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NPB 독인가 약인가
지난해부터 내셔널 독점 브랜드(NPB) 유치에 열을 올려 온 롯데백화점의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NPB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혀 온 아이올리의 ‘에고이스트’가 내년 1월 말 계약 종료 시점을 앞두고 지난 9월 5일 신세계 강남점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롯데와 아이올리의 NPB 계약은 주요 경쟁사인 신세계와 현대에 입점하지 않는 조건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신세계 강남점 입점은 사실상 롯데 전점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에고이스트’는 롯데에서만 연간 약 300억원의 외형을 올리고 있다. 롯데 측으로 보면 연간 약 100억원의 수익과 함께 독점 효과를 누려왔고, 아이올리는 경쟁사보다 2~2.5% 가량 수수료를 적게 내고 점포나 매장 위치에 있어 우선권을 부여 받았다.
롯데는 향후 대응책을 두고 여러모로 고민 중이지만 일단 내년 계약 만료 시점까지는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백화점 NPB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다.
‘에고이스트’는 사실 많은 업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NPB가 소위 ‘대박’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브랜드였다. 하지만 ‘에고이스트’가 최종적으로 롯데를 떠날 경우 그 이후 NPB가 성공한 사례는 하나도 없기 때문에 NPB 유치 정책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처하게 된다.
롯데가 일개 브랜드의 거취를 놓고 우와좌왕하는 이유다. 사실 백화점 NPB는 성공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런칭 1년도 못 채우고 중단을 결정한 네티션닷컴의 ‘미닝’을 비롯해 롯데 주요점 11개점에 입점하고서도 점당 월평균 2000만원이 채 못 미치는 매출로 고전하는 있는 세정과미래의 ‘크리스크리스티’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런칭이 비교적 손쉬운 잡화 군에서는 지난해 롯데 독점으로 런칭한 에스콰이어의 ‘팝업’, 세라의 ‘라빌드마스끄’, 트렌드북의 ‘제이비비드’ 등이 모두 1년도 안 돼 중단했다.
엠티콜렉션은 2006년 신세계 NPB로 핸드백 브랜드 ‘슈가돌’을 런칭했으나 이 역시 1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롯데 등 백화점 업계는 사입 방식이 아닌 수수료 체제에서 타 백화점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독점 브랜드 런칭을 확대해 왔다.
빅3 중에서도 특히 27개의 다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는 저성장을 돌파할 유일한 MD 전략으로 수립, 각 부문별로 치열할 경쟁을 치를 정도였다.
지난 MD 개편에서도 각 부문별로 경쟁적으로 NPB 유치에 나서 여성복의 경우 인터웨이브의 ‘질’과 에스티앤아이인터내셔널의 ‘베이비제인’ 등이 롯데에만 입점을 결정했고 남성복의 경우 ‘엘파파’, 남성잡화 ‘카운테스마라’ 등이 NPB 계약을 체결했다.
산에이인터내셔널이 내년 봄 런칭하는 골프웨어 ‘파리게이츠’는 이미 독점 전개를 구두상으로 나마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NPB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특정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이 곧 브랜드를 띄우는 일로 동일시되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는 얘기다. 실제 롯데 본점의 전 브랜드 월평균 매출 2억원의 ‘신화’는 깨어진지 오래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2층 여성복 매장 중 월평균 매출이 1억원 밑으로 떨어진 매장만 5개 이상이 속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과 같이 유통이 다채널화 되어 있는 소비자 시대에는 NPB가 빨리 자리 잡기 더 어렵다. 더욱이 인지도 없는 신생 브랜드가 살아남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주 파워풀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거나 백화점 이외 다른 유통 채널에 대한 전략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그러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백화점 측이 NPB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사후 관리에는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수료 2%를 깎아주는 것만으로는 볼륨화가 어려운 NPB가 생존을 위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기에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 관계자는 “‘질바이질스튜어트’처럼 출발이 매우 좋은 NPB도 있다. 결국 업체의 경쟁력과 전략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패럴뉴스 2008.9.18(목) http://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