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호 거리 대형화 바람
서울 시내 대표적 패션 소호 거리로 꼽혀 온 삼청동과 신사동 가로수길이 대형 패션 브랜드 매장의 증가로 그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명동과 이대 앞이 상업적 경쟁의 장으로 바뀌는 사이 삼청동과 가로수길은 유럽의 감성과 한국의 전통이 공존하는 거리로 부상, ‘한국적인 소호’로 주목받아 왔다.
‘소호’는 사우스 오브 하우스턴(South of Hausten)의 약자.
뉴욕의 한 지명을 일컫는 이곳은 한때 버려진 공장 건물을 가난한 예술가들이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예술가의 동네로 알려지기 시작해 ‘샤넬’, ‘프라다’ 등 명품 샵이 들어서면서 패션과 쇼핑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획일적인 상업적 성격을 배제하고 문화와 예술, 실험과 전통의 요소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청동, 홍대, 신사동 가로수길도 그에 따른 기대를 받아 왔지만 최근 대형 패션 기업들의 매장 증가로 갈림길에 섰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강남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비용이 비교적 낮아 소상인들이나 재야 디자이너들의 작고 개성 있는 매장이 주류를 이뤄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제일모직과 LG패션, 에이션패션 등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설한 데 이어 수입 브릿지 브랜드와 잡화 매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 유아 용품 멀티샵, 화장품 브랜드의 대형 팝업스토어 등도 문을 열면서 대형화되어 가는 추세다.
올 하반기에는 거리 초입의 미래희망산부인과 건물이 이전하면서 이곳에 패션 전문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고, 미국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포에버21’의 초대형 매장도 개장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들은 브랜드의 문화와 헤리티지를 표현하기 위한 장소로 가로수길을 선택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임대료 상승이 가장 큰 문제로, 작은 매장들이 중앙 가로수길에서 밀려 나면서 사이드 골목으로 터를 옮기고 있다.
이국적이고 특색 있는 볼거리들로 뉴욕이나 유럽의 한 거리를 옮겨 온 듯했던 풍경도 점점 재미를 잃어가고 있다.
종로의 삼청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진 디자이너, 그 중에서도 수제 슈즈 브랜드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삼청동에 최근 LG패션의 수입 브랜드 ‘질스튜어트’가 3개 층 대형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까지는 디자이너 슈즈 샵과 무명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의류, 액세서리 전문점, 보세 매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다수의 패션 기업들이 매장 개설을 검토 중이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인수 경쟁이 일면서 부동산 비용과 임대비용 역시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욕의 소호도 명품 브랜드들이 헤리티지 매장을 개설하면서 패션의 메카로 부상했다. 하지만 삼청동과 가로수길은 기존의 소형 매장들이 밀려나면서 성격을 잃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양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패럴뉴스 2011년 5월 17일 http://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