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성수기 놓치고 다가올 비수기에 한숨만”
계절에 민감한 의류 특성상 2~4월까지 봄 시즌은 성수기로 불린다. 소재에 따라 석 달간의 시즌 오더가 기업의 1년 매출을 좌우하는 기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앞으로 다가올 여름은 소위 비수기다. 1~3분기 매출이 코로나로 물거품이 됐다는 의미다.
그나마 여유가 남아있는 가을 시즌 오더에 기대를 걸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정국 속에 미래가 불투명하다.
여느 산업들도 그렇지만 현재 국내 섬유의류업계는 지난 2월부터 국내 의류수출기업 및 OEM협력업체들이 미국 의류바이어들의 대금 결제 미지급으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 GAP은 여름 상품은 물론 가을 시즌 상품 제작을 중단하라고 통보한데다 최근 콜스가 완제품 선적분에 대해 대금 결제를 50% D/C하겠다고 통보했다. 코로나19로 자국 내에서 판매가 되지 않아 100% 지급해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어찌 보면 “자신들의 재고 부담을 너희들도 일부 부담하라”는 식의 갑질이다.
그렇다고 대항할 방법도 없다. 바이어들의 갑질 앞에선 벤더건 협력사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4월 들어 오더 절벽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 지역 섬유염색업계 가동률은 20%까지 떨어졌다. 대구염색산업관리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4월부터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4월16일 기준)대구염색공단 내 총 127개 입주업체 중 98개사, 약 77%가 휴업 또는 부분휴업(37%), 단축조업(40%) 중이며, 정상가동 업체는 불과 23%에 불과하다. 경기북부 지역도 30~40%까지 가동률이 떨어졌다.
인근 부산도 나이키 등 주요 신발 브랜들이 오더 취소와 대금 결제 지연으로 현재 가동률은 30%까지 떨어졌다. 부산패션칼라조합 김병수 이사장은 “현재 미국 바이어로부터 올해 들어 1월분 대금만 받을 뿐 2월부터 깜깜무소식이다. 부산 지역 섬유염색업계는 대다수 나이키의 협력사들로 미국 본사가 오더를 취소하면서 일감은 80~90%가 줄어들었고, 여기에 대금 결제까지 미루어지면서 현재 가동률은 30%까지 떨어졌다. 문을 연 공장들도 주 3일(화~목) 근무에 주간조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0곳 중 7곳이 휴업, 그나마 나머지 30%도 정상적인 운영 상태가 아니다.
대구경북패션칼라조합 한상웅 이사장은 “현재 조업 중인 곳들도 일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재고 소진을 위해 마지못해 공장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이미 3월까지 수출 오더들이 마감되고 4월부터는 일감이 없다”고 토로했다.
오더 절벽에 대금 미결제로는 그대로 자금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섬유염색업계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금 미결제로 인한 기업 운영자금의 신속한 지원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중소기업중앙회 귀빈실에서 한국패션칼라연합회와 산하 각 조합 이사장들의 요청으로 김기문 회장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정명필 한국패션칼라연합회장은 “지금 우리 업계는 4월초까지 (수출오더)일감 마무리작업을 마치고 대부분 휴업에 들어갔으며, 앞으로 점점 휴업하는 업체 수는 늘어날 것이다”라면서 “문제는 결제가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 산하 기관이나 금융 기관들의 6개월 연장, 대출 연장 등의 대안이 기업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좀 더 실효성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섬유염색업체들이 직수출보다는 국내 대형벤더나 중견벤더로부터 재오더를 받아 납품하는 재하청 구조 특성상 국내 대형 벤더들이 바이어들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협력사들에 대한 대금을 미룰 경우 연쇄 도산은 예정된 수순이다.
2,3차 협력업체들은 당장 자사 뿐 아니라 각종 원부자재나 또는 임가공업체에게 지급할 대금 압박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 결제 독촉에 ‘기다려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대금 결제 지연에 따른 자금 압박은 결국 국내 대형 벤더들의 풀어야 할 숙제라는데 섬유염색업계가 입을 모으고 있다.
