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대리점 일변도 탈피 직영 판매망 증가 추세
점포별 최적 수익모델 창출할 리테일 시스템 절실
최근 서울 사가정역 인근에서 모 스포츠 브랜드를 운영하던 점주는 대리점을 포기했다. 건물주이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은 적었지만 월 2000만원 안팎의 매출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한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의 중간관리 대리점주로 ‘신분’을 바꿨다. 해당 캐주얼 업체는 건물 임차수익인 400만원에 중간관리 수수료 15%를 제안했고, 점주는 이를 수락했다.
패션 소매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패션 소매업은 ‘브랜드 본사’와 ‘대리점주’ 중심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노면상권 매출이 떨어지고, 특히 임대료와 판매사원 인건비 등 비용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기존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점주 입장에선 손실을 감당하면서 무리하게 대리점을 운영하기보다는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간관리 대리점주로 신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 패션 전문가는 “고용과 생산의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다. 단순히 건물만 임대해 브랜드만 잘 잡으면 되던 시대에서 소매업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사람을 패션기업에서 고용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판매사원도 단순 서비스에서 VMD, 코디네이터, 상품 매입 등 디테일을 가진 전문가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 리테일 전문가를 통해 회전율과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랜드 본사들도 적극적이다. 장사가 잘 되는 점포는 한정돼 있고, 대리점주들은 무리한 요구를 반복함에 따라 건물주와 직접 상대하고 있다.
한 캐주얼 브랜드 임원은 “과거에는 브랜드 본사의 자금력도 한정돼 있고 직영점 관리 노하우도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정예 매장이 필요하다. 특히 소매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대리점주와 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건물주’를 만나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수도권 핵심상권의 한 건물주는 “글로벌 SPA 브랜드의 유통컨설팅 담당자부터 신규 브랜드를 준비중인 제일모직 임원,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오렌지팩토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의 연락이 잦다. 조금씩 조건은 다르지만 직영점이나 중간관리 대리점 형태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새로운 유통구조를 고민하는 기업도 있다. 한 캐주얼 업체 사장은 “지금은 공급과잉으로 가격 디플레이션 시대이기 때문에 저비용구조의 롱테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본사와 대리점주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직영 유통도 그 가운데 하나이며 최대가 아닌 최적의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일찌감치 직영판매 비중에 투자한 「뱅뱅」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전체 210개 유통망 가운데 48개가 직영점이다. 대형마트 내 중간관리 대리점까지 포함하면 52%가 직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이 회사는 역시 직접 판매하는 홈쇼핑 부문에서 올해 600억원을 판매하는 등 전체 매출액의 70%를 직영 유통에서 올리고 있다.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외부 환경변화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행보도 주목 받고 있다. LG패션은 최근 가산동에 1500평 규모의 <인터스포츠>를 오픈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만 8개 직영점을 추가하기로 하는 등 직영유통에 매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LF아울렛을 통한 유통사업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패션 상품을 판매해서 올리는 수익 외에도 부동산 수익도 노린다는 것이 이 회사 전략이다.
패션인사이트 2010.10.14(목) http://www.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