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은 ‘구매 대리인’ 패션은 ‘리테일러’로 변해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화두인 가운데 ‘유통 대기업’과 ‘중소 패션업체’ 간의 협력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롯데 등 일부 백화점에선 입점 업체들이 모인 가운데 상생협력을 위한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유통업체들은 저금리 펀드, 구매자금 확대, NPB를 통한 수수료 인하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통과 패션업체가 상생하기 위해선 양측 모두 근본적인 사업 모델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 국내 유통은 미국, 일본 등 유통 선진국과 달리 ‘위탁 판매’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백화점은 소비자들을 집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패션업체들은 백화점에 입점해 판매한 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유통업체에 납부하고 있다.
이는 과거 20여 년간 중소 패션업체들은 적은 투자금으로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고, 유통업체는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기반으로 다(多)점포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백화점 유통이 다점포화를 기반으로 한 ‘빅 3’로 압축되면서 중소 패션업체들은 2중, 3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판매 수수료는 매년 1% 늘어나 36~38%로 늘어났으며, 판매사원 인건비에서부터 신문 광고료, 매장 인테리어비, 수선비 등 판매관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입점 업체에 떠넘김에 따라 백화점에선 더 이상 이익을 남길 수 없다는 업체가 점차 늘어나는 실정이다.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신규 브랜드가 끊이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지만, 최근엔 비효율 점포가 늘어나고 영업 면적이 늘어남에 따라 수익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에 이어 「자라」 「유니클로」 「H&M」 등 저가 SPA 브랜드까지 파격적인 우대 조건을 요구하는 탓에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
유통업체들은 최근 NPB와 직매입 확대를 통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가 추진중인 NPB는 신규 브랜드를 대상으로 2, 3년간 ‘Only 롯데’에서만 영업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판매 수수료를 3% 내려주고, 출시 첫해부터 10개 안팎의 매장을 입점시켜 주는 등 여러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미 롯데가 3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잘만 활용한다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상생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직(直)매입은 아직은 패션업체를 통한 간접 매입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백화점이 직접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재고까지 책임지는 형태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위험요소를 패션업체가 책임지는 기형적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한 패션업체 대표는 “국내 백화점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위한 구매 대리인’ 역할로 바꿔야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대응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단순한 제조자의 판매 대리인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진정한 구매 대리인으로 바뀌면 그만큼 리스크는 높아지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보다 많은 이익을 남길 수도 있고, 특히 패션업체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므로 상호 발전하는 방안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적은 투자로 쉽게 진입… 패러다임 바꿔야
패션업체에 대한 변화도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적은 투자로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식에서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난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패션업체 대표는 “패션업체들은 그 동안 백화점과 대리점이란 유통업자에게 의존했지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파격적인 혜택을 부러워하기만 했지, 그들이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배경에는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묘환 CMG 대표는 “백화점이 판매수수료 3% 인하하면 패션업체는 5%의 원가를 인상시킬 수 있다. 원가율을 5% 인상할 경우 그만큼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상승해 결과적으로 전체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기보다는 유통업체와 패션업체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차원의 상생 방안에 대해 정부와 관련업체, 전문 연구기관들의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패션인사이트 2010.9.14(화) http://www.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