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온라인 브랜드, 어디까지 왔니?
캐주얼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중학교에 입학한 조카에게 옷 선물을 하려고 뭘 사줄까 물어봤더니 「디센티스」 야구점퍼를 사달라고 한 것. 처음 듣는 생소한 브랜드라 백화점에 가서 같이 고르자고 해도 꼭 그걸 사야 한다는 조카의 성화에 못 이겨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현직 디자이너인 자신이 모르는 이 브랜드 야구점퍼가 아이유, 제국의아이들 같은 유명 스타가 입고 나오면서 화제가 됐고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24세 여대생 B씨는 「플랙진」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리바이스」 「게스」 수준의 가격대에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에서 느낄 수 있는 핏과 워싱, 브랜드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국내 브랜드지만 영국에서 만든 브랜드 같은 마케팅 덕에 소위 ‘째스러운’ 분위기를 주는 것도 한 요인이다.
온라인 브랜드의 공습이 시작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온라인 브랜드들은 최근 들어 오프라인 브랜드와 유통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며 패션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온라인에서 기반을 마련한 이들 업체는 오프라인 진출·해외 배송?라인 확장 등 다방면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기존 패션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온ㆍ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이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크루넥 티셔츠를 사고 싶으면 「팬콧」을 검색하고, 할리우드 스타일의 옷을 원할 땐 「니쁜스」를 찾아간다. 진화하는 온라인 브랜드의 현주소는 어디쯤 일까.
온라인 브랜드의 무한질주
「팬콧」 「펠틱스」 「디센티스」 「지브래드」 「브라운브레스」 같은 브랜드 이름을 들어봤는가? 2~3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만들기 시작한 브랜드들이 패션 산업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온라인 멀티숍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10~20대 젊은층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인덱스(대표 김민식)의 「팬콧」은 2009년 방영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황정음 오리티’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인기가 상승해 백화점 편집숍에 입점하며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신세계 강남점에서는 편집숍 ‘티위드’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팬콧」만으로 월 1억원의 매출 올리며 좋은 반응을 얻을 정도다. 작년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리테일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구 동성로 1호점을 시작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제2의 「팬콧」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 의류 브랜드 「패러디나인」과 「지브래드」를 차례로 론칭했다. 「패러디나인」의 경우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응이 좋아 일찌감치 백화점 편집숍에 입점한 상태다.
「펠틱스」 역시 비슷한 케이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단독 매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시장에 뛰어 들었다.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건대 스타시티몰을 시작으로 경기도 안산과 이천에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며 빠른 속도로 유통망을 넓혀가는 중이다.
스트리트 브랜드 「브라운브레스」는 지난 4월 일본의 유력 편집숍 ‘빔스’에 입점하는 쾌거를 이뤘다. 4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모여 만든 이 브랜드는 ‘Spread the Mess age’라는 슬로건으로 2006년 론칭했다. 그래픽 티셔츠로 주목 받기 시작해 현재 백팩, 데님, 모자 등을 출시하고 있다. 브랜드 시작과 동시에 일본 진출을 꿈꿔왔고 결국 결실을 이뤘다. 또 일본 내 영향력이 강한 패션 전시회인 ‘roomsLINK’에 지난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참여하며 WWD, 누메로(NUMERO) 등 패션 매거진들의 관심을 받았다. 전시회를 방문한 바이어들과 스타일리스트들도 한국 브랜드의 일본 진출에 신선한 도전이라며 흥미를 보였다. 빔스 4개 매장 외에도 셀렉트숍인 콜렉터스 9개 매장과 온라인 멀티숍 조조타운과 라쿠텐, 글루피(gloopy)에서 「브라운브레스」의 가방을 만날 수 있다.
레고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 브랜드 「뱅크(BANC)」 역시 지난 해 글로벌 캐릭터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이미 단단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뱅크」는 본격적으로 캐릭터 사업을 시작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세컨드 브랜드인 「제이비지(JBG)」와 키즈 라인을 론칭하며 라인 익스텐션에 힘썼다. 「뱅크」는 현재 오프라인 6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 정체가 궁금하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2000년대 초중반 지마켓, 옥션 등 오픈 마켓을 중심으로 성장한 온라인 패션 쇼핑몰은 이후 소호몰, 단독몰의 독립된 형태로 사업을 확장했다. 독자적인 사업확대에 나선 쇼핑몰은 콘셉에 맞춰 아이템과 아이덴티티에 차별화를 둬 각자의 독립적인 영역을 확보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출발은 보세 의류매장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것이었지만 이제 각자의 캐릭터를 갖춘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여성 의류 쇼핑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스타일난다」. 2004년 동대문 의류 사입 쇼핑몰로 시작한 이 회사는 여성 의류 부문 1위의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2009년에는 6층짜리 단독 사옥을 지었으며 조만간 홍대에 오프라인 매장도 열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란제리, 홈웨어를 판매하는 「세미난다」와 액세서리 전문 「난다걸」, 자체 제작 코스메틱 브랜드인 「쓰리컨셉아이즈」 등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또 중국, 일본, 미국 등지로 해외 배송에 나서며 새로운 형태의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여성 의류 쇼핑몰 「니쁜스」는 지난 3월 부산 서면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온라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오픈한 82.5㎡(25평) 규모의 「니쁜스」 1호점은 반응이 좋아 문을 연지 한 달 만에 약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월 매출이 40억원을 웃돌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8년 11월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 「나인걸」은 직영매장인 건대점, 강남점, 영등포점 3곳과 대리점인 신촌점을 운영 중이다. 주로 20대 중반에서 30대 여성 고객이 많이 찾는 이 곳은 이미 온라인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다. 오피스룩 위주로 동대문에서 사입한 상품과 퀄리티 좋은 자체 제작 상품을 함께 판매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남성 의류 쇼핑몰 「멋남」은 지난 5월 동대문 맥스타일과 가산 디지털단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시작은 온라인 포털 사이트 다음의 남자 패션 전문 카페였다. 회원 수 10만 명을 자랑하던 카페는 현재 3개의 자체 제작 브랜드와 여성 의류 쇼핑몰 「비비드레스」와 「멋남」 2개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실전 적응 완료, 본 게임은 이제부터
온라인 브랜드의 성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 들었다. 그 동안 많은 업체들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경쟁력 있는 업체들은 생존력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살아남은 온라인 쇼핑몰과 브랜드는 경험을 통해 얻은 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간 사무실엔 20대 중반~30대 초반의 젊은 인재들이 가득했다. 이들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온라인 패션 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팬콧」의 최정욱 이사는 “해외 진출을 위해 파트너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얻는 것이 많다. 우리는 아직 젊다. 파트너를 찾지 못하더라도 우리 힘으로 매장을 열어 해외 진출을 성공해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기존 패션 기업의 시각으로는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시도지만 이런 무모함과 패기가 오히려 이들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 이들은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국내 산업의 한 축을 구성하는 중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는 지금의 모습이 시작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변화하고 성장할지 모른다. 그것이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패션인사이트 2011년 6월 9일 http://www.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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