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한·FTA 수출 판도 바꾼다
- WTO에서 FTA체제로 교역 환경 변화
원산지 기준 요건 충족 대비 시급
세계 무역 환경이 WTO 체제에서 FTA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두 제도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WTO는 다자간 협상을 토대로 모든 국가들에 동일한 관세와 규제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전세계 무역 장벽을 없앤 완벽한 자유무역을 지향하지만 FTA는 양자간 협상으로 협정 상대국에 무역특혜를 주는 제도다. 관세청 FTA이행팀 권태휴 사무관은 “FTA는 협정 상대국이 아닌 나라에는 배타적으로 대하겠다는 일
종의 보호무역주의이자 관세동맹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역구제 수단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WTO는 덤핑방지, 상계관세 및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의 방법이 있지만 FTA는 협정에 따라 부여된 특혜관세만 폐지하면 상대국에 대한 수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므로 그 어떤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한다.특혜관세 취소시 상대국 기업이 얻은 특혜 부분에 대한 추징이 가능하며 수출자에게 패널티 성격의 과징금까지 부과하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모든 분쟁의 시발점이 되는 FTA의 핵심은 원산지 규정이다. 지식경제부 미래섬유생활과 이경호 과장은 “제일 중요한 사항은 원산지 규정에 대한 준비”라며 “미국, EU 등 협정이 체결된 국가마다 원산지 방식이 다르므로 특혜관세 부과 기준이 되는 원산지 충족 요건을 파악하고 대비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미 FTA 재협상 타결과 함께 우리 기업들은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새로운 무역체제 환경을 맞이하게 됐다. 섬유류 수출 양대 시장인 미국과 EU의 협정 타결을 계기로 양 지역 FTA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과 원산지 규정을 해부해 봤다.
1. 한·미 FTA
미국은 한국 및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를 의회에 일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경부 이경호 과장은 “파나마와 콜롬비아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 있어 적어도 2011년 상반기 의회 비준은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과 묶어 비준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준 이후 2개월 안에 협정이 발효되므로 빨라야 하반기는 넘어가야 된다는 계산이다.
■ 주요 협정 내용미국의 섬유류 수입액 기준 61%, 품목수 기준 87%에 해당하는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양허 단계는 즉시와 3년, 5년, 10년으로 합의됐다.
이에 따라 화섬스웨터, 남성셔츠, 모직물, 면양말, 화섬단섬유 등은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면직물과 면셔츠, 화섬편물 블라우스, 화섬 편물(탄성사 함유), PEF 직물 등은 5~10년 사이에 매년 10~20%씩 관세율이 인하된다.
한국은 품목수 기준으로 87%에 대해 즉시 무관세를 적용하고 9%는 5년 균등, 4%는 10년 균등으로 시한에 따라 점차적으로 관세가 없어진다.
■ 섬유 원산지 기준원사기준(얀포워드 : Yarn-Forward)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협정 당사국간 ‘실’을 사용해 직물을 직조하고 이렇게 만든 원단으로 제단, 봉제한 섬유 완제품만 원산지를 인정받게 된다.
방법은 이렇다. 원단 및 의류 수출업체는 해당 수출 품목의 국내 원자재 구입처를 기입하고 해당 품목의 수입 실적을 체크해 1차 원사기준을 검증하게 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부자재 구매처와 판매 실적을 상호검증(cross-check) 해야 한다.
외국산 원사를 사용해 직물, 의류를 제조하면 미국 수출시 해당 품목에 높은 수입 관세율을 적용 받게 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특혜관세 수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상당수준의 예외를 확보했으며 역내 원사 사용 확대 등에 따라 대미 수출의 80% 이상이 특혜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세관협력 사항우리의 해외 투자업체 및 제3국 업체의 우회수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세관협력 규정을 도입했다. 섬유, 의류는 對中 세이프가드 또는 쿼터 회피 등 목적으로 우회 수출이 빈번히 발생하는 상품. 따라서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집행 조치 및 국제 협정의 이행 등을 포괄해 비 특혜 수출품도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원산지 검증 및 정보제공 등 정부간 협력을 실시키로 했다.
우리 정부는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영위하고 수출 품목의 원산지 충족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업정보를 구축하고 이를 미국측에 통보해야 한다.
