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한 디자인과 스피디한 신제품 제공, 편안한 가격을 내세워 어패럴 업계에 혁신을 일으킨 패스트 패션이 패션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M이나 자라 등 글로벌 어패럴 업계를 강타한 패스트 패션 체인은 ‘싼 값에 트렌디한 디자인’을 제공, 소비자들의 얇은 지갑에 희망을 주는 장점도 있지만 하이엔드 브랜드의 런웨이 디자인을 입맛에 맞게 카피, 디자인 창의성을 훼손하고 디자인의 ‘수명’을 단축시켜 디자이너에게는 부담을, 소비자에게는 ‘안달감’을 제공, 건전한 패션의 흐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약탈한다는 것이 패스트 패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패스트 패션 중독 되면 수명 단축
특히 이들은 값싸고 기름진 햄버거에 길들여지면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게 되듯, 패스트 패션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증가로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디자인이 패션의 전부인 듯, 패션은 쉽게 버려도 되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개념을 갖게 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패션이 순수 예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비티와 기술이 접목된 의미 있는 대상이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가치를 인정해야 패션계가 정상적인 진화를 할 수 있는데 쉽게 사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소비 습관을 자극하는 패스트 패션에 중독된 사람들은 디자인 창의력이나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기다리는데 익숙하지 못해 결국 패션의 가치와 발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홍콩에서 개최된 IAF World Apparel Convention에 참석한 화자들은 패스트 패션이 패션의 발전을 훼손하고 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여지없이 드러내 패스트 패션의 성장을 둘러싼 패션계의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패스트 패션 중독증 위험 수준
패스트 패션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트렌디한 제품을 일주일에 두 번 반입하는 놀라운 속도전을 펼치는 스페인 패스트 패션 ‘자라’는 현재 77개국에 4780개의 매장을 확보하고도 공격적 유통망 확장전을 펼치고 있고 H&M, 망고, 톱숍, 프리마크, 유니클로 등 유럽과 일본의 패스트 패션 업체도 4~8주 이내에 신규 제품을 매장에 쏟아내어 소비자들이 자꾸 매장을 찾아 구매를 유도하도록 자극한다.
패스트 패션 업체들은 수퍼 마켓에 들리듯 늘 새로운 제품과 편한 가격으로 지갑을 열게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값싸게 트렌디한 제품을 구매했으니 ‘현명한 소비’라는 자기 세뇌를 반복하게 만든다. 즉 비싼 제품을 구매할 때 갖는 일종의 ‘죄 의식’을 떨고 ‘값이 비싸지 않으니 여러 벌 구매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주면서 자기도 모르게 패스트 패션에 중독되고 있는 것.
이들 패스트 패션 라벨은 패스트 푸드가 어린 소비자들의 패션 구매 의식을 일찌감치 길들이면서, 트렌디한 제품을 발 빠르게 다양하게 구매하는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하게 만든다.
게다가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각종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 속에 친숙히 개입하면서 패스트 패션 소비 습관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패션계가 패스트 패션이 ‘패션의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실제 금융 불안으로 전세계 패션계가 매출 부진에 시달렸을 때도 자라나 Fast Retailing(유니클로의 모기업)의 수익은 29%나 상승했다. 프리마크(빈티지한 감성을 담은 영국발 패스트 패션 체인, 하이스트리트와 하이엔드의 중간 가격대로 포지셔닝한 라벨)는 24%, H&M은 19% 등의 수익 상승세를 지키면서 ‘트렌디하고 값싼 가격=현명한 소비’라는 소비자 의식이 고착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구촌이 온통 패스트 패션
이는 전적인 중가 의류 브랜드나 하이엔드 백화점에 입점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긴축 소비로 매출 부진을 피한 것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패스트 패션의 패션 잠식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강화시켰다.
게다가 패스트 패션 업체가 중국과 인도 등 패션계가 신규 매출을 기대한 이머징 마켓에 본격 진출하면서, 이들은 성장 잠재력 높은 시장마저 패스트 패션 소비 습관에 길들여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표출한다.
실제로 자라는 2006년 중국에 44개 매장을 오픈했고 올해 초 인도 시장에 첫 진출하면서 오픈한 지 이틀 만에 27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서구 브랜드가 성장하기 까다로운 조건인 인도 소비자들까지 패스트 패션의 마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놀라운 결과를 얻어냈다.
하이엔드 패션계가 신규 매출처로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과 동유럽 시장도 화려한 럭셔리 브랜드의 진입 소식 뒤에도 패스트 패션 라벨들의 실질 수익 강화라는 이면이 도사리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는 보기에 화려하지만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질 소비자에게는 ‘값싸고 트렌디한 서구 브랜드’라는 실속있는 명제가 지갑을 열기에 더 효과적이라는 증거인 셈.
패스트 패션의 글로벌한 성장 파워는 결국 ‘값싸고 트렌디하고 스피디한’ 콘셉의 승리로 서로 융합되기 힘들었던 조건을 기막히게 짜맞춘 것이 즉효한 것이다.
계속 Fast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패스트 패션의 Fast한 성장력은 계속될까? 일각에서는 패스트 패션을 구성하는 절대적인 요소-값싼 원료 및 값싼 노동력-이 패스트 패션의 발목을 잡는 변수로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노동자의 인권을 중시하고 원료 공급자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제공하자는 공정 무역, 서스테이너블 패션이 힘을 얻으면서 패스트 패션 업계가 부정적인 시각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
즉 패스트 패션이 자원 낭비 및 불필요한 쓰레기를 양산하는 원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부정적 의식을 타개할 만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 코튼 가격이 인상되면서 Fast 콘셉을 촉진시킨 ‘값싼 원료’에 무한 공급이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도 패스트 패션의 매력적인 가격대를 유지시키는데 불안한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영국 하이스트리트 업계는 국제 코튼 가격 인상을 빌미로 2011년부터 제품가 인상을 공식화하고 있어 패스트 패션 업계의 가격 인상도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이 ‘패스트 패션’의 값 싼 가격과 속도에 만족하지 않고 ‘품질’까지 요구하고 있어,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등 값싼 노동 하청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언제까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지가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값싼 가격에 트렌디한 제품을 스피디하게 제공’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값싸고 트렌디하고 품질까지 좋은 제품을 스피디하게 제공’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 지가 패스트 패션의 지속적 성장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는 것.
그 결과 패션계는 ‘Fast’와 ‘Quality’라는 두 마리 토끼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더욱 까다로워진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이다.
이전글
![]() |
패션 업체 소싱 패러다임 바뀐다 |
|---|---|
다음글
![]() |
대형사 내년 신규 브랜드 런칭 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