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과 일탈을 찾는 이들로 붐비는 ‘홍대’
최근 홍대 앞에는 가족 단위, 외국인 관광객, 40대 아줌마, 50대 부부 등 그동안 홍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계층의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주말마다 홍대 정문 앞 놀이터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부모가 자주 눈에 띈다.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놀토’가 생기면서 긴 주말을 보내게 된 사람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나오는 것이다.
홍대 앞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매리는 외박 중’이 한류 붐을 타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실제 존재하는 카페에서 촬영한 ‘커피프린스 1호점’은 종영 이후 카페 자체가 인기 관광지가 됐다. 카페 안에 들어서면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드라마 속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최근 일본, 대만 등지에 방영을 시작한 ‘매리는 외박 중’도 홍대 앞에 부는 한류 바람에 한몫 하고 있다. ‘매리는 외박 중’은 인디밴드 리더인 남자 주인공의 직업 때문에 80% 이상 홍대 주변에서 촬영됐다. 특히 배우 장근석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일본에서 ‘포스트 욘사마’로 불리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겨울연가’ 이후 춘천 등 지방 촬영지를 주로 찾았던 일본 관광객들이 이제는 홍대 앞으로 몰리고 있다.
일요일 낮, 예쁘게 꾸며진 카페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먹는 브런치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40대 이상 주부들도 적지 않다. 평일에 주로 주거지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는 주부들이 주말만큼은 홍대 앞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냄으로써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안한 캐주얼 복장에 메신저백 하나만 들고 여유롭게 홍대 앞을 거니는 50대 부부도 눈에 띈다. 성인이 된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진 주말을 홍대 주변에서 보내는 것이다.
인디밴드, 클럽 등 그동안 홍대 앞을 상징하던 문화가 주로 10대, 20대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보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홍대 앞을 찾는 만큼 홍대 주변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거대 자본 앞세운 브랜드 진출 ‘와우산길’
홍대 정문에서 극동방송 방향으로 이어지는 와우산길에는 유력 브랜드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가장 먼저 지난 2009년 「유니클로」 매장이 이 길가에 문을 열었다. 어울림마당길을 따라 늘어선 저가 보세 숍 등 주로 저렴한 옷가게들이 많았던 홍대 앞에 글로벌 SPA 브랜드가 들어온 것이다.
지난해에는 「라빠레뜨」도 이 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홍대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홍대 앞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맞게 인테리어도 기존 매장과는 다르게 꾸며 고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올해는 「코데즈컴바인」과 「플라스틱아일랜드」도 홍대 상권에 합류했다. 특히 「코데즈컴바인」은 아웃도어 감성의 신규 「코데즈컴바인 하이커」를 론칭하고 국내 SPA 브랜드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장소로 홍대 앞을 선택했다. 4층짜리 대형 매장에는 「하이커」를 비롯한 코데즈컴바인의 다른 라인들도 입점해 있어 단연 눈에 띄는 규모를 자랑한다.
와우산길에서 조금 벗어난 홍대 정문 앞 놀이터 근처에는 지난해 들어선 「자라」 매장도 있다. 카페와 옷가게가 있던 건물을 통째로 리뉴얼한 「자라」는 소형 저가 보세 숍 사이에서 글로벌 SPA 브랜드의 위엄을 뽐내고 있다.
「자라」 매장 바로 맞은편에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홍대점이 있다. 본래 스포츠 전문 브랜드 「아디다스 퍼포먼스」 로 시작했다가 2년 전 오리지널스로 바꾼 뒤부터 전국 대리점 중 톱3에 꼽힐 정도로 매출이 올랐다.
홍대 상권 변화가 한눈에 ‘커피프린스길’
홍대 앞에서도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산울림 소극장으로 이어지는 와우산로 29길은 상대적으로 한적한 분위기다. 이 곳은 2007년 방영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 배경이 된 카페가 있는 곳으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카페를 찾아 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중화됐다.
디자이너 숍, 와인바 등이 주로 많았던 이 길은 이후 ‘커피프린스길’로 불리며 감각 있는 카페와 편집 숍들이 속속 들어섰다. 신진 디자이너 숍 「세렌콜렉션」 빈티지 유아동복 매장 「앤드비」 핸드메이드 전문 편집 숍 「스토리아트」 등은 최근 홍대 상권의 소비자층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전국에 불고 있는 자전거타기 열풍도 홍대 상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바퀴·핸들·바디·안장 등을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커스터마이징하는 ‘픽시바이크’ 관련 매장이 들어서고 있는 것. 커피프린스길에도 ‘3.57’이라는 픽시바이크 전문 숍이 생겨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커피프린스길은 ‘홍대 앞의 메인’이라 불리는 걷고 싶은 길과는 다른 분위기의 골목이 형성됐다. 주말이면 발디딜 틈 없이 복잡한 곳을 벗어나 홍대 주변의 독특함과 여유로움을 함께 즐기려는 2030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고 찾아오는 일본,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의 방문도 늘고 있다.