섬유 및 의류를 생산하는 자의 정보(이름과 주소, 전화, 팍스 이메일 등)와 근로자 업무 및 기술 정도(50인 이하 중소기업 제외), 생산설비 정보(기계 종류와 숫자, 위치 등), 미국 바이어 성명과 연락처(50인 이하 중소기업 제외) 등이 포함된다.
조사 대상도 방대하다. 한국섬유직물수출입조합이 무역통계를 근거로 추산한 대상 업체는 對美 수출업체 1000개, 하청업체 4000개, 재재 하청기업 4000개 등의 설비, 품목 생산능력 등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또 이들 자료를 연례적으로 미국 세관에 제공해야 한다.
■ 섬유생산 기업 정보 시스템 구축
직물수출입조합은 FTA 협정 내용 이행과 효과적 대응을 위해 원산지 검증에 필요한 세관협력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합은 2007년 FTA 타결 당시 ‘원산지 정보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해 60억 원의 소요 예산을 신청했으나 양국 국회와 의회 비준이 늦어지면서 실행되지 못했다. 이상훈 차장은 “섬유 생산 기업 정보 조사와 통계시스템 및 센터 구축을 위해 5년간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정비하는 계획을 세웠다”며 “원사를 구매 했을 때 어디서 누가 사고 팔았는지 등 모든 정보를 전산과 연계시켜 얀 포워드 요건을 충족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중소기업이 발급해야 하는 원산지 관련 각종 서식 및 업무 프로세스를 원활히 지원하게 된다. 이를 통해 영세 기업은 원산지 관리 대장, 입증 소명 전산자료 등을 관리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소요 예산을 2012년 회계연도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경부 이경호 과장은 “내년 하반기에 한·미 FTA가 발효되면 2012년 예산에 반영시켜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 한·EU FTA
한·EU FTA는 09년 6월 한·EU 통상장관 회담에서 일괄적인 최종 타결을 이루고 지난해 10월 6일 정식 서명함으로써 국회비준절차만 넘기면 발효가 가능하게 됐다. 양측은 7월1일 발효키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중국산 등 제3국 우회수출을 경계하는 EU회원국들의 높은 수준의 원산지 검증이 예상돼 섬유 부문은 주요 타켓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 주요 협정 내용
양측 모두 섬유 전품목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하고 한국 5개, EU 6개 등 일부 민감 품목에 대해서만 양허를 유예했다.
타결안에 따르면 한국은 수입액 기준 즉시철폐 96.2%, 7년 균등철폐 3.8%로 합의했고 품목수 기준으로는 99.48%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하고 0.52%에 대해서는 7년간 균등 철폐키로 했다.
EU는 수입액 기준 즉시철폐 99.99%, 5년 균등철폐 0.01%, 품목수 기준 즉시철폐 99.19%, 5년 균등철폐 0.81%로 합의됐다. 지식경제부 이경호 과장은 “한·EU는 한·미 FTA에 비해 높은 수준의 양허가 이뤄졌다”며 “(섬유부문에 있어서는) 우리측 협상력이 잘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 섬유 원산지 기준
원산지 기준 역시 한·미 FTA보다 낮은 수준이다. 섬유사·직물은 원사기준(얀 포워드), 의류는 제직기준(Fabric forward)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역내 미생산 및 공급부족 품목 등에 한해 역외산 제품 사용을 허용하는 원산지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허용 물량은 9개 품목에 걸쳐 연간 1만1943톤으로 합의됐다.
정부가 한·미 FTA와 비교해 결정적으로 차별화된 협상력을 보여 줬다고 판단하는 부분이 미소기준(Tolerance rule)이다. 비원산지 원료가 완성품 중량의 10%이하(의류 부자재는 부가가치 8% 이하)일 경우 예외적으로 원산지를 인정하는 조항이다. 이는 한·캐나다 FTA 기준과 동일하며 한·미 FTA보다는 7% 높은 수준이다.
