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PA와 패션 시장 변화

2010-10-18 09:10 조회수 아이콘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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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SPA와 패션 시장 변화

현재 모 대기업에서 SPA 사업팀을 맡게 된 한 팀장은 “SPA는 현재 우리 패션 시장의 대세이자 미래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사실 국내 패션업체들이 SPA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패션의 중심 유통이 재래시장에서 브랜드 전문점으로 이동하면서 전문기업들은 제조, 유통, 소매를 모두 소화하는 SPA형 전개를 통해 현재의 중가 볼륨 시장을 형성했다.

2006년 이후부터는 ‘유니클로’, ‘갭’, ‘자라’, ‘H&M’이 연이어 상륙해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국내 패션시장에서 ‘SPA’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더 이상 남의 나라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형 SPA’로 던진 승부수
 
글로벌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득세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우리 패션 전문기업들은 모 브랜드의 기반 아래 단계적인 라인 다각화를 실행하면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실상 SPA의 사전적 의미를 따지자면 이미 국내에는 무수한 SPA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규모와 파급 효과, 이미지 메이킹 등에서 이를 충족하는 조건을 갖춘 브랜드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시장에 일찍 손을 댄 기업들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소비시장 침체를 겪으며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시행착오의 고비마다 시장 규모, 소비자 의식, 전문성 여부 등의 여러 한계점들이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PA가 여전히 ‘대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해외파의 점유율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때가 되었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미쏘’ 이혁주 팀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향해야 하는 기업의 숙명과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SPA’라는 화두를 외면할 수 없다”며 “최근 들어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소비자와 시장을 다시 한 번 학습하게 됐고, 이제 그만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성복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라인 확장은 굳이 SPA라는 표현을 동원하지 않지만 그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몇 년 전 모 브랜드의 모멘텀을 기반으로 확장됐던 중가 서브 브랜드 시장의 확대는 백화점 유통 수익 구조의 저하를 의식한, 하위 시장 공략의 의미가 컸다.

이는 마케팅 이론의 기초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의 라인 확장이나 서브 브랜드는 대형 매장 구축이라는 목표와 합쳐지면서 글로벌 SPA 브랜드가 장악해 들어오기 시작한 시장을 방어하려는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해외 SPA 브랜드의 진출 확산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과 상품의 가치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광인터내셔날의 ‘숲’이나 현우인터내셔널의 ‘르샵’, 아이올리의 ‘플라스틱아일랜드’ 등 런칭 초기부터 볼륨화를 지향했던 중가 브랜드들은 이런 점에서 앞서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해외파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캐릭터와 커리어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백화점 중심에서 벗어난 유통 다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김정호 데코 이사는 “해외의 경우 복합 쇼핑센터들이 늘어나면서 집객력을 발휘하는 SPA 브랜드들이 유통이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며 “국내 역시 그러한 유통 환경의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저가 여성복 브랜드 사장 역시 “‘자라’, ‘유니클로’가 가두 패션상권 활성화라는 선기능도 보였던 것처럼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기적으로 우리 업계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력,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또 그들 브랜드를 학습할 것인가, 배운다면 역량과 시간은 충분한가, 아니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인 사업을 포기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업계, 특히 중가 시장에서는 ‘SPA형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글로벌 스탠다드로의 체질개선’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얘기다.
 
막강 자본력 대기업 속속 진입
 
작게 시작해 크게 키우는 전략을 택한 중소 전문기업들과 달리 대기업들은 처음부터 완성된 시스템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남성복으로 시작해 TD 캐주얼과 여성복, 수입 사업까지 백화점의 팽창과 더불어 패션 사업을 키워 온 대기업들이 이제는 소비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중저가 볼륨 시장으로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대기업 브랜드들은 제조, 유통, 소매를 모두 진행해 왔지만 소매판매에 있어서는 역시 백화점이라는 거대 유통에 힘입은 바가 컸다.

때문에 최근 대기업들의 SPA 운영 전략은 대형 단독점 개설이 그 신호탄이 되고 있다.

매장 대형화와 함께 대기업 SPA 전략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보다 포커싱 된 타겟팅으로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글로벌 브랜드들과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상품 구색과 저렴한 가격대, 매장 개설 방식은 해외 SPA들과 비슷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와 취향에 보다 부합하는 상품을 전개하는 것이다.

유통 파워까지 갖춘 이랜드그룹은 지난 연말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3사에 앞서 발 빠르게 이 시장에 먼저 치고 들어갔다.
베이직 캐주얼 중심의 ‘스파오’에 이어 올 여름 여성복 전문 SPA ‘미쏘’를 런칭했다.

유니섹스 캐주얼 ‘스파오’가 새로운 상품의 공급과 회전에 있어 다소 미흡한 점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여성복만을 전개하는 ‘미쏘’는 런칭과 동시에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고 있어 이랜드 내부의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는 상태다.

뉴코아 일산점에 낸 1호점을 비롯해 기존 9개점은 점 당 월평균 6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최근 문을 연 180평 규모의 강남점도 인근 ‘자라’ 매장에 뒤지지 않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성적에 힘입어 주로 자사 유통과 대형 가두상권을 겨냥했던 이랜드는 내년엔 본격적으로 타사 유통에 진출한다.

내년 초 파격적인 조건으로 신세계 인천점에 대형 매장을 내기로 했고 센텀시티점 입점도 함께 검토 중이다. 

업계는 이랜드가 두 개 브랜드의 단기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중저가대 브랜드 운영에의 오랜 노하우와 강력한 자사 유통, 탁월한 상권 개발력을 바탕으로 한국형 SPA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스터디 모델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LG패션은 올 초 대규모 사업설명회를 통해 ‘TNGT’를 리뉴얼, 한국형 SPA로 집중 육성한다고 밝혔다.

전국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한 중점 유통 전략(Specialized Retail Strategy)을 구사, 비즈니스 피플을 위한 특화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남성 단독점을 제외하고 100평 이상의 남녀 복합점과 여성소비자를 위한 ‘TNGT W’ 단독점 10여개를 오픈하는 등 유통망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총알싸움이 승부 가를 것
 
올 초에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고 내년부터 중국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개설해 글로벌 SPA들과의 경쟁력도 가늠해 본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중 개별 브랜드 파워가 가장 크고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망고’를 도입, SPA 선행학습도 치른 제일모직의 자체 SPA 사업은 전 업계의 관심 대상이다.

내년 하반기 런칭 예정인 신규 SPA 브랜드 총괄은 김상현 상무가 맡았고, 올 초 권오향 상무를 디렉터로 영입한데 이어 최근 태명은 디자인실장과 권재현 기획실장이 합류, 조직의 윤곽을 잡았다.

남성, 여성의류를 비롯해 유니섹스 캐주얼과 액세서리, 소품류까지 전 아이템을 구성한 토틀 매장으로 꾸며지며, 컨셉샵 형태를 띌 전망이다.

최근에는 사업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배가하기 위해 법인 분리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대기업과 전문기업 모두 한국형 SPA 브랜드 육성 사업에 발 벗고 나선 상황에서 결국 “총알싸움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톱니바퀴와 같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양질의 인력을 흡수하며,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영향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는 곧 거대 자본 동원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기업이 대적하기 힘든 부동산 투자, 즉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상권 장악력 또한 대기업들의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패럴뉴스 2010.10.18(월) http://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