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유통 직매입 시대 개막 <중>
직매입과 PB를 기반으로 한 백화점 형태는 실용성 위주로 유통이 발달해 온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백화점은 1920년대 유통 근대화 이후 발전을 거듭하다 1960년대 교외 쇼핑센터가 늘어나면서 위기를 맞는다.
이후 중고가, 중저가로 양분되고 몽고메리워드는 전문점으로, 제이씨페니는 주니어 백화점으로 전환하는 식의 세분화가 이어진다.
그 사이 미국 백화점 유통의 의류 시장 점유율은 70%에서 현재 40%로 줄었다.
미국의 백화점들이 세분화, 전문화의 과정 속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사한 전략이 바로 PB(자체상표)다.
2010년 현재까지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경우 자체상표 상품이 전체 매출 구성비의 60%를 차지하고, 나머지 40%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직매입 제품이 차지한다.
제이씨페니는 전체 매출의 50%를, 시어즈는 90% 이상을 PB가 차지하고 있다.
뉴욕 맨하탄 시내에 10개 가량의 백화점이 있지만 주력 상품과 가격대, 점포 컨셉이 모두 다른 것도 그러한 운영 방식이 발전해 온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백화점 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정 상품에 강한 매장을 거친 전문점의 집합체로 변신을 시도하는 와중에 2005년부터 시작된 인수합병이 거세지고 있다.
블루밍데일스와 메이시 백화점을 운영하는 페더레이티드 그룹이 마쉘필드와 메이 백화점을 인수했고, 니만마커스그룹은 개인 투자자에 매각됐다.
삭스 그룹은 지역 백화점 체인 부문을 매각하고, 럭셔리 중심 백화점인 삭스피브스애비뉴에 집중키로 했다.
백화점 간의 합종연횡은 전문화, 세분화를 더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백화점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아 온 일본의 백화점은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을 거쳐 1900년대 초반 시작됐다.
신세계백화점이 국내 1호점이긴 하지만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롯데백화점이 시장을 리드해 왔기 때문에 국내 백화점은 사실상 일본 백화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일본의 백화점들은 80년대까지 디자이너 캐릭터의 전성기와 수입 브랜드의 확산을 거치며 활황을 구가한다.
하지만 91년 버블 붕괴 이후 80년대의 위탁 판매제로부터 일부 방향을 전환해 직매입을 도입하고, PB를 늘리는 등 미국식 운영 방식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편집샵, 샵인샵, 컨셉샵 등 국내 백화점들이 시도하는 다양한 매장의 형태들을 구현했지만 유례없이 장기화되는 불황으로 16년 동안 매출이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 비해 고가, 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버블붕괴 이후 크게 변화한 소비자의 가격 인식과 구매 패턴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에는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 저항감이 더 커졌고, 인구 감소, 고령화, 높은 실업률, 소비세, 환경세의 도입 등 개인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들이 더 늘었다.
동시에 싸고 실용적인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유통 채널 및 SPA와 패스트 패션이 발전하면서 백화점의 쇠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99년 331개였던 일본 내 백화점 수는 2008년 271개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지난 3월 이세탄백화점 도쿄점의 폐점은 일본인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현재까지 문을 닫은 백화점만 5개로, 올해 10개점 정도가 추가로 폐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백화점들은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 및 패스트 패션의 도입을 서둘러 시도하고 나섰다.
명품이 자리했던 백화점 1층에 미국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포에버21’이 들어서고, ‘유니클로’의 백화점 입점도 머지않아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시장 규모와 소비자 구매 패턴 등에서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이 다르다.
국내 직매입 백화점의 출현에 대해 패션 유통 업계가 반신반의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미국과 같이 실용성을 중심으로 한 세분화와 전문화로 가기에는 시장 규모가 너무 작고 일부 도심의 인구 집중 현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예를 들어 관심이 집중됐던 교외형 쇼핑센터가 국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 백화점의 실패도 현재까지 국내 백화점 업계에 그리 큰 파장을 던지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의 거시적 경제 환경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국내 소비 환경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의 소비 회복 속도와 구매 패턴을 고려할 때 국내 백화점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백화점이 걸어 온 길을 국내 백화점이 상당부분 답습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형 직매입 백화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진전 과정과 일본의 쇠락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고, 현재 국내 환경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가를 개발해 내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패럴뉴스 2010. 6. 7(월) http://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