 서울컬렉션을 통한 쇼잉과 해외 바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겸 디자이너는 비욘드클로젯은 꾸준히 해외쇼를 참가하고 지난해에는 서울에서도 오프쇼로 진행하는 등 자체적인 쇼잉 윈도로 자생력을 키워왔기에 이번에도 역시 새로운 방식의 쇼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안을 제시한다.
[출처] 패션비즈 (https://www.fashionbiz.co.kr/article/view.asp?cate=1&sub_num=22&idx=177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