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 인디마켓·셀러·SNS 에 길을 묻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팝업 스토어·플리마켓, 구매자인 동시에 판매자인 셀러, 소셜커머스 등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홍대 앞에서 만난 민수기 므스크샵 대표는 갤러리아백화점과 함께 한 팝업 스토어보다 홍대 wyln 매장에서 진행된 팝업 스토어가 더 ‘즐겁다’고 했다. ‘즐겁다’라는 표현에는 매출을 포함해 고객 반응, 브랜드 홍보 등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과거 백화점 등의 기존 유통에서 열리던 팝업 스토어는 다양한 형태의 플리마켓을 시작으로 가로수길, 홍대 앞 등의 핫 플레이스로 옮겨왔다. 정형화된 흐름에서 벗어나 고객들에게 사는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셀러는 판매자인 동시에 구매층이다. 상품 생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프로슈머 단계를 넘어선 것이라 생각된다.
백화점 NO, 우리는 인디마켓으로 간다
유통과 브랜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구매와 소비형태에 대응하기 위해 신진·인디 디자이너와의 코웍을 이어나가고 있다. 신세계·현대백화점은 디자이너 팝업 스토어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신선함을 부여하고 있고, 제일모직은 온라인 사이트 일모스트릿에 입점되어 있는 브랜드 팝업을, LG패션은 가로수길 TNGT 매장에서 2차 티움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플리마켓, 팝업 스토어를 찾는 구매자들은 상품을 넘어 매장 분위기, 카페·식당 등과 같은 인접 요소, 제품의 가치, 트렌드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한다. 고객들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는 증가하고 있고, 가격과 품질 위주에서 벗어나 제품의 가치를 중시하게 됐다.
잡지 블링과 데이즈드를 발간하고 있는 블링에서 주최하는 블링마켓은 대표적인 인디마켓으로 꼽힌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 논현동 플래톤 쿤스트할레에서 진행된다. 마켓에 들어서면 쩌렁쩌렁한 음악이 흐르고, 셀러들이 판매하는 빈티지한 옷들이 눈을 사로 잡는다. 1층 바에서는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고, 3층에서는 술과 샌드위치, 안주를 구매할 수 있다.
지난 4월 가로수길에서 막을 올린 피프티서울도 주목할 만하다. 이달 14일 두 번째 진행된 이 행사는 ‘유어보이후드’ 블로그로 유명한 홍석우, 잡지 크래커유어워드로브 편집장 장석종, 사진작가 강민구 3명이 시작한 플리마켓이다. 일본 대지진 이후 그들을 돕기 위한 도네이션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2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하였으며, 하루 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트위터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
LG패션(대표 구본걸)의 「TNGT」는 지난 29일까지 가로수점에서 ‘The 2nd TI:UM Project by TNGT’를 개최했다. 3월 1차 티움 프로젝트에 이어 두 번째 프로젝트로 디자이너 브랜드를 포함해 23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에이랜드는 입점 브랜드와 팝업 형태의 코웍을 통해 매출 상승을 꾀하는 동시에 홍보를 극대화 하고 있다. 입점 브랜드 역시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에이랜드는 지난 2월 「칩먼데이」 팝업을 명동점에서 진행했고, 최근에는 새롭게 론칭한 「케즈」, 「스페리」의 행사를 홍대 앞「A.P.C」(오픈 예정) 매장에서 열었다.
판매 NO, 즐기는 셀러(Seller)들
블링 마켓 만큼 판매자과 구매자의 구분이 모호한 플리마켓은 없을 것이다. 마치 물물교환 장터에라도 나온 듯 그들은 서로의 물건을 천천히 관심있게 살펴본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된 마켓은 조금이라도 늦으면 득템(?)의 기회가 사라져 버린다.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셀러들은 마치 파티를 즐기듯 가볍게 술을 즐기기도 한다.
피프티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여느 팝업과 같이 입점 수수료 등은 존재하지 않지만 형식적으로 50%의 기부를 목적으로 한다. 이 규정은 형식적인 것이고 입점 브랜드는 자유롭게 판매 금액 중 일부를 기부한다. 지난 14일 행사에 참여한 한 디자이너는 판매 금액 전부를 기부했다. 판매보다는 참여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해 첫 개최된 캠핑과 음악이 합쳐진 플레이그라운드에 부스를 연 스트리트 브랜드 「베이컨트」와 「자이브」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를 나눠주고, 술을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부스는 브랜드 홍보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공간이었지만 그들은 스스로 공연을 즐기고 관객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원했다. 플레이그라운드에는 도미노 피자, 키엘 등의 기업이 들어와 홍보 경쟁을 펼쳤지만 「베이컨트」「자이브」의 부스 만큼 관심이 높았던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중 NO, 소셜네트워크·커머스 마케팅
현재의 소비자들은 과거의 소비자들과 달리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개인적이지만 참여도는 휠씬 높다.
