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SPA 사업 강화
최근 한 대기업에서 신규 사업부를 맡게 된 한 사업부장은 “현재 대기업 패션 사업의 화두는 SPA”라고 단언했다.
남성복으로 시작해 TD 캐주얼과 여성복, 수입 사업까지 백화점의 팽창과 더불어 패션 사업을 키워 온 대기업들이 이제는 소비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중저가 볼륨 시장으로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유통 파워까지 갖춘 이랜드그룹은 지난 연말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3사에 앞서 발 빠르게 이 시장에 먼저 치고 들어갔다.
국내 패션 시장에서 한국형 SPA의 기치를 내 건 대기업 브랜드들이 파워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는 말 그대로 제조와 유통(물류), 소매판매까지를 모두 소화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그 동안에도 대기업 브랜드들은 제조, 유통, 소매를 모두 진행해 왔지만 소매판매에 있어서는 역시 백화점이라는 거대 유통에 힘입은 바가 컸다.
때문에 최근 대기업들의 SPA 운영 전략은 대형 단독점 개설이 그 신호탄이 되고 있다.
매장 대형화와 함께 대기업 SPA 전략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보다 포커싱 된 타겟을 겨냥해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글로벌 브랜드들과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상품 구색과 저렴한 가격대, 매장 개설 방식은 해외 SPA들과 비슷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와 취향에 보다 부합하는 상품을 전개하는 것이다.
LG패션은 올 초 대규모 사업설명회를 통해 ‘TNGT’를 리뉴얼, 한국형 SPA로 집중 육성한다고 밝혔다.
전국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한 중점 유통 전략(Specialized Retail Strategy)을 구사, 비즈니스 피플을 위한 특화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것.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남성 단독점을 제외하고 100평 이상의 남녀 복합점 24개와 여성소비자를 위한 ‘TNGT W’ 단독점 8개를 오픈하는 등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했다.
연말까지 전국 오피스 상권 중심부 최소 60평 이상의 규모를 가진 매장만 총 30개 정도 열 계획이다.
매장 내에 도서, 문구류, 화장품, 바디용품 등 직장인과 밀접한 상품을 함께 구성해 시너지 효과도 노린다.
이랜드는 작년 11월 베이직 캐주얼 중심의 ‘스파오’를 런칭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여성복 SPA ‘미쏘’를 런칭한다.
‘미쏘’는 명동에 500평 규모의 1호점 개설을 시작으로 핵심 상권 내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뉴코아 일산점에 150평 규모의 테스트 매장을 오픈했는데, 첫 날 2800만원을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결과로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는 상태다.
지금의 ‘스파오’는 새로운 상품의 공급과 회전에 있어 미흡한 점도 보이고 있지만 이랜드는 중저가대 브랜드 운영에의 오랜 노하우과 강력한 자사 유통, 탁월한 상권 개발력을 바탕으로 한국형 SPA 개발의 선두에 서 있다.
대기업 중 개별 브랜드 파워가 가장 크고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 ‘망고’를 도입, SPA 선행학습도 치른 제일모직의 자체 브랜드 사업은 전 업계의 관심 대상이다.
최근 데코, 이마트 패션팀 등을 거친 권오향 상무를 영입하면서 업계의 이목은 더욱 증폭됐다.
현재 권 상무는 정식 발령 전까지 해외상품사업부 쪽으로 보직을 받아 출근하고 있다.
하지만 권 상무가 여성복 디렉터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고, 제일모직이 그동안 여성복 기반의 볼륨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시험해 온 만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초석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견해다.
LG는 자체 브랜드의 볼륨화 전략을 위해 지난 연말 신원과 리얼컴퍼니 등에서 소싱과 가두점 영업 전문가로 활약한 권병국 상무를 영입한 바 있다.
LG, 제일모직에 비해서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캠브리지코오롱의 여성복 ‘쿠아’ 역시 라인 확장을 통해 여성상품 기반의 한국형 SPA를 지향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신규사업부를 구성하고 이마트 기반의 SPA형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대기업과 전문기업 모두 한국형 SPA 브랜드 육성 사업에 발 벗고 나선 상황에서 결국 “총알싸움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거대 자본 동원력을 바탕으로 톱니바퀴와 같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양질의 인력을 흡수하며,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전문기업이 대적하기 힘든 부동산 투자, 즉 상권 장악력이 대기업들의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패럴뉴스 2010.4.23(금) http://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