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진검승부를 시작할 때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이달 5일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고 생활방역 단계로 접어들었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도 우한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에서 상가가 다시 문을 열고 일상을 회복하려 노력 중이다. 반면 지구 반대편 미주 대륙과 유럽,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감염공포와 봉쇄의 여파가 심각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의 패션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몰, 단독점 할 것 없이 오프라인 채널이 막혀버리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대형 유통체인과 브랜드도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는 ‘진짜’다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한 美 니만마커스(Neiman Marcus) 그룹이 대표적 사례다. 니만마커스 그룹은 100년이 훌쩍 넘는 업력의 프리미엄 백화점 니만마커스를 비롯해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과 럭셔리 여성패션 온라인몰로 유명한 마이테레사(Mytheresa)까지 소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니만마커스는 43개 전 매장을 폐쇄(임시휴업)하고 전자상거래에만 의존해 수익을 내야했고 이미 위험신호가 울리던 자금 상황을 악화시켰다.
니만마커스 측은 채권단과 협의해 부채를 재조정하고, 폐업 없이 사업을 재정비해 5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갚아 올 가을에 파산상태를 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적자 경영을 하면서 이자를 지불하고 동시에 이익도 낼 수 있는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BOF에 따르면 니만마커스가 앞으로 몇 달 동안 파산에 이르는 마지막 리테일러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미 백화점 체인 제이씨페니(JC Penney)가 이자를 낼 돈이 없어 파산보호신청을 했고, 미쉘 오바마가 즐겨 입던 브랜드 제이크루(J.Crew)도 이달 초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체인 로드앤테일러(Lord & Taylor)는 영업재개와 동시에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 많은 점포, 그리고 늙어버린 고객
니만마커스나 제이크루 등을 끝장낸 원인이 아무도 알 수 없었고 누구도 대비할 수 없었던 바이러스라고 해버리면 지구상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종말을 고할 일만 남아버린다. 현지 금융, 유통전문가들은 매장 폐쇄를 불러 온 코로나19는 그저 ‘결정타’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찌어찌해서 파산을 벗어나 살아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장기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니만마커스 사례에서 미국 패션시장의 근본적 문제, 그리고 수정되어야 할 그간의 판단 착오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자.
글로벌 데이터 리테일의 닐 손더스 상무는 BOF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우 한정적인 고객에만 집중하겠다면 왜 이렇게 많은 대형 매장이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럭셔리 패션시장은 너무 세분화되어 있고, 너무 많은 매장이 동일한 고객을 타깃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 백화점도 우리 백화점처럼 고객 노후화와 젊은 고객을 흡수하지 못하는 문제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니만마커스의 전략담당 수석 부사장을 지낸 리테일 컨설턴트 스티브 데니스는 BOF 인터뷰에서 “미국 럭셔리 소매점이 침체된 원인은 기존 고객에 대한 왜곡된 의존 때문에 은퇴하거나 말 그대로 죽은 고객이 젊은 고객으로 대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스턴이나 워싱턴DC 같은 도시에서는 니만마커스와 삭스핍스애비뉴가 도로 하나만을 두고 있는데,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가 미국이 아닌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성장을 주목하는 상황에 로컬 시장에 매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테일 컨설턴트인 로버트 버크 역시 “백화점의 큰 이슈는 너무 많은 점포가 같은 제품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비슷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백화점이 새로운 것을 제공할 수 있다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미국 백화점을 통한 反面敎師
로버트 버크가 말했듯이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매장(백화점을 필두로)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어찌 보면 영업시간도 줄고 손님이 없어 한가한 지금이 매장을 재정비할 적기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것’을 제공할 수 있는 컨디션부터 만들 필요가 있다.
강형근 전 아디다스코리아 브랜드 디렉터는 “코로나 이후의 패션시장에서는 온, 오프라인 매장의 하이브리드 서비스 시스템을 빨리 갖추는 것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열쇠가 된다”고 조언한다. 오프라인 매장 침체는 한정된 파이를 온라인 채널과 나눠가지면서 아주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는 온라인 채널로의 수요 이동을 가속화시킨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 큰 어려움에 빠진 (리테일을 하는) 패션 브랜드나 리테일러 모두는 기술 변화가 몰고 온 소비자의 변화 속도를 맞추지 못해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 배송체계 구조조정에 대한 결정과 대응이 늦어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있어야 할 곳에, 적정량만 존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서 매장(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에서 발생되고 얻어지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전략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소비자 분석, 매장의 질적 관리, 옴니 채널 실현, 물류 배송 풀필먼트에 대한 선제적 투자, 이 모든 것은 맨 땅에 헤딩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살아남은 오프라인 매장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 할 보다 소프트한 방안이 하나 더 있다. 바이러스 확산 이전부터 일본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브랜드와 소비자 간 ‘커뮤니티 플랫폼’이어야 지속가능하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실제로 ‘무인양품’이나 ‘돈키호테’가 지역 밀착형 점포 확장과 지역생산품 MD를 강화하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류 등의 판매부진을 일부 극복한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日 유통 · 서비스 · 요식업 전문 컨설팅기업 나리타 나오토 대표는 DCS 기고문을 통해 “훈련된 매장근무자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환경을 바꿔보자’는 심리가 작용한다. 코로나19가 그 부정적 사건의 하나일 것이다. 만약 브랜드와 매장이 위치한 지역, 그리고 주 소비층에 대해 이해가 깊은 매장 근무자가 이탈한다면? 단위 매장의 경쟁력은 저하되기 마련이다.
나오토 대표는 “영업본부장이건 지역장이건 매장관리자(매니저)이건 책임 있는 자리의 사람을 통해 매장 근무자들과 직접 접촉할 것”을 주문한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매장 혁신
“그동안 바빠서 한명 한명과 면담 자리를 가지지 못했다면 지금이 그 기회이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상관이 없다. 면담을 하면서 반드시 질문을 하고 답을 들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매장 근무자가 생각하는 매장의 지향점 또는 이상(理想)이다.
예를 들어 ‘일관된 본사 정책’ ‘멤버들끼리의 좋은 관계’ ‘항상 웃는 얼굴’ 등 5~10개 정도의 답을 들을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듣게 된 의견의 정반대가 가장 정확한 현실 진단이라고 보면 된다.”
면담을 진행하면서 받은 10개의 응답 중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그중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치 3개를 꼽아달라고 다시 질문하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훈훈한 분위기의 질의응답 시간이 아니라 그 후의 피드백이다.
직원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회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2차 면담시간을 협의하고 다음 면담에서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높은 작업 난이도를 쉽게 만든다’와 같은 애매한 해결책이 아니라 ‘업무 절차에 대한 세세한 매뉴얼을 만들어 언제 어떤 방법으로 교육 시간을 확보 하겠다’와 같은 방식이다.
나오토 대표는 “직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 매니저가 나를 소중히 여겨준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작업환경에 반영 한다”면서 “기계처럼 취급되는 즉시 이직을 하고 바로 다른 일을 찾는 시대에는 머무르려면 나름대로 이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즉시’ 관계의 구축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관계의 연결이 시작되어야 코로나19 이후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직과 매장의 전력으로 활약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