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체 해외 브랜드와 짝짜꿍

2011-09-08 09:41 조회수 아이콘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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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체 해외 브랜드와 짝짜꿍

 



국내 유통업체들의 해외 브랜드에 대한 ‘빗나간 사랑’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신도림에 오픈한 디큐브시티는 노른자 위치인 지하 1층에서부터 지상 3층까지 글로벌 SPA 브랜드들로 도배를 했다. 「H&M」 「유니클로」 「자라」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1000㎡ 이상의 대형 매장으로 구성했다. 더욱이 「자라」를 전개중인 스페인 인디텍스사는 「버시카」「풀앤베어」「스트라디바리우스」 3개 브랜드를 별도 매장으로 구성함으로써 자사 4개 브랜드의 매장 면적만  1800㎡에 달했다. 디큐브시티에는 이들 외에도 「bebe」 「글래드뉴스」 「스톤마켓」 「캐시반질랜드」 등의 해외 브랜드를 규모와 위치 측면에서 비중있게 배려했다.

 

이와 상반되게 국내 브랜드는 3층 일부와 4층에 대부분 구성했으며 몇몇 영 캐주얼 브랜드는 지하1층 한켠에 몰아서 구성함에 따라 상대적인 빈곤감을 면치 못했다.

 

지난 1일 홍대전철역 인근에 오픈한 와이즈파크도 마찬가지였다. 이 점포에는 지상 1층부터 3개층에는 일본 「유니클로」가 2300㎡ 규모로 독차지했으며, 지하에는 「ABC마트」를 입점시키는 등 국내 브랜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와이즈파크는 AK플라자를 운영하는 애경그룹의 자회사 AM플러스가 운영하고 있다. 신규 쇼핑몰의 해외 브랜드 예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에는 명동 입구 타비몰 자리에 「유니클로」가 4000㎡ 의 아시아 시장 내 최대 규모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며, 내년초 오픈하는 여의도 IFC몰에도 글로벌 SPA브랜드 일색으로 기획되고 있다.

 

글로벌 SPA만 우대 한국 브랜드 설 자리 없어
해외 브랜드와 국내 유통업체 간 ‘밀월’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내 패션업체에게 돌아가고 있다. 무조건 대형화와 높은 인지도 위주로 MD를 구성한 탓에 준비가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들은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디큐브시티에서 보듯, 전체 영업면적의 절반 이상을 해외 브랜드가 차지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디큐브시티 내 인디텍스, 유니클로, H&M 등 빅3가 차지하는 영업면적만 5000㎡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한국 브랜드들이 브랜드당 66㎡ 규모로 입점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브랜드 75개가 입점할 수 있는 공간을 이들 3개사가 독차지 하고 있는 셈이다. 위치도 지하철에서 이어지는 노른자땅을 수평으로 넓게 포진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3, 4층까지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국 유통업체의 무원칙한 매장 구성 방침 영향으로 해외 유력 브랜드는 국내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자라」의 디큐브시티점은 한국 내 31번째 점포이며 지난해 진출한 「마시모두띠」 2개점을 포함하면 인디텍스의 한국시장 내 유통망은 모두 36개점으로 늘어나게 된다.
더우기 「마시모두띠」는 올 하반기부터 롯데 NPB로 지정됨에 따라 롯데백화점 내에서만 최소 10여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클로」는 이 보다 한층 공격적이다.
이 회사는 올 8월에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신도림 디큐브시티, 홍대 와이즈플라자 등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주요 상권에 매장을 오픈하고 연말까지 1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한국시장 내 유통망을 70개점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또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서울 강남점과 국내 첫 매장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리뉴얼한다. 이러한 유통망을 기반으로 「유니클로」는 올해 매출액을 4000억원(12월 결산 기준)까지 올릴 계획이다.

 

‘불공정 판매수수료’ 국내 패션업체 넉다운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나치게 편향적인 입점 조건이다. 최근 신규 오픈한 복합쇼핑몰들은 MD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SPA 브랜드에는 10% 안팎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점시키는 반면 국내 브랜드는 20~30%대로 계약하고 있다.

 

이번에 오픈한 디큐브시티는 글로벌 SPA 브랜드에는 8~9%의 판매수수료로 계약하면서, 국내 브랜드는 28~30%로 계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와이즈플라자 역시 10% 이하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니클로를 입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오픈한 타임스퀘어 역시 「자라」는 12%선, 「유니클로」는 10%선에서 결정했으며,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8% 선에서 「H&M」을 입점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과거 국내 유통업체들은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에 대해 10% 전후의 판매 수수료를 책정해 국내 브랜드와 형평성 문제를 일으켰다. 럭셔리 브랜드는 그나마 시장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이해됐지만, 최근 저가 SPA 브랜드에 대한 파격적인 예우는 정도가 지나치다. 똑같이 ‘가격 경쟁’으로 승부해야 하는 동일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는 30%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해외 브랜드에는 노른자땅에 10% 이하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행위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된다. 이는 국내 중소 브랜드에게서 얻은 폭리로 해외 SPA 기업을 성장시켜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SPA 브랜드를 입점시킴으로써 당장은 매장을 채우겠지만 장기적인 수익 측면에서는 국내 브랜드를 육성해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한국 백화점의 수익성이 악화된 원인은 럭셔리 브랜드에 이어 저가 SPA 브랜드를 마구잡이로 입점시킨 데 있다. 백화점들이 경쟁 회사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무리한 조건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써 해외 SPA 기업은 한국시장에 ‘무혈입성’이란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더욱이 이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맞은편 상권에 대형 점포를 보란듯 오픈함에 따라 백화점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유통산업 미래 위해 모두 힘 모아야
글로벌 브랜드의 파죽기세 공략은 유통 뿐 아니라 국내 패션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유니클로」 한 브랜드만 예를들더라도, 이 브랜드로 인해 국내 400억원짜리 10개 브랜드가 사라지는 셈이다. 400억원짜리 브랜드에 평균 40명의 디자이너, MD, 생산관리, 패턴개발 등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400명의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향후 3년 이내 한국시장에서 1조원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인디텍스와  H&M 역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눈 앞의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한국 패션산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범정부 차원에서 국내 패션기업이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유통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패션업계 전반의 여론이다.

 

 패션인사이트 2011년 9월 8일  http://www.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