「세렌콜렉션」은 커피프린스 붐이 한창이던 2년 전에 이 곳에 매장을 열었다. 홍대앞에 불고 있는 자전거 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매장 입구에는 삼각형 모양의 주황색 스트라이다 한 대가 서있다. 세렌의 이상형 디자이너는 “작은 디자이너 주얼리숍으로 시작해 현재 약 132㎡(40평) 규모에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와 패션잡화를 갖춘 편집숍으로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매장을 열 당시만해도 홍대에는 편집숍이 드물었기 때문에 「세렌콜렉션」은 홍대 상권에서 새로운 시도였다. 오픈 후 한동안 기존의 고객층이었던 2030 직장인을 타깃으로 100만원대의 고가의류를 판매했다. 그러나 홍대를 찾는 사람들의 니즈와 근처 상권과 가격대가 맞지 않아 가격을 재조정했다. 직접 디자인하는 주얼리는 3~4만원대, 의류, 가방, 슈즈 등도 10~20만원대로 낮춰 MD를 다시 구성했다. 현재 16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세렌콜렉션」은 월평균 매출 3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같은 거리에 위치한 핸드메이드 상품 편집숍 ‘스토리아트’는 천편일률적인 보세 숍에 싫증을 느낀 두 명의 대표가 의기투합해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스토리아트’ 에서는 손으로 만든 것은 무엇이든 판매한다. 핸드메이드가 기본 콘셉이다 보니 액세서리의 비중이 제일 높지만 파우치, 홈패션 용품, 인테리어 소품, 비누 등 다른 아이템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10년 이상 홍대 앞에서 의류 판매를 해 온 이유진 대표는 “돌고 도는 유행에 따라 소재만 바뀌어 나오는 동대문, 남대문표 옷들에 염증을 느꼈다”며 “더 재미있는 것이 없을까 찾아보다 핸드메이드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재능과 상품력은 있으나 유통경로를 찾지 못한 신진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스토리아트’를 시작했다”며 “우리는 그저 판매만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커피프린스길의 발전과 함께 그 근처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진 디자이너 전문 편집 숍 ‘POT(People Of Tastes)’는 그 동안 홍대 주변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다. 1층에는 카페, 2층에는 편집 숍으로 1, 2층의 공간을 나눈 점과 국내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다루다보니 웬만한 홍대 편집 숍에서는 볼 수 없는 높은 가격대라는 점이 색다르다.
새로운 시도들이 무모한 도전이 될 법도 하지만 송미선 대표는 “홍대 거리라면 독특한 것을 시도 해봐도 왠지 받아들여질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최근 홍대 주변에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실감할 수 있는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바이크를 함께 판매하는 편집 숍 ‘LIE(Love Is Everywhere)’가 최근 서교동 성당 근처에 오픈했으며, 에이랜드 역시 본 매장에 이어 아웃렛 형태의 ‘에이랜드 애프터 에이랜드(Aland After Aland)’를 열었다. 홍대 일대가 편집숍 포화상태인 강남을 대체할 장소로 떠오르는 중이다.
공항철도역 상권 ? 카페, 옷가게 줄이어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역을 1시간 이내로 오갈 수 있는 인천공항철도가 지난해 12월 개통되면서 이 상권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공항철도 홍대입구역은 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2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어 많은 유동인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인천시민들도 1시간 내에 서울로 진입할 수 있어 향후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주변 상권의 전망을 더 밝게 하고 있다.
옛 용산선이 지나던 철도부지가 지상공원화하면 동교동 삼거리를 포함한 공항철도역 부근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지난 2009년 서울시는 운행이 중단된 옛 용산선 철길을 대규모 녹지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공사 중인 이 길이 향후 용산구민센터에서부터 가좌역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공원으로 바뀌면 상업시설이 대거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동교동 주변에는 몇몇 발빠른 보세 숍들이 지난해 가을부터 하나 둘 문을 열고 있다. 잡화 숍 ‘슈담’은 이미 홍대앞에 매장을 하나 운영 중이지만 향후 이곳의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해 작년 9월 공사 중인 철길 근처에 또다른 매장을 오픈했다.