일례로 피프티서울(가로수길에서 진행되고 있는 팝업 스토어)을 개최하고 있는 홍석우씨에 의하면 “3명의 파트너가 모여 공동으로 진행하는 행사이다 보니 트위터 등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의욕적인 마케팅을 펼친 1회 행사와 달리 2회 때는 고객이 절반으로 줄었다. 트위터, 블로그를 통해 홍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고객들이 정보를 교류했을 때 많은 수의 고객이 몰렸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를 활용하는 패션 브랜드도 늘고 있다. 「클럽모나코」 「갭」 을 시작으로 「TNGT」 「빈폴」 「코데즈컴바인」 「로엠」 등의 브랜드가 소셜커머스를 통해 의류교환권을 판매했다. 이들 브랜드는 소셜커머스를 똑똑한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어필하며 매출 뿐만 아니라 홍보에서도 톡톡히 효과를 봤다.
이들 브랜드가 할인 판매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 브랜드명이 랭크 되는가하면, 트위터·페이스북에도 정보가 올라오는 등 놀라운 파급력을 보였다. 다만 판매되는 의류교환권 또는 할인권이 직영매장 또는 일부 상품에 한정되어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각 개별 브랜드 측면에서 보면 앞서 나열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또 다른 의미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백화점 유통이 전체 패션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매와 소비 패턴의 변화는 새로운 유통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은 달라지는 소비자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고객들이 가치 소비를 지향함에 따라 모든 상품이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례로 남성 전문 편집숍 므스크샵에 입점되어 있는 안태옥 디자이너의 「스펙테이터」는 지난 F/W 시즌 해리스트위드와 가죽을 사용한 130만원 상당의 헌팅 재킷을 출시했다. 리미티드 에디션 3벌을 포함한 13벌이 므스크샵에서 팔렸다. 브랜드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놀라운 일이다. 물론 므스크샵이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상품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이지캐주얼 시장은 전체 패션업계를 주도할 만큼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현재는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성장이 둔화됐다. 기업들은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에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신진·인디 디자이너와의 전략적 제휴 또는 홀세일 비즈니스 등의 새로운 모델을 빠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SPA 브랜드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이유는 상품 개발은 물론이고 뛰어난 소싱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도 모든 것을 사내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액세서리 등의 제품군을 안정적인 상품 공급이 가능한 업체 또는 브랜드에 맡기면 적은 투자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인디 마켓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제일모직은 일모스트릿을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를 꾸준히 테스트 하고 있다.
LG패션의 경우 지난 3월, 5월에 진행된 2번의 팝업을 통해 검증된 44개 브랜드 중 선정 과정을 거쳐 가로수길 매장을 숍인숍으로 완전 변경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출신 디자이너들과의 지속적인 팝업을 통해 그들의 경쟁력을 검증했고, 새롭게 오픈하는 대구점에 정식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CJ오쇼핑도 디자이너와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재현 디자이너의 「쟈뎅드슈에뜨」, 「스티브앤요니」와는 전용 라인인 「런바이스티브요니」 를 론칭했다. 최근에는 서울컬렉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남성복 디자이너 한 명과 계약을 맺고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셋째, 세분화된 마케팅이다.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 대중을 상대로 광고를 진행했지만 현재는 세분화된 마케팅 전략을 필요로 하게 됐다. 구매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된 만큼 무조건 과거의 방법을 활용하기 보다는 타깃층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성향의 분석이 필요하다.
팝업과 플리마켓에 익숙한 고객들은 일방적인 정보 전달보다는 그들 스스로가 셀러 등의 주체가 되기를 원하고, 개인적이지만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활용한 정보 교류는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다. 모든 기업에게 광고 및 홍보는 중요한 요소이고, 어떤 방법을 선택하고 활용할 지에 대한 선택이 전략이 필요하다.
「뉴발란스」는 트위터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고, 제일모직의 「빈폴」 「엠비오」 역시 동일한 트위터를 활용하지만 각기 다른 이벤트를 통해 타깃에 적합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빈폴」은 전속모델 빅뱅의 지드래곤을 앞세운 스타일링 이벤트를, 「엠비오」는 컬렉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한편,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남성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한때 생산자가 주도하던 패션 시장은 SPA 브랜드의 등장과 함께 막을 내렸다. 글로벌 SPA 브랜드의 등장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리테일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요즘 패션업계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소비자는 기존 유통을 벗어나 인디마켓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합리적 가치를 지닌 상품을 찾아 나섰다. 동시에 프로슈머를 넘어 판매자가 됐다. 시대에 적응하는 브랜드만이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인사이트 2011년 5월 31일 http://www.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