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건강 해치는 옷’ 만들다 패가망신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취약한 공장-일명 스웻샵 망령이 어패럴 업계를 떠나지 않고 있는 지금 노동자의 건강, 생산자에게 공정한 대가,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패션을 주창하는 윤리적 패션(Ethical Fashion)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하청 업체만 잘못인가?
1990년대 최초의 스웻샵 논란이 어패럴 업계를 강타한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의 의식 개혁을 지향하는 윤리적 패션은 그 목소리를 서서히 높여왔다.
하지만 최근 H&M과 자라가 또다시 스웻샵 논란에 휘말린 것에서 보듯,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해외 하청 생산을 선택하는 패션계, 특히 가격에 민감한 하이스트리트 업계는 윤리적 패션과 경제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패션계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실제로 어패럴 하청 공장이 몰려 있는 동남아 지역의 윤리적 패션 옹호자들은 노조 결성을 막는 업체의 정강과 정부의 태만이 스웻샵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자 윤리적 패션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즉 하청 업체들은 어패럴 업계의 생산을 수주하기 위해 취약한 환경을 방치하거나 조장하고, 이를 감시할 하청국 정부는 필요한 법안을 제정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 (2009년 터키 정부는 ITGLWF(국제 텍스타일 의류/가죽 작업 연합)의 의견을 받아들여 샌드블래스팅 가공법을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개선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빈곤국 아이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착취하는데 반대해온 리스폰서블 소싱 네트워크의 캠페인 덕분에 우즈베키스탄 목면 농장에서 자행되던 아동 노동 착취가 중단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윤리적 패션에 대한 사회적 압력 속에 아디다스, H&M 등 60여 개 글로벌 어패럴 업체들이 우즈베키스탄 목면 업계에 ‘아동 노동력 활용하는 목면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압력을 가한 결과인데, 돈줄을 쥔 어패럴 업체가 공급 체인, 쉽게 말하면 생산자 및 하청 생산 공장에 압력 행사를 가해 얻어낸 결과로 패션계가 실질적 책임을 모두 생산자나 하청 업체에게 떠넘기는 느낌을 피하긴 힘들다는 비판도 있다.
개선 움직임은 희망의 메시지
작업자의 건강을 해치는 샌드블래스팅 공법 반대 캠페인도 윤리적 패션의 성과로 꼽힌다. 데님에 낡고 자연스럽게 닳은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되는 샌드블래스팅 가공법은 작업자에게 규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란을 일으켜왔고 디젤을 시작으로 많은 업체들이 샌드블래스팅 사용하지 않겠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베르사체는 샌드블래스팅 공법으로 생산된 베르사체 데님 구매를 보이코트 하겠다는 윤리적 패션 단체들의 사이버 공격을 받고, 생산 공장에서 샌드블래스팅 공법은 사용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다 결국 작업 공정에서 샌드블래스팅 공법을 완전히 제외한다는 입장을 공표한 바 있다.
또한 디젤은 2011 봄/여름부터 샌드블래스팅 가공법을 최소화하고 작업자 위해 및 환경 오염을 피하면서 샌드블래스팅 가공법과 비슷한 데님 룩을 연출해주는 테크닉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패션 업체 저스트 브랜드 역시 PME 레전드, 뱅가드, 캐스트아이런, 트리퍼 등 산하 브랜드의 데님에 사용해 오던 샌드블래스팅 공법 중단을 선언했고 에스프리 G-Star, H&M, C&A 등도 작업자에게 위해한 샌드블래스팅 공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작업자의 건강 보호에 나섰다. 샌드블래스팅 공법은 작업자의 폐를 손상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영국에서는 1950년대, 유럽의 경우 1966년 금지된 바 있다.
문제는 터키, 방글라데시 등 서구 패션 업체들의 하청 생산 국가에서는 여전히 샌드블래스팅 공법이 무방비로 허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샌드블래스팅 반대 단체들은 터키의 경우, 지난 10년간 샌드블래스팅 공정과 관련되어 600여명의 작업자들이 규폐증에 걸렸고 5년 안에 5000명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리바이스, H&M, 디젤 등 서구 어패럴 업체들이 샌드블래스팅 기법을 일체 배제에 적극 동참하고 나선 이유도 작업자의 생명에 위험이 되는 공정을 방치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反샌드블래스팅, 수자원 보호
한편 수질 오염을 유발하는 중국 텍스타일 제조 공장의 실상을 다룬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보고서에 따라 해당 텍스타일 공장과 거래해온 H&M 등 서구 업체들은 즉각적인 대응을 약속했고 리바이스는 데님의 와싱과 피니싱 공정에 투입되는 물의 양을 줄이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데님의 와싱 및 피니싱 공정에 소모되던 물의 양을 28~96%까지 줄여 물 보호 및 수질 오염을 최소화하고 공정에 참여한 작업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의지가 담긴 리바이스 ‘워터리스’ 라인이 그 주인공이다.
리바이스는 환경과 작업자의 건강을 생각하고 공정 무역을 지지하는 비영리 조직 배터 코튼 이니셔티브의 회원으로 윤리적 패션에 일찌감치 동참해왔다.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 H&M은 데님 제품에 ‘샌드블래스팅 가공’을 중단 선언을 한 것은 물론 유아 용품 라인의 경우, 생산 과정에 유해한 물질 발생을 최소화하고, 수질 오염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 EU가 인정하는 플라워 에코라벨을 받기도 했다.
영국의 하이스트리트 라벨 막스&스펜서는 재활용 PET를 의류 소재로 활용,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물 사용을 자극하고 토양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 섬유 생산을 대폭 축소하며 윤리적 패션에 동참하고 있다.
재활용 PET를 소재로 생산된 제품의 라벨에는 ‘리사이클 위드 옥스팜’이라는 메시지가 기록되어 있어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 역시 윤리 의식을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옥스팜과 제휴한 클로드스 익스체인지 프로젝트를 통해 입다 버릴 막스&스펜서 의류를 옥스팜에 기부, 옥스팜 매장에서 재판매 해 의류 쓰레기를 줄이고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자금까지 마련하는 의미있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한 혼란
그럼에도 윤리적 패션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H&M의 경우 2002년 환경을 위해 PVC 사용 중단을 약속했지만 2011년 여전히 PVC를 사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고, 많은 업체들이 작업자의 권리나 환경 보호를 위한 정강을 추가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불필요한 에너지와 물 소비량을 줄이는 서스테이너블 유통 매장 구축 작업을 자라는 빛나는 윤리 의식을 드러내면서도, 스웻샵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고 트렌드란 명목 하에 끝없는 의류 쓰레기를 생산하는 패션계의 욕망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든 진화가 혼돈과 실패를 거듭하는 가운데서 길을 찾듯, 윤리적 패션을 향한 패션계의 책임 의식은 원료부터 제조 공정, 그리고 유통까지 모든 분야에서 의미있는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패션인사이트 2011년 11월 15일 http://www.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