협력사들의 연쇄 부도는 결국 국내 염색기반의 공멸로 이어지는 만큼 결국 벤더들에게도 고스란히 폐해가 전가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국내 협력사들에 대해 임가공료 등의 대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섬유업계가 미국 수출 시 원청업체가 선적하고도 돈을 못 받는 상황을 고려해 하청업체들에게 운영자금이라도 줄 수 있는 대안을 정부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 서승원 부회장은 정부가 시행 중인 ‘상생결제제도’ 활용을 제안했다.
‘상생결제제도’는 기존 현금과 동일한 결제일자에 대금을 지급하면서, 대금회수를 보장하고 대기업과 공공기관 수준의 낮은 금리로 조기 현금화가 가능한 제도다.
예를 들어 해외 기업으로부터 결제된 대금을 수출입은행이 원청사(벤더)에게 직접 지불하지 않고 ‘에스크로(Escrow)’에 주면, 에스크로는 이를 2,3차 하청사(협력사)에게 나누어주는 방법이다,
중소기업은 담보설정 부담과 연쇄부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금융비용도 평균 50% 절감할 수 있어 현재 자동차업계가 상생결제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참고로 ‘에스크로’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상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계를 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이다.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는 ‘결제대금 예치’를 의미하며, 거래대금을 제3자에게 맡긴 뒤 물품 배송을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제도로 사용되고 있다.
“지원금 신청했더니 서류 검토만 수개월”
정부의 각종 기업 지원의 실효성이 기업에게 와 닿지 않는 분위기다.
각 종 서류 제출요구와 수개월씩 걸리는 서류 검토에 언제 즈음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기약이 없다. 양주검준패션칼라조합 현동만 이사장은 “우리 역시 담당자가 두 시간 이상 현장 접수를 마쳤지만 20일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담당자에게서는 ‘아직 서류 검증 중이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면서 “기업들은 오늘, 내일 당장 돈이 필요한데 서류 검증만 하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내는 갑근세 신고서 상의 인원에 비례해 1인당 금액을 지급하는 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 정기검사의 3분 1로 줄이고,
정기검사도 연 3회에서 1회로 한시적 운영 검토
섬유염색업계는 업종 특성상 각종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공정 과정에서의 폐수 발생으로 환경 관련 비용 부담이 크다. 이에 환경 관련한 각종 평가 비용과 수수료 인하 그리고 정기 검사를 올해 한시적으로 면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화패션칼라조합 전광배 이사장은 “환경 관련한 비용이나 정기검사 수수료 등의 액수도 크지만 당장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안 된다. 환경 관련한 사안만이라도 정부가 면제나 유예 등의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이 홍정기 환경부 차관과의 면담 내용을 토대로 정부 입장을 재정리해보자면, 우선 환경책임보험료의 경우 직접 독성이나 유해물질을 사용하거나 또는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업체들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을 세분해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자는데 합의했다.
정기 검사의 경우 섬유염색업체가 받고 있는 총 37개 검사 중 당장 시급하지 않은 것들을 선별해 현행의 3분 1 수준으로 검사 수를 줄이고 동시에 매년 3회씩 진행되는 정기 검사의 경우 횟수를 1회로 줄이자는데 합의했고,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코로나TF’를 구성해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폐기물처분부담의 경우 올해 부담금 분에 대한 면제는 어렵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다. 환경부는 관련한 법 규정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올해 부과된 부담금은 지난해 배출된 폐기물에 대한 부과금인 만큼 면제가 어렵고 대신 올해 폐기물 처분량에 대한 부담금 부과를 내년도에 유예나 또는 면제가 가능하다는 것.
대신 폐기물량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은 가능한 만큼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책임보험료의 경우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손을 댈 수 없는 사안이지만, 대신 100% 면제는 안 되더라도 50% 정도 면제해주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현재 정부가 환경 관련 예산 추경을 계획 중이고, 이러한 업계 상황들을 충분히 설득시켜 예산에 적극 반영해줄 것을 제안하고 동시에 면제가 어렵다면 유예가 가능하도록 중앙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TIN뉴스(http://www.tinnews.co.kr/18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