상암DMC-홍대 잇는 월드컵북로 주변에 주목
옛 청기와주유소를 기점으로 상암 DMC까지 쭉 뻗어 있는 월드컵북로 주변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암 DMC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디지털 미디어 시티로, 미래 유망 업종으로 꼽히는 디지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전망이 밝다. 업계에서는 현재 입주되어 있는 KBS, CJ 등을 비롯해 MBC, SBS, YTN 등 다른 방송사나 기업들의 입주가 완료되면, 상암DMC에 상주하는 많은 인구가 월드컵북로를 통해 홍대 상권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무려 40여년 동안 홍대 앞의 랜드마크로 불려왔던 옛 청기와주유소 부지의 개발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강북의 최대 유망 상권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월드컵북로를 중심으로 양 옆의 서교동, 동교동, 연남동 일대는 홍대 앞 중심 상권에 비해 여러 모로 발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벌써부터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형 연립주택이 많은 홍대 앞 중심 상권에 비해 이 지역은 정원 딸린 대형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한 채에 20~30억원이지만 주택을 통째로 매입, 리뉴얼해 상업 공간으로 변모시킨 곳이 늘고 있다.
옛 청기와주유소 뒷편 골목으로 들어가자 한 건물 앞에 붙어 있는 새빨간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피난처 삼아, 작업실 삼아, 거실 삼아, 하루종일 바쁘면서도 여유롭다.’ 다시 건물을 올려다보니 과연 작업실 같기도 하면서 본래 주택의 형태가 남아 있어 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평범했던 주택이 빨간색 철재 계단과 꼭대기에 만든 가건물로 아티스틱한 느낌의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거의 마무리 단계인 이 건물 1층에는 아직 입점할 주인을 찾지 못한 듯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진작부터 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에 힘쓰는 곳도 있다. 2007년 별도의 디자인센터를 설립해 단독건물을 운영하고 있는 애경디자인센터가 바로 그것. 애경디자인센터에서는 디자인 혁신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정례화와 다양한 창의적 활동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탈을 일상으로 바꾸기 위한 역발상 필요
홍대 앞 상권은 독특하다. 애초에 창의성이 강한 미술학도들과 개성 넘치는 인디밴드들이 자리 잡으면서 그들만의, 바로 홍대만의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홍대 앞에 오는 사람들도 ‘홍대에 가면 뭔가 새롭고 재밌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된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번쯤은 색다른 일탈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홍대 앞인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홍대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 앞으로 대한민국 패션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는 분명 생각해볼 문제다. 명동, 강남역 등 소위 잘나가는 상권과 똑같은 콘셉으로는 홍대앞을 찾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란 쉽지 않다.
실제 많은 자본을 투자한 글로벌 SPA 브랜드와 국내 유력 브랜드들이 투자 대비 효율이 낮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막연히 사람이 몰리는 핵심상권에 무리한 투자가 되더라도 많이 팔아서 메우겠다는 전략은 곧 그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다.
80~90%의 소비자가 뭔가 새로움을 찾는 외지인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장 팔리지는 않더라도 그 브랜드만의 유니크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체험을 제공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도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김묘환 CMG 사장은 “국내 유력 브랜드가 이미 전국 주요 상권과 백화점에 들어가 있다. 일상에서 보는 똑같은 형태의 매장과 상품 구성이라면 홍대 상권에서 고객들의 발길을 끄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가격도 마찬가지다. 이 곳은 ‘3장에 만원’하는 티셔츠가 잘 팔리는 시장이다. 매스 브랜드들이 아무리 물량 공세를 펼친다고 해도 홍대 앞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뭔가 유니크하고 새로운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매장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신 상권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이미 포화 상태인 홍대 앞이나 와우산길 보다는 공항철도역 부근이나 옛 청기와주유소 주변, 상암 DMC 인근이 투자가치가 높다. 비싼 권리금과 월세를 내면서 포화 상권에 무리하게 진입하기 보다는, 새롭게 뜨는 상권에 부동산 투자를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대 상권은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브랜드들이 홍대 주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일탈의 장소를 일상으로 만들기 위한 역발상이 필요하다. 많이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장사 마인드’가 아닌 콘텐츠의 차별화와 운영방식의 참신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패션인사이트 2011년 5월 25일 http://www.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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