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지난달 30일 2010년 세계 10대 백화점 진입을 위한 글로벌 비전을 수립, 이에 따른 상품본부 운영 혁신 방안 등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발표했다.
점포별 특화 MD 가동
특히 그동안 입퇴점의 칼자루를 쥔 매입부가 무서워 속앓이만 하고 있던 협력업체들의 고충을 감안 “협력사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겠다”, “협력사를 진심으로 섬기겠다”, “협력사에 겸허히 배우겠다”는 3개 과제를 중점 실천방안으로 내놨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는 이 같은 롯데의 방침이 타 백화점에 비해 경직된 모습을 보여 왔던 상품본부 조직과 운영 체계에 얼마만큼의 유연성을 부여하고 내부 인력들이 적응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MD 전략은 테마 중심의 자주적 MD 구성, 점포 별 특화 전략 개발, 다양한 카테고리의 편집샵 개발과 확대, 적극적 해외 브랜드 유치, ‘에고이스트’, ‘유니클로’에 이은 NPB 확대와 육성 등 크게 5개 사항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해외 컨설팅을 통해 사례를 다양하게 반영, 영플라자와 같은 테마 쇼핑몰을 집중 육성하고 해외 우수, 유망 브랜드를 적극 도입하는 한편 NPB의 단순 유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획 단계부터 공동개발, 자본 참여를 통해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매출 연동 마진 조정제 도입
협력사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매출 연동 마진 조정제도를 도입, 협력사와 합의해 목표치를 설정하고 목표 초과 달성분에 대해서는 마진을 조정해 주기로 했다.
또 협력사의 비용 부담 해소를 위해 비효율 매장을 축소하고 고객초청 패션쇼와 협력사와 절반 씩 부담하고 있는 신문 광고도 대폭 줄이는 한편 1년 내 매장 이동 시 소요 비용을 일부 배상하는 등 인테리어 비용 부담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영업력 분산 등 회의적 시각도
이와 함께 행사 진행 시 협력사와 반드시 협의를 거치고, 단기 수시 행사나 가격 소구형 저가 행사를 지양 3~6개월 전 협력사와 공동 기획키로 했다.
특히 그동안 협력사 책임 전가로 인해 독소 조항으로 지적됐던 쌍벌 규정은 완전 폐지하고 과거 매입 바이어와의 껄끄러운 사건으로 인해 입점이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사를 불문에 붙이고 관계를 재정립 한다”고 공표했다.
롯데는 또 입, 퇴점 시 일어나는 업체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거 매출 실적에 따라 퇴점을 결정했던 컷 오프제 대신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육성하는 인큐베이팅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그러나 새로운 평가제도는 유망 브랜드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할 경우 MD의 주관적 견해가 작용할 수밖에 없고 선정자의 자질시비로까지 비약될 수 있어 입, 퇴점을 둘러 싼 잡음은 쉽사리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전 선포가 1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을 방지하고 조직 개개인의 역량 강화와 긴장감 유지를 위한 세부 실천 방안도 마련했다.
매년 협력사 초청 컨벤션을 개최하고 내부 오찬간담회를 수시로 열어 업무 적응력과 성과를 체크하고, 분기별로 협력사 초청 워크샵을 실시하며 MD들의 주 3회 이상 현장 근무를 의무화한다는 것.
롯데의 전에 없던 변화의 바람에 업계는 다소 얼떨떨하다는 반응이다. 한 중견 여성복 업체 사장은 “백화점이 패션 유통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쨌든 롯데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고 보니 협력사와의 관계개선과 자기 혁신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반가울 따름”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는가 하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다. 특히 지난 달 매입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어 있던 상품본부를 통합, 영업이 다소 수월해 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점 MD 권한 강화와 점별 MD 시행으로 영업력이 분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또 매출 실적에 따라 점별, 브랜드별로 마진율을 차등 적용하고 브랜드 개별 행사를 인정하지 않는 등의 방침은 업체들이 매출에 더욱 목을 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