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성복 원인과 대책은 (下)
백화점은 11월 중순부터 세일에 들어갔고, 행사 물량과 기획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곧 시작될 겨울 정기 세일과 시즌 오프를 감안하면 사실상 올 겨울은 시작에서 끝까지 세일이다. 가두점은 이미 10월부터 가격 인하에 들어가 50% 세일이 11월에 이어 12월까지 계속되고 있고, 이월 상품 물량도 대거 풀리기 시작했다.
내년 연초부터는 대규모의 재고 방출이 예상된다. 위기감을 느낀 업체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내년 경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의 소비는 매우 위축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또 물가나 이자율,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실물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리다매만이 살 길
가두점 볼륨 브랜드들은 내년 시장 상황을 외환위기 시절과 유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보수적인 매출 목표나 물량 계획을 예상하면 오산이다. 이렇다 할 전략이 먹히지 않을 만큼의 소비 위축 상황에서는 그 어떤 전략보다 유효했던 것이 저가 물량 싸움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력과 규모의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많다. 총알을 누가 더 많이 가지고 밀어붙이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린다”고 말했다.
패션그룹형지의 ‘올리비아하슬러’나 위비스의 ‘지센’ 등이 저가 미끼 상품을 크게 강화하고 물량을 증량하기로 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신원의 ‘베스띠벨리’, 샤트렌의 ‘샤트렌’도 마찬가지다. 강의석 ‘베스띠벨리’ 이사는 “생산원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근접 기획과 선기획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소싱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브랜드들은 안전한 상품, 싼 상품에만 집중하지 않고 고가 전략 상품을 함께 강화하는 양동 전략으로 불황 이후 상황을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송봉래 ‘조이너스’ 사업부장은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게 아니라 있어도 안 쓰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움츠려서만은 답이 안 나오고, 오히려 내년과 같은 상황에 상품이나 마케팅에 더 투자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리진을 찾아라
백화점을 주력으로 하는 영캐주얼과 영캐릭터 브랜드들은 보폭 조절에 나서고 있다. 업체별로 대응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베네통’과 ‘오즈세컨’, ‘시슬리’, ‘시스템’ 등은 브랜드 오리진(origin 기원, 근원)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잡화 기획을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 ‘베네통’과 ‘시슬리’는 공급 금액 대비 20% 이상을 잡화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번 겨울을 지나면서 업체들은 다소간의 혼란에 빠졌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이 아우터 판매 부진이었다. 대부분 업체들이 SPA를 비롯한 저가 공세에 단품의 경쟁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 보고 이 비중을 크게 줄이는 대신 아우터에 집중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한광윤 베네통코리아 이사는 “저가 브랜드들이 판매하는 단품보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제안한다면 SPA나 컨템포러리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줄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봄 시즌 판매를 주도하는 재킷의 부진에 대비한 아우터 개발과 함께 단품 전략에 신경을 쓰는 업체들도 많다. ‘시스템’ 등 일부는 품질을 더 높이고 더 비싼 가격에 파는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원가 상승분만큼의 상승 폭 선에서 조율중이다. 업계는 동시에 상설 유통을 강화해 수익을 보전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리딩 군의 경우 상설 유통이 전체 매장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상 매장의 훼손 없이 외형이나 이익을 키우는 데 주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패럴뉴스 2011년 12월 20일 http://www.appnews.co.kr