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유통 직매입 시대 개막 엄밀히 말해 국내에 직매입 유통의 시작이 이랜드가 처음은 아니다.
팩토리 아울렛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우진패션비즈의 ‘오렌지 팩토리 아울렛’이 첫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브랜드 업체로부터 2, 3차 재고를 헐값에 매입해 외곽에 직영 팩토리 아울렛을 개설,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외곽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전략을 진행 중이다.
제도권에서는 이를 직매입 유통의 성공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제도권이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직매입 유통을 일개 아울렛 업체가 성공시킨 것에 대해 재고 위탁 업체 정도로 격하하는 모습이다.
오렌지 팩토리 아울렛의 경쟁력은 ‘매우 저렴한 가격’과 ‘브랜드 인지도’가 전부다.
이는 직매입 유통의 가장 초기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직매입 유통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자금력과 예측 능력, 리테일 머천다이징 능력, 소싱 및 소구력 등을 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러 번 거론된 것이 리테일 머천다이징 능력이다.
박창국 홈플러스패션테넌트 팀장은 “패션 유통에 등장한 SPA, 편집샵, 패스트 패션 등은 모두 직영점의 리테일 머천다이징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 ‘옷을 잘 만드는 곳’이 아니라 ‘잘 파는 곳’을 말한다. 직매입 유통도 똑같은 공식이 적용된다. 그 규모가 커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리테일 머천다이징은 시스템화된 매장의 판매 기능과 상품의 구성 능력, 비주얼 머천다이징 등 매장 운영의 총체적 기능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 업체에서 선보여진 SPA형 브랜드들이나 직매입 유통의 경우 이 점에서 가장 취약함을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강화 인터보그인터내셔널 사장은 일본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크로스컴퍼니와 포인트 등 직영 패션 유통 회사의 예를 강조한다.
이들 업체는 최근 매년 50~60%씩 신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디자이너는 없고, 머천다이저와 수퍼바이저, 점장이 가장 중요한 인력의 축을 이루고 있으며,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운영된다.
김 사장은 “대형 직매입 유통이든, SPA나 패스트 패션이든, 앞으로는 직영점 노하우를 누가 갖고 있느냐가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며, 직영점의 결정적 노하우가 바로 리테일 머천다이징”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흔 이랜드리테일 사장은 엔씨백화점 1호점 오픈을 앞둔 기자 간담회에서 “직매입 유통은 곧 유통의 구조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가격 경쟁력과 상품 차별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핵심 역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가격 경쟁력과 독점 상품은 직매입 유통의 발전 단계를 비추어 볼 때 1차적 차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의 백화점 유통이 볼륨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픽스 백화점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노드스트롬은 중가 의류를 하는 식으로 점포와 매장의 운영 기법이 세분화되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인호 팜스퀘어 사장은 “현재 국내에 직매입 유통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문제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의 경우 리빙관인 ‘모던하우스’와 식품관인 ‘파머스렛’ 등을 통해 이미 직매입을 어느 정도 경험했고, 공격적인 M&A를 통한 컨텐츠 확보를 진행해 왔다.
현재 이랜드가 직매입 유통에 있어 가장 경쟁력을 보유한 카테고리는 식품, 캐주얼, 아동, 생활 용품 등이다.
하지만 다른 국내 유통 업체들의 경우 직매입 유통에 맞게 훈련된 전문 인력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랜드 이외의 유통 업체들이 수년 안에 이를 성공시키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랜드 역시, PB 개발 능력과 소싱 능력, 자체 재고 소진 인프라는 보유하고 있지만 예측 능력과 리테일 머천다이징 차원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종운 전 인디에프 전무는 “직매입이 유통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방식임은 분명하다”며 “직매입 유통의 성공은 종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방식을 고수해 온 유통 업체들이 자기 직영 능력을 가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어패럴뉴스 2010. 6. 14(월) http://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