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 왜 다시 SPA인가
대기업 및 중견사들이 대규모의 투자를 통해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의 SPA 구현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모 브랜드의 기반 아래 단계적인 라인 다각화를 실행하면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상 SPA의 사전적 의미를 따지자면 이미 국내에는 무수한 SPA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규모와 파급 효과, 이미지 메이킹 등에서 이를 충족하는 조건을 갖춘 브랜드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 패션 업체들이 SPA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시장 조사를 벌여 왔고, 시행착오를 거쳐 왔다.
제일모직은 이미 10년 전 일본 월드사의 부사장 출신 인사를 영입하면서 여성복 SPA 사업에 손을 댄 적이 있지만 이내 중단했다.
2000년대 초중반, 톰보이는 메가톰보이 전략을 실행하면서 궁극적인 한국형 SPA를 만들고자 시도하기도 했다.
이랜드의 ‘후아유’는 미국의 ‘아베크롬비’, ‘갭’ 등을 벤치마킹하고, SPA의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 10년 전 런칭됐다.
시행착오의 고비마다 시장 규모, 소비자 의식, 전문성 여부 등의 여러 한계점들이 지적됐다.
최근 SPA가 다시 부상한 것은 해외파의 점유율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때가 되었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경일 샤트렌 사업본부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향해야 하는 기업의 숙명과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SPA’라는 화두를 외면할 수 없다”며 “근저에는 위기감과 함께 이제 그만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들이 초기 투자와 스타 플레이로 주목을 받는 반면 중소 전문 업체들은 작게 출발해 크게 키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여성복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라인 확장은 굳이 SPA라는 표현을 동원하지 않지만 그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몇 년 전 모 브랜드의 모멘텀을 기반으로 확장됐던 중가 서브 브랜드 시장의 확대는 백화점 유통 수익 구조의 저하를 의식한, 하위 시장 공략의 의미가 컸다.
이는 마케팅 이론의 기초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의 라인 확장이나 서브 브랜드는 대형 매장 구축이라는 목표와 합쳐지면서 글로벌 SPA 브랜드가 장악해 들어오기 시작한 시장을 방어하려는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해외 SPA 브랜드의 진출 확산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과 상품의 가치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광인터내셔날의 ‘숲’이나 현우인터내셔널의 ‘르샵’, 아이올리의 ‘플라스틱아일랜드’ 등 런칭 초기부터 볼륨화를 지향했던 중가 브랜드들은 이런 점에서 앞서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해외파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캐릭터와 커리어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백화점 중심에서 벗어난 유통 다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김정호 데코 이사는 “해외의 경우 복합 쇼핑센터들이 늘어나면서 집객력을 발휘하는 SPA 브랜드들이 유통이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며 “국내 역시 그러한 유통 환경의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패럴뉴스 2010.4.23(금) http://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