■ 원산지 인증 수출자 제도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 업체들이 준비해야 할 필수 사항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꼼꼼히 규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원산지 인증 수출자 제도는 EU지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원산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 기업에 증명서 발급 절차 또는 첨부서류 제출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6000유로 이상 물품을 수출하는 기업에 적용되므로 사실상 모든 기업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협정에 따른 수출자 자격 요건 획득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관세청은 우리 기업들이 비용 부담 없이 수출자 자격을 획득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적용 가능한 방법으로는 3가지가 있다. 원산지 관리 전산시스템 또는 업무 매뉴얼을 준비하는 게 첫 번째다. 이 경우는 2~3억 원의 비용과 최소 6개월의 준비 기간이 소요되므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청이 추천하는 방법은 원산지 관리 전담자를 지정·운용하는 방안이다. 내부 전담자 지정과 외부 전문가 지정 2가지로 나뉘나 후자 역시 관세사, 변호사 등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내부 전담자를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관세청은 이를 위해 FTA글로벌센터 인증 수출자 심사센터를 두고 60여 명의 심사 직원이 업체별 1:1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체가 완전한 자격을 획득할 때까지 철저히 관리한다. 권태휴 사무관은 “12월까지 전국 1500여 개 업체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아직도 7664개 대상 기업 중 자격을 획득한 기업은 30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며 “개별 기업 준비사항을 정부에서 지원하다 보니 마치 남의 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관세청은 업계 준비 사항이 상당히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연초 산업별 대상 업체들 분류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준비를 권유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기관이 발급한 서류를 포함, 원산지 증명서 작성 대장을 비치하고 관리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 고려 사항
인증 수출자 자격을 획득했다고 해서 모든 수출 품목에 대해 원산지 발급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업체별 인증 수출자라면 가능하지만 품목별 인증 수출자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많은 품목을 여러 협정 국가에 수출하거나 수출액 증가가 예상될 경우 다소 복잡하더라도 업체별 인증을 받는 게 유리하고 한정된 품목을 특정 국가에 수출한다면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품목별 인증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또 한가지. 수출하는 모든 업체는 국내 거래시 모든 단계별로 ‘수출용 원재료 원산지 확인서’를 받아 구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세금계산서처럼 취급하는 것이 좋다. 원산지 증명 입증 책임은 수출자 의무이므로 서류 보완을 요구 받았을 때 이 ‘확인서’는 꼭 필요하다.
권태휴 사무관은 “인증 수출자 제도 등 모든 것을 다 잊어도 수출용 원재료 원산지 확인서를 받아 두는 것만은 꼭 기억해야 한다”며 “앞으로 국내 업체들 거래관행에도 불가피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16개국과 FTA 발효, 3개지역 협상 타결
능동·공세적 대응
우리나라 대외경제 규모는 국내 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그 어느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FTA 확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주요 교역국이 여타 국가와 먼저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 상품은 고관세 적용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로 시장을 잃게 돼 안정적인 해외 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이들 국가와의 FTA 체결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2004년 6월 대통령 훈령으로 자유무역협정체결 절차 규정을 제정하고 능동적이고 공세적인 FTA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칠레, 싱가포르, 아세안 등 총 16개국과의 FTA가 발효됐고 미국, EU, 페루와 협상을 타결했다. 캐나다 및 멕시코, GCC(걸프 협력기구) 등 13개 국가와 협상 중이며 일본, 중국 등 9곳과 FTA 여건 조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모두 한국상품?
원양어선이 잡은 생선의 원산지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라벨이 붙은 상품은 항상 한국산일까? 우리 기업이 원양에서 잡은 생선을 해외로 수출하면 이 역시 한국산으로 인정 받을까?
원산지 규정을 따른다면 첫 번째 질문의 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가 맞다. 두 번째 질문은 생선을 잡은 선박의 국적에 의존하므로 이 배의 국적이 한국이라면 원산지 규정에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교역 개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면 한국에서 제직을 했거나 봉제를 한 상품을 일컫는 말인데 원산지 잣대를 들이대면 ‘실(絲)’ 자체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까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원산지 인증이 중요한 이유이다. 30년간 원산지 업무를 전담해 온 스페인 국세청 호세 안토니오 뮤노즈(Jose Antonio Munoz Royan) 수석심사관은 “국적과 원산지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즉, ‘메이드 인 코리아’는 원산지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사진:지난해 12월 섬유센터에서 개최된 한·EU FTA 대응 세미나에서 스페인 호세 안토니오 수석 심사관이 원산지 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섬유신문 2011.1.7(금) http://www.ap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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